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누름 때면 ‘갑오징어’가 제철
보리누름 때면 ‘갑오징어’가 제철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0.06.04 07:10
  • 호수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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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를 해친다는 ‘오적어’가 본 이름
▲갑오징어
▲갑오징어

해마다 보리누름 때면 갑오징어가 제철이다. 갑오징어라 불리는 오징어는 동해안의 오징어와는 확연히 다르다. 다리가 짧고 살이 두툼하며 몸 안에 등뼈가 있다. 갑오징어는 살이 두껍고도 연하며, 맛이 달고 좋아 동해안의 오징어와는 비교할 수 없다. 갑오징어는 본래 이름이 오적어(烏賊魚)였다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오적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남월지(南越誌)에는, 오징어는 까마귀를 즐겨 먹는 성질이 있어서 날마다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 줄 알고 쪼으려 할 때에 발로 감아 잡아가지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오적(烏賊)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했다.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서해안 오징어는 이름 앞에 이나 을 붙여 부르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자산어보>는 동해안 오징어에 대해서는 분명히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큰 놈은 길이가 한 자 정도 되고, 모양은 오징어를 닮았는데 몸이 좀 더 길고 좁으며, 등판이 없고 뼈만 있다. 뼈는 종이장처럼 얇다. 이것이 등뼈이다. 빛깔은 붉으스름하고 먹을 가지고 있으며 맛은 약간 감미롭다

반면에 갑오징어의 몸길이는 보통 30센티미터 정도이나 더 큰 놈도 있다. 그리고 등에는 작은 배 모양의 석회질로 구성된 뼈가 있는데, 이 점이 가느다랗고 종이처럼 얇은 뼈가 들어 있는 동해안 오징어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갑오징어 뼈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효능이 있어 약이 귀했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상비약으로 비축해 두었었다.

보리가 익어갈 무렵 금강 하구 어장에서는 갑오징어가 지천이었다. 산란을 위해 하구 갯벌로 모여드는 것이다. 이 무렵에 갑오징어의 제맛을 느낄 수 있으며 미식가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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