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바다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마다하지 않는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바다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마다하지 않는다
  • 송우영
  • 승인 2020.01.16 13:17
  • 호수 9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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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정가에 외국인 추방령이 떨어졌다. “일꾼과 노비를 제외한 모든 벼슬하는 외국인은 진나라에서 떠나라라는 축객령逐客令이 포고된 것이다. 여기에 맞서 부당하다며 정면으로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써서 상소한 인물이 이사李斯.

그는 초나라 사람으로 철인 순자에게서 공부해서 진나라에 와서 벼슬을 살고 있는 인물로 그의 간축객서를 읽어본 진왕은 감탄했다.

태산은 흙 한 줌도 사양하지 않으므로<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고<고능성기대故能成其大> 바다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마다하지 않으므로<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고능취기심故能就其深>”

진왕의 축객령을 단숨에 뒤엎는 흠잡을 데 없는 명문이다. 진왕은 이사의 명문에 감동해 축객령을 취소한다. 이사의 결단력과 승부사적 기질이 주는 벼랑 끝 전술이 진왕의 천하통일에 대한 열정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사는 출신 성분이 불분명하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진나라 시황제처럼 12개월 만에 태어났고 그의 모친은 산후통으로 생후 1년을 앓다가 죽고 아버지가 젖동냥으로 아들을 길렀는데 말을 하기 전 부터 글자를 먼저 가르쳤다 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길이 안보일 때는 공부하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벼슬에 오르는 것을 혈루환로血淚宦路 유혈등과流血登科라 한다. 풀어보면 피눈물 나도록 공부해도 될까 말까쯤 되는데 그만큼 춥고 배고픈 집안 자녀가 출세하기란 힘들다는 우회적인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공부를 분을 참고 공부하는 함인학含忍學또는 눈물을 삼켜가면서 공부한다 하여 탄루지공呑淚之功이라 한다. 천하에는 이렇게 공부해서 진나라에 와서 재상에 오른 인물이 무려 다섯 명이 있는데 이를 눈물을 머금고 공부해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을 도운 재상들이라 하여 탄루진오상呑淚秦五相이라 한다.

진나라 26대 임금 진효공秦孝公 영거량嬴渠梁을 도와 중원에서 멀리 떨어지고 뒤처진 진나라 천하통일의 기초를 만든 사목입신徙木立信의 고사를 낳은 상앙商昻을 시작으로 원교근공의 외교로 진나라를 천하통일에 다가가게 한 항룡유회亢龍有悔를 좌우명으로 삼은 범수范睢, 달도 차면 기운다는 월만측휴月滿仄虧를 말하면서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속언을 낳은 채택蔡澤, 위나라 사람으로 조나라에서 돈을 벌어 진시황제를 길러낸 재상의 반열에 오른 여불위呂不韋, 여불위 집안의 마름으로 취직해서 실력을 인정받아 여불위의 추천으로 벼슬길에 올랐고 여불위를 죽여 재상에 오른 노서철학老鼠哲學의 입지전적의 인물로 진나라로 하여금 천하통일을 달성하게 했으며 통일 후에는 함양 저자거리에서 삼족이 허리가 잘려죽는 비운의 정치가 이사李斯. 이중에 범수와 채택만이 천수를 누린다.

역사의 공과를 떠나서 공부라는 단면만을 볼 때 공부에 명운을 건 사내들임에는 분명했다. 특히 이사의 경우는 오소야천吾少也賤했다는 공자를 모델로 삼아서 온몸으로 고통을 견뎌낸 인물이다. 어려서 공부를 해서 10대 후반에 미곡창고 하급 관리가 됐고 20대 초반에 결혼해서 아들 둘을 뒀는데 두 아들이 공부에 뜻이 없었다. 부모가 잘나서 자식을 이끌던가, 자식이 잘나서 아버지를 밀어주던가 해야 하는데 미곡창고 하급관리의 신분인 이사의 처지로서는 둘 다 아니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이사는 40세에 이르러 아내와 두 아들들에게 10년 공부를 다짐하고 당시 순자가 강학한다는 조나라 순자 문하에서 10년 공부를 다짐했으나 7년 봄에 이르러 법가로서의 공부를 완성했다 생각하고 순자 문하를 떠난다. 사람 됨됨이 공부보다 법률가로의 출세의 욕망이 더 컸던 탓이다. 일찍이 상앙은 말한다. 법률가가 지도자가 되어 법을 남용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법가의 근본 문제점이다. 라고 지적한 바 있다.

스승 순자는 이사의 이 점을 염려하여 이사의 출문을 막았던 거다. 자공의 문도 제나라 상수商修한한열열寒寒熱熱이라 했다. 공부가 부족하면 추울 땐 춥게 살고 더울 땐 덥게 산다는 말이다. 이사는 순자의 가르침보단 상수의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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