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들이 쳐박혀 있어서 잡아 올리면 냄새가 풀풀 나”
“조개들이 쳐박혀 있어서 잡아 올리면 냄새가 풀풀 나”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19.10.10 15:48
  • 호수 9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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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도 갯벌 백합 집단 폐사, 어민들 “원인 모르겠다”
▲폐사한 백합들이 널려있는 유부도 갯벌
▲폐사한 백합들이 널려있는 유부도 갯벌

유부도갯벌에서 백합들이 대량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민들의 말에 따르면, 한 달 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전한다. 그런데도 아무런 이유를 모르고 있고, 서천군과 군산시, 그리고 어떤 기관에서도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어민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서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 달 28일 몇몇 어민과 전화 통화를 해서 상황을 알아 보았다.

- 요즘 백합잡이는 잘 됩니까?

= 백합이 다 뒤집어 까졌어. 백합이 까진 것이 말도 못혀. 갯벌이 하얀 혀. 원인을 모르것어. 독섬 이런 대로 해서 갯벌 전체적으로 다 그려. 갯벌이 단단한 지역은 죽은 백합이 그대로 박혀있어. 이런 형상이 먼저 사리도 그러지, 이번 사리도 그러네. 백합이 싹 골아서 벌어져 버려. 잡히는 양도 줄어들고 큰 것이 없어. 옛날에는 손바닥만 한 것도 있었는데 종패보다 조금 큰 것 정도여. 3, 4센치(cm) 정도 크기여. 옛날 같으면 완전 소합도 아니여. 그런 것이 입 벌리고 다 까져버려.

- 갯벌에 펄이 많아서 그럽니까?

= 갯벌에 진흙(펄갯벌) 같은 것이 더러 있지만 깨끗혀. 이렇게 까질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것어. 무슨 폐수 문제인가 도대체 알 수가 없네.

- 이렇게 백합이 죽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 한 달 정도 넘었어.

- 여름철 무더울 때 더러 죽기도 하잖아요.

= 요즘처럼 찬바람 나는데도 죽는다니까. 찬바람 나면 덜 할지 알았더니. 조개들이 조금 움직이다가 (갯벌에) 다 쳐박혀 있어서 잡아 올리다 보면 냄새가 풀풀 나.

- 바닷물 수질 상태는 어떻습니까?

= 수질은 잘 모르겠고, 바닥이 썩은 냄새가 나요.

- 금강하굿둑 수문을 열다 보니까 썩은 것들이 유부도까지 내려와서 그럴까요?

= 뭐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금강에서 흘러나오는) 물 빨이 셀 때는 내려왔다가 올라갔다가 해요. 그 물이 저 아래까지 내려가면 좋은 디, 저 제방(북측 도류제) 끄트머리까지만 왔다 갔다 해요.

- 북측 도류제의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 아무래도 영향이 많지요. 물쌀이 없으니까. 우리가 작업하는 데가 물 힘이 없어. 물 힘이 얇은 것은 물쌀에 떠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놔 둬도 다음 날 가보면 그대로 있어요. 물빨이 왔다 갔다 하면서 갯벌을 깨끗이 씻어 줘야 하는디, 물컹 물컹한 펄이 한번씩 싹 빠져 나가야 하는디 그러지를 못해요. 물 힘이 없어. 도류제 때문에 펄도 쌓이고, 토사도 쌓이고, 모래도 쌓이고 그래요. 유부도 쪽으로 뻘(갯벌)이 계속 쌓이잖아요.

- 조개가 잘 사는 데 문제가 없습니까?

= 예전처럼 동죽 같은 것이 많아야 하는디. 조개들이 조그만 새끼 같은 것을 많이 까, 이번에도 알을 많이 깠더라고. 그런디 이번에 보니까 싹 다 뒤집어졌어. 요새 손톱 만한 새끼가 다 죽어버렸어.

- 몇일 전에 쓰레기 청소를 했다고 들었는데요?

= 청소해서 (해안가에) 쓰레기 없어요. 103일 날엔가 외국 사람이 들어온다고 청소를 했어요. 태풍 때문에 (들어오기) 틀렸어.

- 행정에 민원을 내지 않았습니까?

= 한번 와서 수질 검사 좀 했으면 좋겠어. 장항 쪽에 제련소 밑에 모래사장이 있어요. 거기서도 조개가 다 까져서 그쪽 사람이 민원을 냈데요. 조사는 해갔다고 하더라고.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수질 관계가 아닌가 하고 갔다고 하는데 (결과는) 모르겠어요. 내가 봐도 하굿둑을 열어서 바닷물이 많이 빠져 나갔을 때 한솔제지라든가, 군산의 공단이라든가 이런 데서 물을 빼면 여기까지 왔다가 들물(썰물)이 나면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뭔가 여러 가지 떠오르는데 명확한 원인은 모르죠. 행정에 얘기를 할라다가 우리 입만 아프고 해서 민원을 내지도 안았어요.

- 죽은 백합 껍질이 그대로 있을까요?

= 태풍이 올라오면 싹 쓸러 내려가 버릴 것이여. 들아 와서 보려면 빨리 와야 혀.

- 쏙은 얼마나 있습니까?

= 쏙은 없당게. 쏙은 많이 없어졌어. 쏙이 말도 못하게 없어졌어.

- 펌프 배는 와서 조개를 잡아가지는 않습니까?

= 요즈음도 밤에 더러 있기도 하죠. 예전에는 많았는데 단속이 심해서인지 줄어든 것 같어요. 봄에는 많이 했어요. 대개 군산 배들이에요.

- 주택가 옆 갈대밭을 갯벌로 복원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들어보셨어요?

= 한다고 간담회를 했어요. 다들 듣고만 말드라고. 제방을 헐고 다리를 논다고 하는데 뭐를 한다는 것인가 모르겠어요. 철새 때문에 그런 것인가. 개인 땅은 다 보상을 해 준 것으로 알아요.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셨습니까?

= 얘기는 들어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군산에 사는 주민들 10~20명 정도가 유부도 갯벌의 서쪽 지역에 들어가 매일 백합을 잡고 있다. 이들 중 한 어민과 전화통화를 했다.

- 요즘 백합을 잡으러 유부도를 자주 들어가십니까?

= 예 예 예. 그런데 백합이 너무나 많이 죽어요. 먼저 번에 태풍이 올 때 비가 많이 올 때마다 백합이 몽땅 죽었어요. 많이 죽어요 백합이. 내 생각에 화력발전소에서 물을 내버리는가 아니면 누가 내 버리는가. 금년에는 꽃게도 많이 죽었어요. 갯벌에 백합이 하얗게 까져서 죽어버렸당게요. 한달 전부터 저 번(98, 9) 태풍에 죽기 시작하더니 이번(921, 22) 태풍에 백합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어요. 이번 태풍 때 남해안으로 갔잖아요. 그 때 군산에 비가 많이 왔잖아요. 잘 죽지 않던 꽃게까지 이번에 죽었다니까요.

- 북측 도류제가 갯벌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 펄끼가 많아져요. 조개가 많아지면 뻘(갯벌)이 좋아지거든요. 그런데 조개가 죽으니까 땅(갯벌)이 안좋아진다니까요. 모래가 많은 데는 조개가 산란하기 좋고, 펄이 썩는 데는 조개가 산란하지 않고 그런다니까요.

이같이 어민들은 주 생계수단으로 잡는 백합이 대량 폐사를 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서천군과 군산시의 행정이 현장조사는 물론 관심도 전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102일과 3,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실사단이 유부도 갯벌을 포함한 서천갯벌을 방문했다.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내용으로 설명할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서천군의 적극적인 원인 규명과 주민들에게 대한 피해 대책을 새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용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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