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조삼모사(朝三暮四)도 기술이다
■ 모시장터 / 조삼모사(朝三暮四)도 기술이다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0.08.07 09:24
  • 호수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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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국민을 위하여 정말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왜 민심은 따라 와주지 못하는 것인가.”

누가 봐도 열일’(열심히 일함)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허구한 날 온갖 유언비어와 정치적 공격과 가짜뉴스 생산자들의 조롱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보기에도 딱할 지경이다. 대통령은 인격적이고 내각은 분주하며, 지난 정권들과 같은 부정부패나 권력형 비리도 크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어느 정도 진실인 것 같다. 이러한 진심을 알기에 국민들은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도 정부에 높은 지지와 신뢰를 보내며 무엇인가를 기다려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문 정권을 중국이나 북한과 한 패거리인 양 호도하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로 비난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뚜렷한 근거도 없어서 무책임한 가짜뉴스임은 명백하다.

언제나, 무슨 일을 하든 반대를 일삼는 일부 정파나 세력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이런 숫자 정도는 있을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이쪽도 저쪽도 들지 않는 중도층 시민 입장이다. 지금 정부에 대한 공격이 심각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도층의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강력한 정책이 나오면서 서울-수도권에서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났다.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미래통합당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국적인 지지율이 뒤집힌 것은 아니니 아직 국민들이 기대를 접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서울지역에서 지지율의 역전은 심상히 여길 일이 아니다. 시장 선거도 남아있는 터이다. 7월 마지막 주에는 민주당 31.4%, 통합당 40.8%(tbs=리얼미터), 8월 첫 주에는 민주당 33.8%, 통합당 35.6%(YTN=리얼미터) 2주 연속 역전현상이 지속되었다. 여러 요인들이 겹쳐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야당은 그 내용도 추진 과정도 문제를 삼고 있다.

사실 부동산 투기라는 한 가지 아이템으로 재벌 뺨치게 돈을 번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망국적인 투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나라의 경제체질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온당한 방향이다. 그러므로 나라의 적폐를 청산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건전한 경제체질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본적으로 관철되어야 한다.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때문에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이 빌미가 되어 시민의 불안이나 불만이 가중된다면, 더 많은 정책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번 밉게 보이면 잘하는 일도 미워 보이게 마련 아닌가. 그러니 정부와 여당은, 이 부동산 정책 때문에 정부에 대한 민심의 지지가 뒤집히지 않도록 진지하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제발 국민이 몰라서 그래라든가 진짜 정의를 알려주마와 같은 태도는 집어치워야 한다. 아무리 겸손한 소시민이라도 내 인격을 얕보는 사람에게는 배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차라리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지혜를 배우는 게 낫다. <장자>에 나오는 말이다. ‘신명을 다하여 하여 하나가 되려 해도 끝내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 이것을 일컬어 조삼이라 한다(努神明爲一 而不知其同也 謂之朝三)’.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욕은 욕대로 먹는 이 정부의 추진방식이 바로 조삼과 같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이 고사를 보면, 기본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도 실질적으로 관철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치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사회정의가 반드시 고지식한 법전이나 교리를 통해서만 관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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