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 많이 해서 남에게 보탬이 되는 인생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 많이 해서 남에게 보탬이 되는 인생
  • 뉴스서천
  • 승인 2020.12.10 06:59
  • 호수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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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내가 들으니<아문我聞>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 중에<다수위중인多數謂衆人> 출세한 사람은 적고<소달이少達而> 가난하게 산 사람은 많다고 하는데<다궁이多窮而> 어찌하여 그런가<夫豈然哉>

이유인즉<연즉然則> 대개<> 어려서부터<소소이小所以> 스승을 만나지 못함이요<불회不誨>, 책을 만나지 못함이요<불서不書>, 배움을 만나지 못함이다<불학不學>. 혹여 만나더라도<혹여或如> 스스로 게으른 탓에<위타謂惰> 공부가 깊지 못하여<불숙不熟> 후회가 있다<함회含懷>. 옛사람은 말하길<昔人曰> “가난을 겪고 난 후에라야 더욱 공교하게 된다했다<궁자이후공窮者而後工>.

사마천司馬遷분노하면 초인적인 의지가 생긴다하여 발분초력發憤超力으로 극한의 상황 끝에서 분노로 글을 짓는 발분저서發憤著書를 했고, 기울면 울 수밖에 없다는 한유韓愈의 불평즉명不平則鳴을 통해서 누구든 평안하지 않으면 운다며 지금의 어려운 현실에 함몰되지 말고<작금물함昨今勿陷> 이를 극복하라고 주문한다<극기복학克己復學>.

그런 면에서 삶은 이백의 시처럼 인생살이가 어찌 내 뜻대로만 되겠는가<인생재세불칭의人生在世不稱意>. 칼로 끊어도 강물은 여전히 다시 흐르며<추도단수수갱류抽刀斷水水更流> 술로 달랜들 그 시름은 여전히 다시 더하거늘<거배소수수갱수擧杯消愁愁更愁>, 이른바 난진이퇴難進易退인 셈이다.

조선 임금 정조는 동궁 시절에 이 문장을 전혀 다른 뜻으로 읽었다 전한다. 공부란 그만두기는 쉽지만 공부 많이 해서 학습 진도를 많이 해나가기는 어렵구나라고 해석을 했다 한다. 물론 이 말의 본뜻은 그런게 아니다. 동궁 정조 역시 그 본뜻을 모르고 그리 해석할 리도 만무하다. 공부가 그만큼 만만치 않았음을 토로한 것이리라. 이는 벼슬의 진퇴를 두고 소인과 군자의 예를 논하는 말로 이 말의 출전은 사마광司馬光송원학안宋元學案으로 군자는 나아가기를 어렵게 여기고 물러나기를 쉽게 여기지마 소인은 이와 반대이다가 원문이다.

물론 그의 출전은 맹자에서 기인한다. 맹자는 공자가 예로써 나아가고 의로써 물러났다<진이례進以禮 퇴이의退以義>’고 했다<맹자130문장 孟子萬章章句上9-8文章有命篇 茁浦林東錫 사서집주언해맹자439.학고방>. 주자의 예를 따르면 세 번 사양한 뒤에 나아가고 한 번 읍하고서 물러난다<삼사이진三辭而進 일읍이퇴一揖而退>했듯이 난진이퇴難進易退란 어려서부터 제대로 공부한 선비라면 늘 몸으로 실천해야하는 덕목인 셈이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올랐다 하더라도 제 무능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위까지 올라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곧 몸에 맞는 자리가 아니라면 그 순간 바로 물러남이 옳다는 말이다.

진무제晉武帝 때 태강팔시인太康八詩人이라며 강호를 쩡쩡 울린 시인 문장들이 있었는데 삼장이육양반일좌가 그들이다. 삼장三張으로는 장재張載 장협張協 장항張亢형제가 있고 이육二陸으로는 육기陸機 육운陸雲 형제가 있으며 양반兩潘으로는 숙부 반악潘岳과 그의 조카 반니潘尼가 있고 일좌一左로는 좌사左思가 유일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든다면 흔히들 위진효학魏晉效學 절문현달切門顯達이라 하여 위진 때 했다는 공부로, 공부는 절딴난 가문도 현달로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오로지 공부만으로 그야말로 진명사해振名四海에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이들의 공부습관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 자녀들로 하여금 모범을 삼게 했던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공부가 전부이다. 재주도 없는데다가 집안까지 한미하다면 여기서 돌파구는 오로지 한 길이 전부다. 공부다. 중국 송나라 학자 나대경羅大經이 학림옥로鶴林玉露에서 말한다. “공부는 꼭 많이 할 필요는 없으나<학불필박學不必博> 중요한 것은 쓸모가 있어야 하고<요지유용要之有用> 벼슬은 꼭 높을 필요는 없으나<사불필달仕不必達> 중요한 것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요지무괴要之無愧>”

줄여서 유용무괴有用無愧의 가르침으로 통하는 고사이다. 명나라 호응린胡應麟이 했다는 말 중에 이런 말도 있다 한다. 공부의 기본은 인비해人非害인유득人有得 남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남에게 이득이 있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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