■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28)피구 왕 서영이-황유미 작
■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28)피구 왕 서영이-황유미 작
  • 문영 작가
  • 승인 2019.09.25 15:36
  • 호수 9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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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일들이 관습이 되고

나도 그들과 같은 무리가 되어간다.

결국 내가 그 폐해를 받게 될 텐데……

 

피구 왕 서영이는 낮에 직장에 가는 시간이 아까워 본업을 쉬고 밤낮없이 글을 썼다는 황유미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은 중편 <피구 왕 서영이>와 네 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작품 내용은 평소에 우리가 겪고 느꼈던 부당함에 대한 항변이고 작가 나름의 극복 방법이다. 여자는 이래야 된다는 규범은 지금도 존재하고, 여자들은 개성과 자유를 속박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작가는 그 현실에 항거한다.

먼저, 단편 <물 건너기 프로젝트>를 이야기해 보자. 주인공 나는 어렵게 얻은 아들의 앞을 가로막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지만 차별받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굳건히 견뎌낸다. 그리고 절대로 안 된다는 물 건너기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긴다.

<하이힐을 신지 않는 여자>는 화자인 내가만든 단편영화 제목이다. 주인공 희수는 성인이 되어 하이힐 신기에 도전한다. 희수는 종교처럼 하이힐을 계속 찾았는데도 피는 나더라. 하이힐의 숭고함을 견디기에는 내 발이 약했지,’ 라고 말한다. 젊은 성인 여자로 살아가는 데 너무 많은, 꼭 필요한 것도 아닌 규범이 주어지고 그것 때문에 여자들은 피를 흘릴 만큼 힘들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까만 옷을 입은 여자> 역시 비슷한 이야기다. 마지막 <알레르기>는 통상적인 알레르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주는 공포 불안 그것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홍조가 되며 불안 초조감이 생긴다면 그 역시 <알레르기>.

첫 작품 <피구 왕 서영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작가는 피구라는 구기 종목을 선택하여 주인공의 갈등문제를 해결하려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피구는 초등학교 3, 4 학년 여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즐기는 게임이다. 상대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공을 맞춰야 승부가 나는 게임이다. 우리 편 즉 내가 이기기 위해서 적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 잔인한 게임이다. 주인공은 그 게임을 통해 집단 안에 들고 우두머리로부터 인정받지만 자신의 모습을 잃어간다. 작가는 서열과 따돌림에 외면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서영이도 자신의 방안에만 숨겨두었던 진짜 서영이의 모습을 드러내며 행복을 찾는다.

우리는 나만 피해보지 않는다면……하는 생각으로 주변의 불합리한 상황에 끼어들려 하지 않으려 한다. 서열을 정해 줄을 세워놓는 학교, 아직도 존재하는 가정에서의 편애, 여자에 대한 직장과 사회의 편협한 요구사항은 여전히 존재한다. 불합리한 일들이 관습이 되고 나도 그들과 같은 무리가 되어간다. 결국 내가 그 폐해를 받게 될 텐데…….

작가는 무딘 칼을 마구 휘두르는 망나니가 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지난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글을 쓴다고도 했다.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이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개인에겐 위로가 되고,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었던 누군가에겐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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