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개재아이이皆在我而已로 공부의 기준을 삼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개재아이이皆在我而已로 공부의 기준을 삼다
  • 송우영
  • 승인 2020.11.19 10:42
  • 호수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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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본正其本 만사리萬事理라는 말이 있다. 남북조 시대 송나라의 범엽398-445이 쓴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인데 기본이 바로 서면 만사가 순리대로 된다는 말이다. 정기본正其本이란 말은 고래로 있어 온 말인데 측천무후 때 사관 오긍吳兢의 말을 빌면 기본이 바로 서야 하는 까닭은<유정본由正本> 기본은 내가 흔들릴 때<본즉기요좌편本則己搖左便> 나를 잡아주는 쇠말뚝과 같은 거다<기집철궐己執鐵橛>”라고 했다.

이는 곧 모든 일에 그렇겠지만 특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더욱더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범부의 자녀가<부가자夫家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음에도<불여재不與財>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불학이不學而> 이는 필시 가까이는 자신의 몸이 힘들어지고<근궁신近躬辛> 멀리는 가문을 옹색케 할 것이며<원가옹遠家壅> 나아가서는 마을의 근심거리가 될 것이다.<종리우終里憂>

이것을 한훤당 김굉필은 이렇게 풀어 제자들을 가르쳤다 전한다. “이는 마치 산골의 가난한 선비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고치려 하는데 반드시 먼저 집을 수리할 만큼의 넉넉한 재물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뛰어난 목수를 구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좋은 목재를 얻어야 하며 그 다음으로는 날씨가 좋은 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집수리 비용이 준비되어 있지 않고 뛰어난 목수도 구하지 못했고 좋은 목재도 얻지 못했으며 날씨마저 흐린데 급한 마음에 의욕을 앞세워 집을 고치겠다고 기둥부터 뜯어낸다면 앞으로 닥칠 일은 고스란히 가족의 고통으로 남는다. 공부하지 않고 세상을 나간다는 것은 이와 같은 일이다.”

이 말을 한 시기의 정확한 연대와 장소를 알기는 불가하나 제자 산당山堂 최충성崔忠成과 함께 공부한 문도들에게 해줬다 전하는 말임에는 분명하다. 스승의 당부가 이 정도라면 제자들의 공부가 얼마나 혹독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공부를 깊이 한 자는<학후자學厚者> 시대가 드러내어 일어나지만<발현어순시勃懸於順時> 공부를 멀리 한 자는<학원자學遠者> 시대가 외면하여 곤고한 인생을 산다.<축순어순시蹙巡於順時>” 중국 남조 양나라(502-557)의 역사서인 전56권으로 된 양서梁書를 기록한 진나라 사람 요찰姚察<629>이 아들 요사렴姚思廉<당태종 때 역사학자>을 가르치면서 했다는 말이다.

개재아이皆在我耳라는 말이 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모두 나에게 달려 있다는 말인데 율곡이이 선생께서 격몽요결 입지장에서 하신 말씀이다.

사람의 본성은 본래 선하여<인성본선人性本善> 고금과 지우의 차이가 없거늘<무고금지우지수無古今智愚之殊> 성인은<성인聖人> 무슨 연고로 홀로 성인이 되시며<하고독위성인何故獨爲聖人> 나는 무슨 연고로 홀로 일반인이 되었는가.<아즉하고독위중인야我則何故獨爲衆人耶> 이는 진실로 뜻을 확립하지 못하고<량유지불립良由志不立> 공부가 밝지 못하고<지불명知不明> 행실을 돈독지 못했기 때문이다.<행불독이行不篤耳> 뜻을 확립하고<지지립志之立> 공부가 밝으며<지지명知之明> 행실을 돈독히 하는 것은<행지독行之篤> 모두 나에게 달려 있으니<개재아이皆在我耳> 어찌 다른 데서 구하겠는가<기가타구재豈可他求哉><참고. 개재아이皆在我耳의 출전은 맹자고장구하2-5장 원문에 대한 주에 나오는 말이다<言 爲善爲惡 皆在我而已>”

개재아이이皆在我而已라는 문장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문장은 공자께서 노나라 대사구로 영전하기 직전 중도라는 지방의 재상으로 있을 때 했던 말로 전한다. 이를 좌우명 삼아 공부한 인물이 위나라 사람으로 공자보다 44세 아래인 공문10철 중 한명인 제자 자하子夏 복상卜商이다. 공자가 천하주유철환 때 받아들인 인물이다.

노나라 공자의 처소와 위나라의 자하복상의 집까지는 결코 근거리가 아님에도 자하복상이 워낙 공자를 흠모했다는 소문이 커서 공자께서 직접 찾아가 만나본 후 일종의 면접시험 후 제자로 받아주었다는 후일담이 있는 인물이다. 자하복상은 시경과 춘추의 전<주석>을 써서 후대에 전한 인물로 한나라 경학經學의 비조로 존숭받는 인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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