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종말 부추기는 아마존 화재
■ 모시장터 / 종말 부추기는 아마존 화재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9.11.08 14:34
  • 호수 9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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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두 달 넘게 타들어간다. 석 달 전 시베리아는 남한 4분의1에 달하는 한대림을 산불로 잃었는데, 한반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친다고 한다. 최근 군 병력을 투입하며 화마를 잡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양양에서 간성까지 강원도를 태우는 산불은 때때로 발생하지만 최근 규모가 커진다.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산림구조가 바뀌면서 재앙으로 돌변하는데, 로스앤젤레스를 해마다 태우는 산불도 비슷하겠다. 한데 올 여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한대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 화재는 심상치 않다. 심화되는 온난화에 녹아내린 동토 아래에서 스멀스멀 배출되는 메탄가스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물다양성을 예찬하는 하버드대학교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젊은 시절 경험한 아마존 열대우림의 일상을 자신의 책으로 전했다. 100미터 넘나드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 숲을 내려다보면 여기저기에서 산불이 발생하지만 이내 꺼지는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빽빽하게 자라 올라오는 거대한 나무들이 줄기를 문지르며 마찰열을 일으키면 불이 피어오르고, 불이 커지면 주변 나무의 잎사귀에서 일제히 내놓는 수분이 구름을 뭉게뭉게 발생시킨다. 이윽고 구름이 부딪히며 소나기를 퍼부으면서 불이 꺼진다고 썼다. 불이 지나간 자리마다 새로운 생태계가 열렸다고 열대우림의 순환을 설명했다.

불에 탄 열대우림이 땅바닥에 햇빛을 허용하면 때를 기다리던 씨앗이 싹을 펴내고 새싹을 노리는 곤충이 어디선가 모여든다는 아마존은 생물상이 무척이나 다채롭다. 단위 면적에 가장 많은 식물과 곤충, 양서파충류와 조류, 그리고 보기 드문 포유류들이 어우러진다. 겨울이면 드넓은 눈밭 위로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침엽수가 일률적인 한대림과 두드러지게 다르다.

땅 위가 울울창창한 열대우림은 땅 아래도 한대림과 차이가 분명하다. 넘어지기 무섭게 다른 생물의 먹이나 은신처가 되는 열대우림과 달리 한대림은 쓰러진 나무들을 켜켜이 쌓기만 한다. 죽어서 남길 게 거의 없는 열대우림의 땅 아래는 척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억겁의 세월 동안 나무와 동물의 사체를 무수히 묻은 한대림은 유기물로 그득하다. 그 유기물이 토탄으로 쌓인 독일은 산업과 발전연료로 활용했지만 요즘은 온실가스 배출을 걱정해 피한다. 반면 메탄이 된 유기물은 요즘 러시아에 부를 막대하게 안긴다.

열대우림은 아마존의 상징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아프리카에도 열대우림이 넓었다, 사막화가 한창인 지금은 물론 아니다. 아프리카에 점점이 흩어진 열대우림은 매우 비좁다.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 1960년대 300만 마리를 넘겼던 침팬지가 3만 마리도 남지 않은 현실을 제인 구달은 안타까워한다. 밀렵 탓이 아니다. 서양사회의 폭식을 뒷받침하는 플랜트 농업이 열대우림을 집요하게 파괴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은 열대우림을 파괴한 자리에 팜과 파인애플 같은 단일 농작물을 광범위하게 심었다. 척박할수록 농지는 석유를 과다하게 요구한다. 석유를 가공해 얻는 화학비료와 농약만이 아니다. 파종에서 수확, 운송과 폐기 과정에 무거운 농기계는 필수다.

화학농업은 수확으로 얻는 농작물보다 10배 이상의 칼로리에 해당하는 석유를 들이부어야 소기의 수확을 유지할 수 있다. 시장 장악을 위한 경작지 확대는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할 텐데, 경쟁에 밀린 다국적 자본이 떠난 농경지는 장기간 방치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에 사막이 확장되는 설명이기도 한데, 아마존은 아직 건강한 열대우림을 방대하게 간직한다. 하지만 위기에 빠졌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신임 대통령이 소유권을 신경질적으로 천명한 이후 맹렬하게 불타고 있다.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로 번질 기세일 뿐 아니라 보호지역의 원주민들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열대우림은 적지 않은 산소를 지구의 대기에 내놓는다. 정확한 수치를 추산하지 못하지만, 전문가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대략 10% 이상의 산소를 생성하고 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걸로 추정한다. 10%에 불과하더라도 이번 화재가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리 없다. 대기권의 산소가 10% 줄어든다면 생태계는 궤멸될 것이다. 탄소 흡수량이 5% 줄어들면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는 더욱 치명적일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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