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남명의 ‘연서조저燃犀照渚’ 공부법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남명의 ‘연서조저燃犀照渚’ 공부법
  • 송우영
  • 승인 2020.07.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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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지금은 공부가 출세와 돈벌이의 도구요 통로요 매개체요 그 알파와 오메가가 된지 오래지만 그래도 한때는 공부가 사람 됨됨이를 결정짓는 수신의 과정이 된 적도 있었다. 그때의 사유를 지금의 시대에 따르라 한다면 뉘집 개가 짖으랴 하겠냐 마는 그럼에도 아직은 공부는 바름을 향한 자기 수양의 기본임은 분명하다.

남명 조식은 말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하지 않음을 모독으로 느낀다.<학인자불학감치學人者不學感恥> 여기서 치는 부끄러울 치인데 내암 정인홍에게 주는 전별어에서 치를 모독을 뜻하는 오욕汚辱으로 말했다 전한다.

공부는 언제하는가. 평생공부이지만 그 기초는 아버지의 바짓가랭이를 끌 정도의 어린 나이인 해제지동孩提之童 때부터 시작해서 20세 안에 1차 기초공부가 끝난다. 만약에 이때 1차 기초공부가 덜 됐다면 공부를 더 해서 그 기초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남명 조식은 기초가 덜된 자가 세상에 나가게 되면 이름이나 훔쳐 남을 속이려 들게 뻔하다라고 했다. 20세 안짝에 기초공부가 튼튼하게 된 자의 삶은 그야말로 수정알처럼 빛날 것이고 그런 자가 공무원이 된다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지 않을 것이며 제 자식의 출세를 위해 문서를 위조하지도 않을 것이며 같은 동료라며, 같은 편이라며 비리를 본다 한들 한쪽 눈 질끈 감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부모가 피땀으로 일군 희망을 함부로 낭비한 자녀가 맞닥뜨릴 댓가는 늘 혹독한 법이다. 인생에게 청춘의 시절이 있는 것은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랑이 담배물던 시대라 불리던 고대에 우왕이 있었다. 그가 임금이 되기 전에 기산에 들어가 공부할 때 빛과 그림자 곧 광음을 다투며 공부를 했다 전한다. 척벽비보尺璧非寶 촌음시경寸陰是競이 그것이다. 은 길이의 단위로 오늘날의 30센치미터에 해당된다. 은 둥근 옥 구슬인데 훗날 화씨의 벽으로 대표되는 중국인들에겐 최고의 보배로 여기는 물건이다<.전국시대 조나라 재상 인상여藺相如의 완벽完璧이란 고사 참고>

이 벽하나면 대한민국 크기의 땅 7개와 맞바꾸자해도 바꾸지 않은 만큼 값나가는 옥이다. 은 척의 십분의 일에 해당되는 시간이지만 여기서는 순간이나 찰라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으로 해석된다. 은 그림자로서 세월이 가는 시간을 말한다. 촌과 음이 합해 촌음으로 불리울 때는 매우 빠른 시간을 말한다

는 동사로 영어의 ‘is’에 해당된다. 은 경쟁하다 다투다는 말이다. 촌음시경이란 시간과 싸운다는 말이다. 이 말의 출전은 천자문이지만 기원은 우임금에게서 비롯된다. 이 문장에서 후학 주자는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이요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라7자씩 끊어 경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청춘은 빨리 지나가고 공부는 하기 어려우니 짧고 짧은 시간일지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뜻이다.

청춘은 놀고먹고 마시며 춤추는 향락의 놀이터가 아니다. 오늘 공부가 게으른 청춘은 내일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게으른 농부는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절망의 계절에 울부짖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때 가서 슬피울며 치를 떨며 가슴을 친들 뾰족한 수 있을 리 만무하니 공부하거라. 어려서 힘껏 공부하거라. 그래야 어른이 되어서 후회가 없나니. 훗날 창녕 현감을 지낸 성리학자 정구에게 해준 말이다. 아마도 젊은날 그도 공부를 꽤나 게을리했던 모양이다. 젊은 날 공부에 끝을 본 사내들이 어찌 한둘이랴마는 그중 퇴계와 남명도 빠지지 않는다.

1501년 연산군 7, 경상도 땅에는 거유巨儒 두 사람이 태어나는데 낙동강을 중심으로 동쪽은 좌도 서쪽은 우도, 동쪽인 경상좌도 안동 예안에서 태어난 퇴계 이황과 서쪽인 경상우도 진주 삼가현에서 난 남명 조식이 그다.

둘은 서로 만났다는 기록은 없으나 서신은 오갔는데 이황은 남명의 공부법에 대해 연서조저燃犀照渚라는 표현을 쓴다. 물소뿔을 태워 물속을 비추어 본다. 라는 뜻인데 쉽게 말해서 격물치지의 공부법이라는 말로 사리를 따져서 깊이 고민하고 궁리하여 답에 이르는 공부법을 말한다. 더 쉽게 말해서 알 때까지 공부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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