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문화 일궈가는 이웃 될래요’
‘농촌문화 일궈가는 이웃 될래요’
  • 최현옥
  • 승인 2003.12.05 00:00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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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부방은 아이들의 무지개 빛 꿈을 펼치고있다
천! 방! 지! 축!, 그 자체이다.
이곳에 모인 아이들의 놀이감은 흙, 나무, 돌, 풀꽃이며 놀이터는 교회 옆에 펼쳐진 길과 건물의 옥상, 논 등이다. 아이들은 이곳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속옷이 삐죽 밖으로 나오건 말건 숨이 턱 밑까지 찰 때까지 뛰어 놀고 목이 쉴 때까지 소리지르며 맘껏 웃는다. 열린 공부방은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명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 너무 예쁘죠? 저렇게 즐겁게 뛰어 놀다 보니 어쩔 때는 기물이 남아돌지를 않아요”
마당을 뛰어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한산면 종지리의 종지교회 이학준(35) 목사.
지난 3월 10여명도 채 안된 학생으로 시작한 공부방이 불과 한 달만에 40여명으로 늘어나고 현재 주위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운영되는 것이 감사하다.
처음 운영 당시,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수준에 머물렀던 공부방은 매주 주제와 테마가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되고 있으며 매달 1회 문화공연 관람을 실시하고 있다.
“이 곳에 이사를 와서 보니까 함께 노는 아이들이 없더군요. 게다가 부모님이 농사일에 종사하다 보니 홀로 지내는 아이들도 많고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어서 이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남편을 따라 지난 가을 시골 교회에 오게된 부인 김청강(35)씨는 과거 야학을 비롯해 청소년 관련 복지관에서 봉사한 경험을 살려 공부방을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며 따뜻한 보살핌으로 가정과 유대관계를 형성, 지역 발전에 일조하고 싶었다.
“우리 저번에 낙엽으로 그림도 그리고요. 음… 동화도 발표하고… 아무튼 재미있어요”
공부방 자랑에 나선 김종미(8)양은 그 동안 한 것이 너무 많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더듬더듬 짚어보더니 쑥스러운 듯 친구 뒤에 숨는다.
열린공부방은 방과 후 오후3시부터 시작된다. 1시간 동안 자유롭게 뛰어 놀고 학습이 이뤄지는데 화요일부터 동화 읽기 발표, 노래로 영어 배우기,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문제 풀기, 종이 접기 등 매일 주제를 갖고 다양하게 진행되며 이 목사가 차량으로 아이들을 수송한다.
“저는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면서 자율성도 배양하고 싶어 공동 작품을 많이 하거든요. 발표가 있는 날에는 아이들이 서로 하겠다고 야단이에요. 아무튼 웃음이 끝나지 않아요”
서로 발표하겠다며 줄을 서는 아이들과 나름대로 질서와 이해를 배우는 모습이 기특한 김씨는 운영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자모 봉사자들이 감사하다.
“무슨 봉사예요. 저희는 사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그 동안 아이들이 잘못하면 무조건 제재하기에 바빴는데 사모님은 그렇지 않더군요. 아이를 다루는 방법과 인내심을 배웠습니다”
자모 봉사자 이순덕(35)씨는 제 자녀도 몰라라 하는 세상에 아이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기울이는 공부방 관계자가 고마울 따름이다. 이에 간식을 비롯해 아이들을 돌보는데 돕고 있다.
“교회라는 단체에 대한 오해 때문에 아이가 공부방에 오는 것이 싫었는데 종교를 뛰어넘어 순수하게 아이들을 맡아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자모 봉사자 나정자(29)씨는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져 내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게다가 김씨와 자모 봉사자들은 매주 금요일 모임을 갖고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등 아동교육학에 대한 학습을 하고 있으며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결을 나누고 있다.
“저희의 또 다른 자랑은 문화공연 관람인데요. 시골 지역이라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뮤지컬, 수목원, 동물원 등을 매달 방문하고 있습니다”
정영란(25)씨는 시골에 시집오면서 문화 생활에 대한 갈증이 컸고 아이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해소할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고 전한다.
그러나 최근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좀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김씨는 전문성 있는 자모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도서보급을 늘리기 위해 책 기증을 받고 있다.
“사실 종지교회는 이상재 선생의 뜻을 받들어 둘째 아들이 세운 곳입니다. 저희는 당연히 이곳에서 선생의 뜻을 이어 사회복지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내년이면 종지교회가 100주년을 맞아 더욱 뜻 깊다는 김씨는 자녀교육을 상담하고 독거노인을 돕는가하면 아담 도서관 운영 등 자원봉사자들을 활성화 시켜 문화적으로 열악한 한산에 복지센터를 개설하고 싶다.
열린 공부방이 단순한 학습장소가 아닌 아이들의 꿈을 저장하고 펼치는 곳이 되길 바라는 공부방 관계자들은 오늘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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