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4.01.02 00:00
  • 호수 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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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의 나이에도 봉사를 실천하는 그녀는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고있다
서천군 보건소 옹달샘, 그곳은 그녀가 있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이다. 항상 사랑으로 옹달샘을 가꾸는 그녀의 노력에 이곳은 세상 사람들이 편견 없이 어울리며 모두 친구가 되는 열린 공간이 되고 있다.

“꽃잎을 만들 때는 잎 방향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그래 잘하고 있어요”

매주 수요일 오전 종이접기 시간, 10여명의 정신장애우들에게 강사 전연분(76·장항읍 신창리)씨가 종이접기를 지도하고 있다. 마치 자상한 엄마처럼 장애우들을 하나하나 돌보는 그녀. 진정 뜨거운 가슴으로 그들을 대하는 전씨의 얼굴은 종이꽃보다 더 활짝 핀 웃음꽃이 지지 않는다.

“우리들이 만든 이 작품 좀 봐. 여러 사람의 공동작품이라 못 만든 꽃도 있고 잘 만든 꽃도 있지. 하지만 이렇게 한데 모아놓으니 다 좋아 보이잖아. 우리 역시 이렇게 한데 어우러져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 되겠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장애우들의 친구가 된 전씨, 그녀는 그들에게 ‘할머니 선생님’으로 통하며 일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작품을 하나하나 만들어 갈 때마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신 역시 노년에 새로운 삶을 찾은 것이 기쁘다.

“처음 종이꽃 접기 강의를 할 때 어려운 점이 많았지. 일 대 일로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 사람씩 봐주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수업시간에 딴청을 부리기도 하고 금방 알려줬는데도 기억하지 못해 속상하더라구. 근데 지금은 달라”

3년이라는 시간동안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됐다는 전씨는 장애우들을 끝없이 칭찬하는 것을 기본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로 수업을 전개한다.

“내가 노년에 이런 생활을 할 줄 생각도 못했어. 20살에 시집와서 남편을 일찍 여의고 8명의 자식 뒷바라지에 세월 다 갔지. 그래서 그런지 난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

수요일의 강의시간을 제외하고도 목요일 날 보조강사로 나서는 전씨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오히려 더욱 젊어지는 기분마저 든다고.

“꽃을 만드는 게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나이가 있다보니까 손놀림도 느려서 힘든 점이 많거든. 그런데도 사람들을 보면 자꾸 꽃을 주고 싶어 어쩔때는 밤 늦은 시간까지 작품 활동을 해”

사랑은 나누면 배가된다는 말처럼 아름다운 것을 나누다 보면 세상도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 주변사람들과 종이꽃을 나눈다는 전씨, 옹달샘 수업시간에 작품활동을 하는 것 이외에 주변사람들에게 종이꽃을 선물한다.

또 그동안 옹달샘 가족들과 활동한 작품들은 전시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달력의 삽화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녀의 꾸준한 봉사활동은 입소문을 타고 지역에 많이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그 공을 인정받아 도지사 상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요즘은 꽃꽂이를 배우는데 늙었다고 집에만 있을게 아니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야 할 것 같아”

배움에는 끝이 없고 종이꽃 접기를 가르치기 위해서 지금도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전씨, 치매예방을 위해 4년 전 배운 종이꽃 만들기 취미가 오늘날 빛을 보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오랜 시간 장애우들과 하며 우린 이제 단순한 교사와 학생 관계가 아닌 가족이 됐어. 꽃잎 하나 하나가 모여 꽃을 이루듯 그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어” 앞으로 남은 여생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장애우들에게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전씨, 여든을 바라보는 노년의 나이에도 자신을 불태워 세상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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