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공부한 사람이 이긴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공부한 사람이 이긴다
  • 송우영
  • 승인 2020.01.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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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임금라고 해서 공부가 끝나는 게 아니다. 임금의 하루일과 중 치민治民 못지않게 수신修身의 공부 또한 꽤 중히 다뤄진다. 수신의 공부가 제대로 되어있어야 인성이 바루어지고 인성이 바루어 진 연후에야 비로소 임금으로서의 덕을 백성들에게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덕을 베푼다 함은 춘추 공양전주소에 따르면 백성의 생활에 이득을 끼치는 통치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임금에게 있어서 공부는 단 하루도 걸러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다. 조선13대 임금 명종께서 경연經筵에 임하여 묻는다<아명종조림연문차의我明宗朝臨筵問此義>. “공부가 무엇입니까?”<공부지의工夫之義>

돌연한 물음에 경연장의 신하들이 당혹해 하고 있는데 참찬으로 경연에 참석하고 있던 조원수가 대답하기를<참찬조원수대왈參贊趙元秀對曰> “공이라는 글자는 여공의 자와 같고<공시녀공지공工是女工之工> 부라는 글자는 농부의 자와 같습니다.<부시농부지부夫是農夫之夫> 이는 사람이 공부를 하되<언인지위학言人之爲學> 여공이 부지런히 길쌈을 하고,<당여녀공지근직작當如女工之勤織作> 농부가 농사에 힘쓰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농부지력가색農夫之力稼穡>

당시 조정신하들은 그 대답이 적절하였다고 여겼고<당시이위선대當時以爲善對> 그의 말이 옳은 것 같다 여겨<기설사연其說似然> 별다른 소견을 내는 이가 없었으며<타무소견他無所見> 감히 억지로 대답하는 신하도 없었다.<불감강대不敢強對. 순암선생문집順菴先生文集권지칠卷之七안정진安正進문목問目> 쉽게 말해서 공부란 곡식 낱알 한 개가 쌓여서 창고를 이루고 베를 한 올씩 짜서 천을 만들 듯 천천히 쉬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노력을 하면 노력한 만큼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공부해서 작게는 제 한 몸을 보전하고 크게는 가문을 일으킨 인물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다. 물론 공부에는 왕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박학지博學之깊이 파고들고<심문지審問之신중히 가려서 생각하고<신사지愼思之취할 것과 버릴 것을 분별해서 외우고<명변지朙辨之그리고 돈독하게 실천하는 것이다.<독행지篤行之.禮記中庸20> 그렇다. 공부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학문지도무타學問之道無他> 풀어진 마음을 잡는 길 뿐이다.<구기방심이이의求其放心而已矣.孟子告子章句上11> 그런 다음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유불식有不識>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라도 묻는 것이<집도지인이문지 執途之人而問之> 옳다.<가야可也. 燕巖朴趾源北學議序>

말인즉슨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로 체면불구하고 덤비란 말이다. 이처럼 공부의 방법론에는 모범답안이 없다는 말이다. 그냥 열심히 저마다의 타고난 성품대로 공부에 임하면 된다.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 유배지에서 500여권의 책을 쓴 인물인데 그의 공부법은 수많은 책을 읽어 필요한 내용만 뽑아 공부하는 초서법鈔書法으로 성공한 인물이고 세종대왕의 경우는 백번 읽고 백번 써서 익히는 백독백습百讀百習 공부법으로 성공한 인물이고,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선생은 성현의 말씀을 어찌 편히 앉아서 읽을 수 있으랴, 반드시 공손한 자세로 꿇어앉아서 읽어야 한다 하여 궤좌공부跪坐工夫를 했고 또 공부할 땐 말을 적게 하는 과언공부寡言工夫를 했다 한다. 윤증尹拯 문인으로 역사책 동사회강東史會綱을 쓴 전남 나주 회진의 거유 회진會津 임씨의 노촌老村 임상덕林象德은 수묵공부守黙工夫라 하여 종겸열공자즉승終謙熱工者則勝을 말한다.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고 마음을 가득 채우는 공부법으로 절차탁마해서 마지막까지 겸손하고 치열하게 공부하는 자가 이긴다. 라는 말이다.

하루는 임금이 묻는다. 퇴계께서 아직도 공부를 열심히 하신다는데 그것이 사실이오?<하문차의기실호下問此義其實乎> 신하인 퇴계의 제자가 답한다.<월천조목대왈月川趙穆對曰> 저의 스승 이모는<이황李滉> 일생 동안 학문공부를 부지런히 하시고 고통스러워도 계속하셨는데<일생근고학문공부一生勤苦學問工夫> 연로하신 이후로는 돈독을 더하는 공부를 하십니다.<노이익독老而益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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