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명태조 주원장, 정도전, 모택동이 읽은 ‘맹자’
■ 송우영의 고전산책-명태조 주원장, 정도전, 모택동이 읽은 ‘맹자’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11.13 22:15
  • 호수 9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자가 노자를 만나 인의를 말했다.(공자현노자이어인의孔子見老子而語仁義) 장자 외편天運篇6기록을 따르면 이때 공자 나이 34세라 한다. 이것을 사마천은 사기史記 노자 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서 기록하기를 공자적주孔子適周 장문예어노자將問禮於老子”(공자가 주나라에 가서 노자에게 예를 물었다)라고 기록한다.

그 보답으로 공자는 노자의 아들 종에게 공부법을 가르쳐 주었다하는데 그 공부법으로 공부해서 훗날 위나라 장수로 단간段幹에 봉해졌다. 공자가 가르쳐준 공부법은 노자가문 종학의 규인 비결로 전수되어 대대로 종의 아들 주. 아들 궁. 의 현손 가에 이르러서는 한나라 효문제孝文帝 때에 대제학의 지위에 올랐고, 의 아들 해에 이르러는 교서왕膠西王 의 태부太傅가 되었으며, 땅에서 가문을 현달했다고 혜강嵇康고사전高士傳에서 밝힌 바 있다.

죽림칠현으로 알려진 혜강 또한 공부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로 삼국지 조조의 증손녀 위나라 장락정주長樂亭主와 혼인을 했는데 평생 배워야 할 공부를 10대 때 다 배웠다는 꽤 엽기적인 인물이다. 훗날 시국이 어수선해지자 공자의 가르침대로 자신을 감추고 은자의 삶을 사는데 공자의 가르침이라는 것이 곧 어려서 읽었다는 논어論語술이述而10문장이다.

공자孔子는 제자 안회顔回에게 이렇게 말한다.<자위안연왈子謂顔淵曰> “국가가 부르면 나아가 도리를 행하고<용지즉행用之則行> 국가가 부르지 않는다면 자연 속에 숨어 지낼 줄 아는 것<사지즉장舍之則藏>, 오직 나와 너만이 할 수 있다<유아여여유시부唯我與爾有是夫>”

이 말은 공부한 사람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출사出仕해서 어떻게 진퇴進退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논어를 흔히 맹자와 더불어 립국비서立國秘書라 하는데 나라를 세우는 비밀의 책이라는 말이다.

맹자를 읽어 나라를 세운 인물이 셋 있는데 15세 때 17세 소녀 마수영이 준 맹자 책을 외워 훗날 명태조가 된 주원장이 그 중 하나요. 모친 상중에 포은 정몽주가 건네준 맹자 책을 하루 반쪽씩 아껴가며 3년을 꼬박 읽어낸 조선 개국공신의 책사 삼봉 정도전이 그 중 들이요, 8세 때 시장에서 배추장사를 하면서 삼국지를 읽으면서 이서배본異書背本으로 맹자를 끼워서 함께 읽었다는 모택동이 그 중 셋이다.

또 논어를 한 권이 아닌 반 권만 읽어서 나라를 세운 인물이 있는데 송 태조 조광윤을 도와 나라를 세운 조보가 그다. 세상은 그를 반 권 논어라 불렀으니 송나라 300년의 기반을 닦은 승상 조보가 2대 황제에게 한 말을 옮겨본다면 이렇다. “신은<신유臣有> 논어 한 부를 가지고 있습니다.<논어일부論語一部> <> 반 권으로는<반부半部> 태조를 도와<좌태조佐太祖> 천하를 안정케 했으며<정천하定天下>, 나머지 반 권으로는<이반부以半部> 폐하를 도와<좌폐하佐陛下> 천하를 태평케 했습니다<치태평致太平>.

또 논어를 반 권까지는 아니어도 논어를 삼분의 일 정도 읽고 깨달아 거부가 된 인물이 있는데 오늘날 삼성창업주 선대회장 호암이 그다. 논어 위령공편 학야녹재기중의學也祿在其中矣에서 크게 깨달은 바 있다 전한다. 직역하면 공부를 하면 그 속에 돈이 있다는 말이다.

특이하게도 조선 규방사에서 논어로 공부를 시작한 인물이 너 댓 명 있는데 운초 김부용과 김호연재도 그중 하나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던 시절 서도시학書道始學 영자필법永字筆法인데 시필서영始筆書永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논어의 배울 학으로 공부를 시작한 인물이 김호연재다.

청풍김문과 은진 송문 간에는 동일한 종학宗學이있는데 논어의 학이시습을 독공시학으로 삼았다는 점인데 이러한 공부비법을 전해준 인물이 우암이고 증손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결실을 보는데 청풍김문 우의정을 지낸 선원仙源 김상용金尙容의 후손 고성군수를 지낸 김성달金盛達과 부인 이옥재 사이의 여식 김호연재가 동춘당同春堂 당주 송준길宋浚吉의 증손 소대헌小大軒 송요화宋堯和의 처로 입실하면서부터이다. 그의 아들이 보은 현감을 지낸 송익흠이다. 비록 중앙부처에서 현달한 것은 아니지만 대대로 벼슬을 놓지않는 은근한 공부비법의 면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