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행정수도 이전’ 균형발전이루면 얼마나 좋을까
■ 기고 / ‘행정수도 이전’ 균형발전이루면 얼마나 좋을까
  • 한경석 / 한국폴리텍대학 외래교수
  • 승인 2020.08.07 09:59
  • 호수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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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로 갈까. 오염된 공기, 숨 막히는 고층건물, 도로마다 빼곡한 차량, 어마어마하게 비싼 집값 등 인간 생태계가 미처 돌아버릴 것 같은 서울이다. 그러나 두 주먹 불끈 쥐고 고향마을을 등지는 젊은 발길은 그칠 줄 모른다. 부모도 자식의 등을 떠밀어 지방보다는 서울로 가라한다. 서울 그곳에는 먹고 살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고령인구 팽창과 피폐해진 지방 살림, 반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서울로부터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여 지방이 살고 불균형의 대한민국이 살아나면 얼마나 좋을까 일말의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장밋빛 청사진만은 아니다. 브라질은 지역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1960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리상 중심부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이전하였다. 2010년 기준 브라질리아 인구는 국내 4번째로 많지만 국내총생산은 3.8%를 차지하여 인구 상위 3개 도시에 비교하여 크게 뒤진다. 건설 초기 행정기능 조성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수도와 그 배후 지역에 도시지원 기능, 즉 여가와 문화서비스 등 산업기능이 부족해지는 불균형의 결과를 낳았다. 고 소득층이 여전히 동부해안도시에 기러기 생활을 지속하면서 주말과 휴가철에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721일 국회에서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하고, 아울러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 및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과연 행정수도 이전으로 지역균형 발전, 수도권 과밀화,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까? 2003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기업들이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35~70만 명이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유입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2012~2016년 사이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유입된 인구는 43,000명에 불과한 반면, 대전 충청권에서 유입된 인구가 85,000으로 유입인구 중 60%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성장의 핵심인 민간영역의 유입을 유도할 구체적 수단이 뒷받침 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상당한 행정기능이 세종시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선호현상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또한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지방균형발전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막연한 기대는 경계대상이다.

지방, 도시 공히 발전의 핵심요소는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정주환경이다. 기업도 이전하고 교육, 문화, 행정 등 삶의 질을 충족시켜줄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 주말 공동화 현상이나 기러기 가족이 줄어들게 된다. 치밀하게 융복합된 정주 공간을 조성해야한다는 말이다. 실효적 방안 없이 끓어오르는 부동산 문제 등 뜨거운 현안의 국면을 전환하려는 용도로 밀어붙인다면 그 결과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임대차3법 포함 부동산관련법 11개를 무더기 상정 통과 시키면서 논의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서울은 천박한 도시”, “월세 전환은 정상등 정치권의 다듬어지지 않거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발언들은 민심을 들끓게 한다. 소위에서부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주도면밀히 심의하여 지방과 서민이 보다 잘사는 미래지향의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과 입법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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