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 산책 이순신 장군의 공부법
■ 송우영의 고전 산책 이순신 장군의 공부법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20.03.11 17:50
  • 호수 9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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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정李貞은 향촌의 미관말직도 맡아보지 못한 몰락한 양반이지만 그는 꿈을 놓지 않은 사내였다. 그의 꿈은 컸으며 기대는 기걸찼음을 그의 네 명의 자녀의 이름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첫째 아들은 고대 중국의 이상적 인물인 복희씨伏羲氏에서 이름을 딴 이희신李羲臣이요, 둘째 아들은 요임금에서 따온 이요신李堯臣이요, 셋째 아들은 순임금에서 따온 이순신李舜臣이요, 막내아들은 우임금에서 따온 이우신李禹臣이다.

이름이 크면 화가 많은 법이라 했던가. 큰아들 희신羲臣은 벼슬없이 단명하였으며 둘째아들 요신堯臣은 진사시 합격 후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문하에서 공부했는데 학문에 상당한 조예가 깊었던 인물이었지만 벼슬길을 문턱에 두고 단명한다. 그리고 막내 우신禹臣은 벼슬이 종9품 참봉에 그쳤다. 여기서 주목해볼 인물이 있는데 셋째아들 순신舜臣이다.

순신에게는 스승 같은 형이 있었다. 요신이 그다. 요신은 동생 순신에게 퇴계에게 배운 것을 가르쳤다. 내가 배운 것을 남에게 가르침으로 해서 더 기억에 남고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으로 깨우쳤던 것이다. 그렇게 훌륭한 형이 단명하자 그에게 글을 읽게 한 이가 형의 벗이자 형보다 연장자였던 동고 이준경이다. 동고는 조선 과도기 선조 때 영의정을 살았던 인물로 방진의 벗으로 순신을 중매선 이다.

그는 조광조의 문인으로 그의 학문의 깊이는 가히 발군이었다. 결국 이순신은 형을 통해서 퇴계의 공부법과 동고를 통해서 조광조의 공부법을 모두 섭렵하는 영남학파와 기호학파를 아우르는 큰 공부를 했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순신 장군은 단순한 무장이 아니라 문무 겸비한 이제도 없고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대체불가의 인물이라는 말이다.

순신을 구봉 송익필에게 추천한 인물이 율곡 이이다. 순신은 여기서 불패不敗의 병법과 불태不殆의 전쟁 기술을 익히게 된다. 이러한 뼈를 도려내는 공부를 통해서 칠흑같이 어두운 난세를 살면서도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길러낸 것이다.

구봉 송익필이란 인물은 호불호와 찬반이 극명한 인물로 4첩으로 엮은 삼현수간三賢手簡 간찰첩에 따르면 구봉 송익필, 율곡 이이, 우계 성혼을 조선 삼대 현인이라 하는데 그중 으뜸이 구봉이며 충청우도<충청남도>에 최초의 서원을 세운 고청孤靑 서기徐起는 그의 문하생들에게 늘 말하기를 제갈공명을 알고자 한다면 구봉 송익필선생을 보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전한다.

구봉을 일러 김시습, 남효온과 더불어 산림삼걸山林三傑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구봉의 학문적 깊이는 측량불가라는 말이다. 훗날 여해 이순신은 임진왜란 7년 동안 2323승을 거둔 독고불패獨孤不敗 불멸의 장군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물론 영동현감 방중규方中規의 아들이다 보성군수로 있던 장인 방진方震에게서 강궁 쏘는 법을 배웠고 상춘곡의 시인 정극인의 손자 송정공 정걸 장군에게서 검술을 배우기도 했지만 이건 훗날의 얘기고(159247세부터 숨질 때 53세까지 남긴 그의 일기와 보고서에는 대략 15명의 스승이 등장 함) 분명한 것은 이순신의 공부의 출발은 어려서부터 무관이 아닌 문관으로 벼슬길에 나가기 위해 준비했음에는 분명했다. 다만 그의 인생이 무관으로 바뀌게 된 데는 그의 관상이 한몫 했다 전하는데 순신의 상을 일러 연함호두燕頷虎頭의 상이라 하여 변방의 장수로 나가 큰 공을 세워 후로 봉함을 받을 만한 위무威武스러운 장군의 골상骨相이라는 의미다.

이 말의 출전은 후한서後漢書 47 반초전班超傳에 기록된 이야기로 서역西域에 종군從軍하여 정원후定遠侯로 봉해진 후한後漢 반초班超가 어릴 때 동네어귀에서 놀고 있는데 상을 보는 자가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연함호경燕頷虎頸 차만리후상야此萬里侯相也라고 중얼거리더란다. 이에 반초가 달려가 무슨 뜻이냐 물으니 상쟁이가 풀어 말하길 제비턱에 범의 목을 하고 있으니 이는 필시 만리후의 상이니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공부를 비껴갈 순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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