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갈대밭, 시설물이 관광객 부르나
사설 / 갈대밭, 시설물이 관광객 부르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20.07.16 11:15
  • 호수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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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류지역에서 1차 생산자인 갈대는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오랜 기간 공생해왔다. 갈자리를 짜고 빗자루를 만들며 지붕을 이는 재료로 사용됐다. 갈대를 이용해 이러한 공예품을 만들어 시장에 팔기도 했다.

갈대는 여러해살이풀로 생존하며 땅속줄기, 뿌리 등이 변형된 저장기관을 갖고 있다. 이러한 갈대의 뿌리는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되어왔다. 갈대가 처음 나올 때를 ()’, 좀 크면 ()’, 완전히 자란 것을 ()’라고 하는데 뿌리의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각종 독을 풀어준다.

옛날에 가난한 농부의 어린 아들이 열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자 약방에 찾아갔다. 약방의 주인은 비싼 약만 권할 뿐이어서 낙담을 하고 집에 왔는데, 마침 거지가 찾아와 사정이야기를 듣더니 갈대뿌리를 캐어 달여 먹이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이를 마신 아이는 열이 내리고 정신이 돌아왔고, 농부는 그 거지를 친구로 삼았다 한다.

갈대 뿌리는 중추신경의 흥분을 억제하고 진정작용을 하며, 교감신경의 흥분을 억제하고, 혈당강하 작용, 혈압강하작용, 해열작용을 한다고 한다. 청정지역의 갈대 뿌리를 캐서 잘 씻은 후 그늘에 말려 잘게 썰어 사용하는데 갈대의 뿌리는 방사능 중독과 그로 인한 백혈구의 감소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갈대 뿌리는 오리과 철새들의 먹이이지만 사람들도 이를 식용으로 채취해 사용했다고 신성리에서 만난 노인들이 증언하고 있다.

갈대는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의 한시에도 등장한다. 목은 선생의 한산팔영(韓山八詠)’ 시 가운데 여섯 번째인 진포귀범(鎭浦歸帆. 진포로 돌아가는 배)’이라는 제목의 오언절구에서 돌아오는 배는 웅포 쪽에서 낚시를 하고 돌아오는 배로 진포는 곧 신성리 포구였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갈대밭에 군이 많은 비용을 들여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하려 하고 있다. 금강 뱃길 사업과 연계해 120억 원을 투입, 세계갈대정원, 갈대예술공원, 나노생태전시관을 조성한다는 는 것이다.

갈대는 반수중식물이다. 현재 신성리 갈대밭은 금강하굿둑이 막히며 완전히 육지로 올라앉은지 오래이다. 현재 환삼덩굴과 억새 등 육지 식물이 급속히 번지고 있고 갈대도 왜소해지고 있다.

이처럼 변해가는 갈대밭의 복원은 뒷전인 채 추진하는 각종 시설물은 나중에 어떤 추물로 전락할지 모른다. 신성리갈대밭에 관광객을 불러오는 것은 갈대이지 시설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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