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코로나19 이후의 농업
■ 모시장터 / 코로나19 이후의 농업
  • 최용혁 칼럼위원
  • 승인 2020.07.09 16:46
  • 호수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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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칼럼위원

코로나 19 이후 그동안 세계를 유지하던 질서가 무너지려는 조짐이 보이는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각 나라마다 국경 또는 도시를 봉쇄하고 국가 간, 심하게는 도시 간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개인에게도 사회적 거리 유지를 강조하는 등 외부와의 차단을 일차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어서 근본적인 대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치닫고 있는데서 그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이 취한 이동제한 조치에 따라 식량의 이동 역시 불확실해지고 있다. 식량의 생산, 가공, 유통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토지와 농업을 모두 선진국 자본에 빼앗겨 버린 경우일수록 더 심각하다.

2007-2008년과 2010-2011년에 발생한 식량난은 식량시장의 특성과 수요와 공급,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던 경우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의 사태는 다르게 흘러간다. 미국 농무부의 최신 세계곡물수급전망에 따르면 2019-2020년도 세계 전체 곡물 재고율은 30.4%로 추정된다. 이는 FAO 권장 적정 재고율이 17-18% 임을 감안하면 전 세계 곡물 재고량은 아직 충분함을 알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 FAO 등이 경고한 식량위기는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재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물류의 문제로 인해 식량에 대한 접근성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무역 기구 WTO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를 통한 식량의 자유로운 교역이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는 주장은 코로나 19 이후 완전한 허구임이 드러났다. 이런 허구적 논리가 식량 수입국의 식량난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 주요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량수입국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2020년 현재 사료용 곡물을 포함하여 21.7%에 머물고 있다. 쌀마저도 94.5% 자급에 머물고 있으며 점차 주식에 가까운 소비량을 보이는 밀은 0.9%인 것이 현실이다.

식량은 전략물자이다. 그에 맞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농업을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허수아비가 되고 있는 WTO 핑계를 대며 아직도 자유로운 교역을 통해 식량안보를 지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농업 선진국을 이루지 않고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너무 평온한 발언이다. 농업을 지켜내지 않고는 삼동 추위를 벌거벗고 버티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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