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수불석권手不釋卷으로 괄목상대刮目相對 인물 되라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수불석권手不釋卷으로 괄목상대刮目相對 인물 되라
  • 송우영
  • 승인 2020.09.24 12:11
  • 호수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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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오복오하아몽吳復吳下阿蒙이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해석을 한다면 오나라에 있을 때의 여몽이 아니구나라는 말인데 좀더 쉽게 풀어쓴다면 어허. 옛날의 여몽이 아니구나쯤 된다. 바꿔 말하면 옛날에는 멍청했는데 지금은 너무 똑똑하여 전혀 딴사람이 돼 있구나라는 놀람과 경탄의 말이다.

이 말은 노숙이 진중에서 여몽을 칭찬하며 했던 말로 여몽과 노숙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손에서 자란 인물들이다. 둘이 다른 점이 있다면 여몽은 가난했고 노숙은 부자였다는 것. 노숙은 부자였던 탓에 24시간 공부가 일이었다면 여몽은 가난한 탓에 24시간 어떻게 하면 밥 굶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여기서 붙여진 이름이 여몽을 아몽阿蒙이라 부른 것이다. 는 동네 바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10세 때부터 전쟁터를 따라다니며 잔심부름해줘가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묘(?)를 터득하게 된다. 이런 내막을 알턱이 없는 모친 또한 그런 아들 덕에 밥 굶지 않고 살게 됐는데 한번은 그의 어머니가 아들이 그짓(?)을 해서 밥을 얻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겁하며 아들을 불러놓고 눈물로 타이르지만 아들은 이 길 외에는 밥을 먹을 길이 없다며 어머니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되어 마침내 여몽은 적벽赤壁 대전에서 위나라 조조曺操의 대군 80만을 패주시킨 명지략가 오나라 손권孫權의 부하 장수가 된다. 그야말로 입지전적의 인물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글을 모른다는 것이다. 싸움이라면 천하의 맹장이 분명하나 문제는 글을 모르니 전쟁에 승리해도 승전보를 써서 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큰일이다.

보다 못한 재상 노숙魯肅이 나서서 말한다.

마땅히 공부하여 스스로 깨우쳐서 견문을 넓히시게<의학문이자개익宜學問以自開益> 광무제도 군대에서 일을 하면서도<광무당병마지무光武當兵馬之務>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수불석권手不釋卷> 맹덕 또한 스스로 늙었음에도 공부하기를 좋아했거늘<맹덕역자위로이호학孟德亦自謂老而好學>”

그러자 여몽은 이 말에 느낀 바가 있었던지 그날부터 뜻이 돈독하여 부지런히 공부하기를<독지불권篤志不卷> 어찌나 열심히 했던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하였다.<수불석권手不釋卷> 여기서 나온 고사가 괄목상대인데 사람은 삼 일을 만나지 않으면 두 눈을 비며 크게 뜨고 상대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뜯어볼 필요가 있다<사별삼일士別三日 즉갱괄목상대卽更刮目相對>고 배송지裴松之가 삼국지 주석을 달면서 저본으로 썼다는 삼국지 여몽전에 나오는 강표전江表傳의 글을 인용하여 밝혀 후학들에게 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여몽이 10세 때 전쟁터를 누비며 끼니를 해결한 대목이다. 이 대목을 특이하게 받아들인 소년이 있었는데 성완이 그다. 여몽이 10세 때 먹고 살기위해 전쟁터를 누볐다면 나는 살아남기 위해 문자전쟁터를 누비리라며 공부했다는 기걸찬 소년이다. 병자호란 때 강화도가 함락되자 문루에 화약을 쌓고 불을 붙여 자분自焚 순절한 풍계楓溪 김상용金尙容의 서녀가 그의 모친인데 이 모친이 친정 아버지에게 워낙 귀여움을 많이 받아 서녀로서는 드물게 특별히 한시를 많이 배웠다 전하며 특히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준 인물이 아버지 김상용의 둘째 부인 사계 김장생의 누이 광산김씨녀라 한다. 물론 그녀가 한시로서 여류시인 명부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훗날 성후룡에게 출가하여 낳은 큰아들 성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어려서 모친으로부터 문리를 깨우친 성완은 이미 10세 때 집안 어른인 예조참판禮曹參判 운곡雲谷 남노성南老星<김상용의 외손>을 찾아가 수학한다. 이후 이항복李恒福의 제자로 14세 때 별시 초선初選에 합격하여 문명을 떨친 동명東溟 정두경鄭斗卿에게 사기史記와 장자莊子 등 대편거질大篇巨帙을 배웠고 어린 나이에 채유후蔡裕後, 민정중閔鼎重, 이단상李端相, 김수항金壽恒, 남용익南龍翼 등 당대의 명공대가名公大家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가난이든 서얼이든 환경과 처지에 자신을 함몰시키지 않고 그렇다고 한탄도 불평도 아닌 오로지 공부만으로 자신을 일으켜세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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