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언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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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 승인 2020.07.08 23:28
  • 호수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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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군데나 수정…충남 학생인권조례, 실망입니다
충남교육청, 개악수준의 수정 조례안 철회해야

충남 학생인권조례안이 4시간의 진통 끝에 원안에서 무려 19군데나 수정돼 19일 통과했다. 26일 본회의 표결만을 앞둔 시점이지만 지역 교육, 시민사회 단체는 수정 조례안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3년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 7년 만의 전국 5번째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기다려온 지역 시민사회는 왜 수정안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표하고 있을까?

 

이게 학생인권조례라고?

교육위원회에서 수정된 충남 학생인권조례안을 확인한 결과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난도질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부실한 조례안을 학생인권조례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문일 정도다.

수정된 충남 학생인권조례안은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 보장에 대한 조항이 미흡했다. 또 학생인권옹호관의 업무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수정 조항 등이 큰 문제다.

먼저 학생의 인권을 보장한 조항의 경우 제71항에서 학생은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놓고는 2항 반성문, 서약서 강요 금지 조항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학생들의 반성문 강제가 헌법상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으며 직장에서의 반성문 강요가 위법행위라는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반성문과 서약서 강요금지는 이미 제정된 네 개 지역의 학생인권조례에서도 공통으로 항목을 두고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헌법상 양심의 자유 조항인데 충남 학생인권조례안에서는 왜 빠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104'교직원은 학생에게 지문날인, 서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를 삭제해 버린 것도 갈수록 중요해지는 개인정보 인권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삭제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세계인권선언 제26조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 인권 문헌에서는 교육의 중요성과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가 기본적인 권리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특히 성장하고 배우는 단계인 초중고 학생 인권을 보장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라면 인권교육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나와 있어야 할 것이다. 기존 4개 지역 학생인권조례 역시 학기당 2시간 이상 학생에게 인권교육을 해야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수정된 충남 학생인권조례는 원안에 있는 456'학교의 장은 학생들에게 학생 인권에 관한 교육을 학기당 2시간 이상 실시해야 한다'라는 조항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또한 28조에 규정된 노동인권 교육과 현장실습 시 학교장의 책무 조항은 역시 통째로 삭제해 버렸다.

인권교육 의무조항이 빠진 학생인권조례의 효과를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한참 늦은 학생인권조례... 사실상 개악안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의 교육청에서는 학생 인권 보호와 관련해 조례에 따른 조직을 특색 있게 운영하고 있다. 충남 학생인권조례에서도 학생인권옹호관과 학생인권센터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 인권침해 대응과 체계적인 학생 인권 교육이 주요 업무이다.

그런데 이 조직에 대한 수정안도 비상식적인 수준이다. 원안 35조는 학생인권센터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규정해 놓았는데 특히 3항에는 '센터에는 상담조사관 1명을 포함한 상근 사무직원을 둔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수정안은 이 규정 중 '포함한 상근 사무직원'이란 내용을 없애 버렸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신규 채용하는 인권옹호관과 조사관 외 상근 사무직원을 더해 센터 인력구성을 할 여지를 없애 버린 것이다. 수정안대로라면 충청남도 내 1200개가 넘는 교육기관의 인권업무를 센터장인 인권옹호관과 조사관 1, 단 두 명의 직원이 담당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안인 것이다.

조직구성도 문제지만 학생 인권침해 사안을 조사해야 하는 인권옹호관 업무의 독립성을 수정안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원안 43조는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1항의 '학생인권옹호관, 조사관, 센터 및 학생인권상담실의 사무직원은 구제신청과 학생 인권침해에 관한 조사와 관련하여 알게 된 사항에 대하여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라는 조항 전체를 삭제해 버렸다.

이 삭제 수정안을 관철한 도의원은 학생 인권 침해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조사담당자가 비밀을 지키지 않을 시에 나올 우려스러운 역효과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인권침해를 당한 당사자가 자기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안다면 충남교육청 인권옹호관에게 상담이나 진정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수정안이 의도하는 것이 혹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도 교육청의 간섭을 정당화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실제 41조 학생 인권침해사건의 조사에 대한 규정 원안은 '학생인권옹호관은 구제신청이 있는 경우에 피해 학생의 동의를 얻어 사건을 조사한다'라고 돼 있는데 수정안은 피해 학생의 동의 외에 '교육감의 동의'도 추가했다.

이 수정안만 놓고 보면 피해 학생이 조사를 동의했어도 교육감이 자신 업무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 동의하지 않는다면 조사가 불가능하게 해 놓은 것이다.

열아홉 군데 수정안의 전체적인 방향은 인권옹호관과 인권센터의 독립성을 방해하고 충남교육청이 인권교육, 노동인권교육과 같은 인권업무 전반에 걸쳐 책무를 덜 지려는 흐름으로 수정됐다.

김지철 교육감 선거공약 중 하나였던 학생인권조례안이 발의됐음에도 충남교육청 차원의 공식적인 지지나 환영의 의사가 없었는데, 원안에 대한 불만과 수정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충남 학생인권조례 원안은 한두 명 도의원의 즉흥적인 발상의 결과가 아니라 6명의 도의원과 10여 명의 시민사회 활동가가 8개월 넘게 학생인권연구모임을 진행하면서 내온 성과물이다.

그럼에도 발의한 안은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아쉬운 점에 대한 보완이 될 줄 알았던 교육위원회가 무려 19군데에 걸쳐 사실상의 개악안을 수정심의 통과시켰다. 이것은 충남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생인권의 실질적 보장과 발전을 바랐던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사건이다.

만약 수정안 그대로 충남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다면 기존 4개 광역시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뒤늦게 제정된 조례임에도 가장 부실한 학생인권조례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충남교육청과 도의회는 인권의 보편성과 진보성, 평등권이 해치지 않도록 충남 학생인권조례를 제대로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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