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부락’, 일본에서 천민집단 일컫는 말…마을·동네 표현해야
■ 기고 / ‘부락’, 일본에서 천민집단 일컫는 말…마을·동네 표현해야
  • 오천환/전 장항읍 부읍장
  • 승인 2020.02.2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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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읍 행정복지 센터에 발령 받아 장항읍에 근무하면서 우연히 장항읍 시내에 주민들과 청소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마을에 신부락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동네 · 마을 · 부락이라는 용어를 각각 쓰는지 궁금해 우리나라 백과사전 등을 보니, 황당한 단어와 뜻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을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과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이라고 표현했고, 동네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여러 집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 부락은 어떠한가? 둘 이상의 부락이 모여서 이루어진 부락과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주민들을 감시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 부락이라는 것이었다. 몸과 마음이 오싹한 용어들이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주민들의 오가는 대화를 보자. 군수님, 의원님 우리 부락 무슨 일 해주세요. 이웃 부락에서는 매달 5일에 장이 서다. 우리 부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읍사무소가 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부락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장항읍사무소 근무시절 이장님, 부녀회, 기관단체 회의 시에 부락이라는 용어가 이런저런 뜻이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자제하셨으면 하는 말씀도 드린 적이 있었다.

일본 츠쿠바 대학의 하가 노보루 교수는 부락이란 미해방 부락을 의미하며 차별받고 소외되어 있던 근대부터의 천민신분으로 예다(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집단주거지를 일컫는 말로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도 부락은 천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나 동네로 일컫는 말로서 일본은 자신의 나라에서 쓰지 않는 말을 조선의 마을이름에 갖다 붙였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의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단어나 용어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죽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해방 후에도 23세들에게 유전자처럼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이제 단어들의 쓰임을 안다면 절대로 다시 쓸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여쭈고자 한다. 현재 장항읍 신부락이라는 간판을 없애야 하는지? 아니면 주민들과 자라나는 2세들의 산 교육장으로 놔두어야 하는지?

위 내용은 독자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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