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갯벌에서 방황하는 도요새
서천갯벌에서 방황하는 도요새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0.03.26 05:11
  • 호수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후 유휴지 사라져 갈 곳 몰라

군 매입…관광자원 활용 절실

 

▲24일 만조 무렵 남전갯벌에 모인 도요새 무리
▲24일 만조 무렵 남전갯벌에 모인 도요새 무리

서천갯벌이 다시 도요새들로 붐비고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에서 월동을 마치고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가다 도중에 한반도 서해 갯벌에 들른 것이다.

이곳에서 한두 달 머물며 영양을 보충하고 몸집을 불린 다음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번식지에서의 산란율은 서해갯벌에서의 영양 공급이 좌우한다고 한다.

서천의 바닷가 사람들은 예로부터 도요새들과 친했다. 장항읍 송림리에서 만난 최기영씨는 많은 종의 도요새들을 이곳 주민들이 분류해 부르는 이름을 소개했다.

찌깐헌 것들은 쫑쨍이라 부르고 좀 큰 것은 도새’, 조금 더 큰 것은 중도새또는 중도’, 그러고 큰 놈은 말도새라고 불렀지요

몸집의 크기에 따라 네 부류로 나누어 불렀다는 것이다. 민물도요나 뒷부리도요 등 작은 것은 쫑쨍이, 그 다음으로 큰 청다리도요나 붉은어깨도요, 흑꼬리도요 등은 도새, 중부리도요나 큰뒷부리도요 등은 중도새’, 크기가 가장 큰 알락꼬리마도요나 마도요 등은 말도새로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을 총칭해 도새라 불렀다고도 한다.

세계적으로 도요목 도요새과에는 85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서천갯벌에 들르는 종은 24종이 관찰되었다.

도요새들은 물갈퀴가 없어 갯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서 갯지렁이나 조개, 칠게 등 저서생물을 먹이로 섭취하며 밀물 때는 물 밖으로 나와 쉬면서 다음 물때를 기다린다.

이처럼 서해갯벌은 도요새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장소이다. 특히 서해갯벌의 중심을 차지하며 금강이 유입되는 서천갯벌은 매우 중요한 곳이다.

서천연안갯벌에서도 장항읍 남전리 갯벌은 특별히 중요하다. 솔리천이 유입되고 있는 이곳 남전갯벌은 칠게나 갯지렁이 등 도요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그리고 이곳은 서천 연안에서도 토사 퇴적이 가장 많아 만조 무렵 서면 도둔리 갯벌에서부터 비인면 연안, 장구만, 마서면 연안 등 서천 연안이 모두 물에 잠기지만 남전갯벌은 아직 물에 잠기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서천 연안 전역에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새들은 만조가 가까워지면 자연히 남전갯벌로 다 모이게 된다.

▲도요새 이동경로
▲도요새 이동경로

만조 때 남전갯벌에 모인 도요새들이 당황해 하는 모습을 역력히 관찰할 수 있다. 남전갯벌마저 물에 잠기면 수면 위를 날며 방황하다 결국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유부도 방면으로 날아간다. 이곳도 사리 때에는 물이 다 찬다. 그러면 군산시 금란도나 멀리 새만금까지 가서 쉬었다 돌아온다.

서천군 연안에는 더 이상 이들이 안전하게 물러나 쉴 곳이 없는 것이다. 배후에 있는 유휴지 마저 개발로 건물이 들어서면서 도요새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군이 매입해 탐조공간 및 관광자원 활용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