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별 거 있간디, 모시 고를라다 삼베 골르는 거제”
“사는 게 별 거 있간디, 모시 고를라다 삼베 골르는 거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11.07 11:11
  • 호수 9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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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옥 시인, 세 번째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 발간
▲김여옥 시인
▲김여옥 시인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빠져 죽었으니,
將奈公何(장내공하) 장차 임을 어이할꼬.

고조선 사람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처가 잘못 든 길을 가는 남편을 보내고 슬피 부른 노래이다. 이 모습을 목격한 곽리자고라는 사람은 그의 부인 여옥(麗玉)에게 그 광경을 얘기 해주니 여옥은 백수광부의 처가 부른 위 노래를 공후인을 타며 불렀다고 기록에 전한다. 고구려의 가요 공무도하가에 대한 설화이다. 서천으로 귀촌해 살고 있는 김여옥 시인이 신공무도하가를 썼다.

아이야, 네 어미는 / 고조선의 시인 여옥이란다 / 땅끝 해남에서 흑룡강까지 / 수수누겁을 홀로이 떠도는 / 생다지 바람이란다.

<신공무도하가 부분>

그는 해남 땅끝 마을 출신이다. 잘못 든 길이었을까. 1991년 연작시 제자리 되찾기’ 5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후 자유문학편집장과 발행인, ‘월간문학편집국장을 역임했다. 19968월 마케도니아 스트루가에서 열린 35차 국제 시축제’, 1998년 불가리아 문화성 초청 ·불가리아 문학의 밤’, 2003년 중국작가협회 초청 북경·절강성·상해 작가와의 대담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으며 서울 인사동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시인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문단 관련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서천으로 귀촌해 바닷바람 넘나드는 소부사리에 둥지를 틀더니 지난해에는 서천 어르신들의 귀를 틔워주겠다고 서천읍내 한솔마트 맞은 편에 보청기 가게를 열고 마을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서천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와 뿌리를 내린 것이다.

사는 게 별 거 있간디 / 모시 고를라다 삼베 골르는 거제
<잘못 든 길도 길이다, 부분>

▲시집 표지
▲시집 표지

그런 그가 11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냈다. 서천에 뿌리를 내리고 칠팔년을 살았으니 시집에 담긴 구절들에는 서천의 바람이 배어있다.

그러나 아이야, 네 어미는 / 제 뿌리로 백두대간 길을 내는 / 한 그루의 토종 금강송이란다 / 붉디붉은 한 줌 산화흙이 되기까지는<신공무도하가 부분>

자연과 인간 사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선보이며 시어들은 성큼성큼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이재복 평론가는 서평에서 김여옥의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의 아픈 정서에 동참하는 일이며 한, 삭힘 혹은 그늘에 이르는 길이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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