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사업 시작한 지 30년... “해수유통 통한 갯벌 복원이 답”
간척사업 시작한 지 30년... “해수유통 통한 갯벌 복원이 답”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0.04.23 15:09
  • 호수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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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시민·환경단체, 해창갯벌에 모여 갯벌 복원 장승제

서천은 새만금방조제로 인한 해양환경 파괴로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다. 조류의 흐름이 약해져 서천 연안에 진펄이 쌓여 조개가 살 수 없게 되었고 어류의 산란장이 사라지고 있다. 마서면 송석리 어민들은 썰물 때면 마을 앞에 있는 아목섬으로 걸어 들어가 바지락 굴을 채취했지만 지금은 펄이 쌓여 바라만 보는 섬이 됐다. 주민들은 새만금방조제 막은 이후 급격히 펄이 쌓여 지금은 허리께까지 차올랐다고 말하고 있다.

▲해창갯벌에 장승을 세우는 모습
▲해창갯벌에 장승을 세우는 모습

전북사람들이 새만금방조제 해수유통과 갯벌 복원을 기원하는 장승제가 18일 오전 부안군 하서면 해창갯벌에서 열렸다.

부안군농민회와 새만금해수유통전북행동, 새만금해수유통전북도민회의 등에서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생태지평,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환경단체 회원들과 문규현 신부, 법만 스님, 갯벌 복원을 염원하는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하루 전인 17일 오전부터 참석한 사람들은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4개 종단의 새만금갯벌 복원 기도처로 쓰이던 컨테이너 박스 1개를 새것으로 교체했으며 장승깎기, 터파기 등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야영을 하며 고 이강길 감독의 새만금 기록영화 <살기 위하여>를 관람했다.

변산면 대항리 방조제 시작 지점 바로 안쪽에 있는 해창은 칠산바다 수산물이 모여들던 포구였으나 1991년 방조제 건설이 시작되며 마을은 사라졌고 뒷산은 헐려 방조제 쌓는 토석으로 들어갔다. 2000년 환경단체들이 모여 이곳에 장승 70여 개를 세우면서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의 중심이 됐으며 200334개 종단의 성직자들이 펼친 '31'는 이곳 해창갯벌에서 출발했다.

장승벌이라 부르는 이곳에 부안군농민회를 중심으로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은 해마다 이곳에 장승을 추가하며 갯벌 복원의 염원을 담아왔다. 지난해에는 서해 수호 여신 개양할미 장승을 세웠으며 올해에는 개양할미를 돕기 위해 제주도에서 온 설만대 할망과 지리산 산신령 장승을 깎아 세웠다. 부안군농민회 김진원 회장은 설만대 할망이 제주에서 이곳까지 오는 중에 바다가 다 죽은 것을 보고 화가 나 머리에 뿔이 돋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새만금호를 담수호로 만들기 위해 수질개선사업에 4조 원을 투입했다. 1단계 사업(2001~2010)에서 14568억 원이었으며 2단계 사업(2011~2020)26253억 원이다. 방조제 안쪽의 수질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일부 구간에서는 수질이 더 악화됐다고 전북의 환경단체에서는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는 2단계 사업이 끝나는 올해 9월 새만금 해수유통 결정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초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수질 개선을 위한 3단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만금해수유통전북행동은 지난 312일 시민 360명의 서명을 받아 새만금수질개선사업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감사청구이유서를 통해 새만금호 목표수질은 농업용지 4등급, 도시용지 3등급이지만 현 수준은 최악의 6등급까지 되레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환경운동의 상징이 된 해창 장승벌을 끝까지 지킬 것을 다짐했다. 전북도가 추진하는 2023년 세계 잼보리 대회는 당초 군산시 야미도 매립지에서 열 계획이었으나 이를 변경해 장승벌이 있는 부안 해창갯벌을 매립해 치른다는 계획이다. 새만금사업단에서 현재 장승들을 새만금전시관 옆에 부지를 마련해 옮기겠다고 통보해왔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현 위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해수유통전북행동의 최종수 신부는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며 해수유통을 통한 갯벌 복원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새만금전시관에 전시된 새만금 수변도시 입체 모형
▲새만금전시관에 전시된 새만금 수변도시 입체 모형

한편 새만금간척사업 인근에서는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회 국회의원(부안·김제)실에서 시행한 여론조사를 지난 310일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 김제시민은 72.7%, 부안군민은 78.5%가 해수유통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에서는 새만금해수유통전북행동이 시행해 지난 317일에 발표한 여론조사결과 군산 시민의 64.9%가 해수유통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421일 새만금방조제 끝물막이로 물길이 막힌 지 14년이 지났으며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 지 올해 30년째를 맞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 시행청인 농어촌공사에서는 방조제가 시작되는 변산면 대항리에 새만금전시관을 짓고 수변도시 입체 모형도를 만들어 간척사업을 홍보하고 있지만 이 사업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반면에 세계 최대의 갯벌을 파괴한 대가는 서해안 전역에서 부메랑이 되어 수산업궤멸이라는 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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