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속도를 모르고 내달리는 덤프트럭이 무섭다
■ 기고 / 속도를 모르고 내달리는 덤프트럭이 무섭다
  • 마산면 귀촌인
  • 승인 2020.02.06 06:37
  • 호수 9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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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여느 일요일과 같은 한적한 오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한적하지...” 곰곰이 창밖을 바라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 덤프트럭이 오늘은 쉬는 날이구나... 맞아, 우리 마을이 원래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했었지... 마을을 지켜주는 개 3마리가 짖는 소리가 제일 소란스레 들리던 곳이었지.,,”

2017, 살던 곳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하던 일이 달랐던 네 가구가 이곳에 집을 짓고 함께 살기로 정하고 한 집 한 집 이사를 하여 작년 비로소 네 가구가 모두 모여 살게 되었습니다.

네 가구의 공통점은 작년 갓난아이가 한 명 더 태어나 각 집에 아이들이 둘씩 있다는 것과 그 아이들을 늘 조심해야 하고 뛰지 말라고 혼내야 하는 도시의 아파트가 아니라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 자연 속에서 뛰고 싶은 만큼 뛰면서 놀 수 있도록 해주자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 두 가지였습니다.

201720182019년 한 집 한집 들어선 3년 동안 바람대로 살았습니다. 대중교통이 없거나 편의점이 없다는 점은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잘한 결정이라고 자부심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곳을 떠나야 하는 건가 하는 걱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한발만 크게 내딛으면 마주치는 도로로 이웃마을 수로공사를 위해 25톤 덤프트럭이 속도를 모르고 내달리는 상황을 맞은 것입니다.

과속, 분진, 도로를 통해 집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하루 만에 걱정거리 이상의 것인 걸 실감했고 그보다 아이들이 저 덤프트럭의 속도와 먼지 충격 위험과 코앞에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이미 많이 무섭습니다.

사전에 소통이나 설명 하나 없이 마주해야 했고 문의와 민원을 하니 이것은 통보의 사안이고 다닐 수 있는 길이 이곳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구소멸 최대 위험지역인 서천군은 새로 삶의 터전을 마련한 여덟 아이와 여덟 어른들보다

예산 절감과 원활한 공사 진행이 우선인걸까요?

아이들의 위험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물음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얘기하면 어떡하냐라는 부군수의 무책임한 답변이 현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위해 요구하는 정보는 일체 공개하지 않고,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과 납득할 만한 사전조사 데이터 제시도 없이,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소통보다는 시한부의 협상안 제시 요구, 협상에 임하지 않을 시 무조건적인 강행을 통보하는 서천군청, 마산면사무소의 행태를 보며...

우리 가양리 말고개 마을단지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우리의 환경권 그리고 아이들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겨울 창을 닫고도 들리는 소음에, 지금 2월 입춘날에 올여름을 미리 걱정합니다. 층간소음 걱정을 벗어나니 귀를 막아도 들리는 덤프트럭 질주하는 소리에 오지도 않은 여름, 그것도 더위가 아니라 소음 걱정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시골에서 자연의 품에 안겨 꿈꾸고 희망하며 자라라고 함께 온 아이들이 누려야할 당연한 생활일까요?

납득할 수 없는 희생을 통보받고 수긍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서천군 마산면 가양리로 찾아온 몇 안되는 젊은 사람들과 이제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해야 할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삶의 선택지일까요?

이것이 철새가 아니라 텃새가 되어 서천군에 살기위해 조용한 자리에 둥지를 틀고 한적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곳을 더 좋을 곳으로 만들자고 생각하는 16명의 아이와 어른들에게 해줄 수 있는 환영인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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