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고사성어‘계포일낙季布一諾’에 담긴 뜻
■ 송우영의 고전산책 고사성어‘계포일낙季布一諾’에 담긴 뜻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20.01.10 15:16
  • 호수 9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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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사람은 항상 배부름을 꿈꾸고(기인상몽포飢人常夢飽) 병든 사람은 늘 의사 만나는 꿈을 꾼다.(병인상몽의病人常夢醫) 이웃을 돌아보아 이득을 준 적도 없으면서(린고여무득隣顧與無得) 남이 나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자는(인오망득자人吾望得者) 도둑의 마음을 가진 자요(회도지심자懷盜之心者) 공부가 짧은데도(기습부장其習不長) 이름나기를 좋아한다면(이희현명而喜顯名) 몸에 욕이 미칠 것이요(급궁오及躬汚) 그러므로)시고是故) 어려서는 공부를 많이 할 것이며(해제익시서孩提益詩書) 어른이 되어서는 남 도와주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장물라인우長勿懶人佑)”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말이다. 여기서 해제익시서孩提益詩書란 말은 계포의 해제잠孩提箴에서 비롯된다.

어려서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해제정학孩提正學) 어른이 되어서 굶주릴 일은 없을 것이고(급장무기及長無饑) 어려서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해제시서孩提詩書) 어른이 되어서 아플 일이 없을 것이고(장차무고將次無苦) 어려서 공부가 제대로 됐다면(해제수효孩提受效) 어른이 되어서 도둑의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이장불광已長不撗)”

항우와 유방의 천하쟁패가 유방의 승리로 끝나 항우의 막장이던 계포가 죽을 지경에 처하자 주가朱家는 전재산을 털어서 계포를 구한다. 이에 대한 은혜로 훗날 그의 손자들에게 불후의 잠을 주는데 곧 해제잠이 그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덕행이 없으면서 복을 바라는 자는 곤궁하게 되며(무덕이망기복자약無德而望其福者約) 이 없는데도 녹祿을 받는 자는 욕을 당하게 되며(무공이수기록자욕無功而受其祿者辱) 반드시 화가 몸을 옥죌 것이다.(화필악禍必握. 劉向全國策 制策4) 굶주림이든, 병이든, 덕행이든, 공이든, 녹이든, 여기서 방점은 공부다.

계포는 인생의 바닥에 살던 사람이다. 날 때부터 가난한 데다가 공부까지 안했으니 옳고 그름을 배우질 못해 어려서 도둑질로 먹고살고 빼앗아 생존했다. 결국 진나라 법률은 그런 그에게 사지를 찢어 죽이는 형벌로 수배령을 내린다. 그의 나이 17세 때 일이다.

그는 복건에서 어마어마한 거리인 태항산太行山까지 도망을 갔는데 여기서 만난 도인 행산노야자行山老冶子는 뼈아픈 말은 한다. “범죄자는 되지 말라(不可秦律) 죄를 짓는 순간 세상은 언제든 너를 잡아갈 수 있다.(득범하질得犯何桎) 세상이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다.(천하일구天下一懼) 나보다 못한 자들이 나와 같은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민하여위民下如位) 그래서 세상은 낮은 자들이 낮은 곳에 살아도 하늘은 보인다.(처비견천處卑見天)” 라고 세치의 혀로 위로하면서 높은 곳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마저 치운다.<격승수계 鬲昇收階: 여기서 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만 지면관계상 략한다>

이에 계포는 열심히 공부하면서 두 가지를 다짐한다. 첫째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둘째 첫 번째 다짐을 잊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초나라 사람들의 말에 황금 백 근을 얻는 것보다(득황금백근得黃金百斤) 계포의 승낙 한번 얻는 것이 더 낫다.(불여득계포일낙不如得季布一諾)”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훗날 계포일낙季布一諾이라는 고사성어가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독공지덕성篤工之德性이라 하여 공부하는 덕성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는 이를 중용이라 하여 그의 가장 아둔한 제자 증자를 독공지덕성篤工之德性인 중용의 공부로 가르쳤던 것이다. 중용의 공부란 공부하는 자세에는 중용의 평균성이 있다는 말로 중용이란 단어를 이음절어로 본 것인데 이라는 개별 단어가 병렬竝列해있다는 말이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틈틈이 공부, 자투리 시간공부에 집중하는 자세로 이라는 동사와 이라는 목적어, 즉 버려지는 자투리 시간들을 꿰어 열심히 함으로 목적을 이루는 데 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란 곧 공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명나라 장황章潢은 자녀를 위해 쓴 아동 교육서 도서편圖書篇에서 싫증을 내지 않고 스스로 깨치는 것이 공부의 아름다움(불염자각지학미不厭自覺之學美)’이라 했다. 살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공부하는 자녀의 모습 보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말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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