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잊지 말자, 2020년의 경고를
■ 모시장터 / 잊지 말자, 2020년의 경고를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0.12.24 03:23
  • 호수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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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2020년은 대단히 아찔했던 해였다. 개인이나 국가의 흥망사를 넘어 인류의 존폐위기를 절감하게 한 이런 해가 언제 있었던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지던 1945년이나 국운이 위태로왔던 1950년 남북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지난 한 해 위기의 경험은 놀라운 것일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더 무서운 위기를 경험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겠지만, 지구상 인류 전체가 공통적으로 한 가지 위협에 직면하여 이처럼 공멸의 위협을 느낀 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일일 것이다. 코로나-19로 명명된 신종 바이러스는 지구상 전 대륙, 모든 국가에서 위협이 되었다. 1년 사이에 감염 확진자 수는 77백만이 넘었고, 그 중 170만 이상이 죽었다. 코로나 진단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일본 등에서 감염여부를 진단받을 틈도 없이 죽은 의심사망자들을 합치면 실제 코로나 관련 사망자 수는 2백만을 훨씬 넘었을 것이다.

유럽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쟁 이후 초유의 국경봉쇄가 이루어졌고, 24시간 하늘을 날아다니던 수만 대의 여객기 중 대부분이 지상에서 대기해야 했다. 세계 제일의 문명도시라는 뉴욕에서 시신을 보관할 냉동실이 부족해 냉동 컨테이너가 등장했고, 유럽 각국에서 한꺼번에 수십 구씩의 관을 땅에 묻는 장면은 드물지 않게 연출되었다. 밀라노의 지역신문에서 부음기사가 몇십 페이지에 걸쳐 게재되었다든가 뉴욕타임즈 신문의 1면을 코로나 사망자 수백명의 명단이 빽빽하게 장식한 일, 20세기 문명 시스템의 주요한 상징과도 같은 학교와 대기업들이 등하교와 출퇴근을 멈추거나 온라인 체제에 의존하게 된 일, 매년 열리는 국제행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겨우 명맥을 잇거나 중단된 일들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도쿄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올림픽경기가 중단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 이후 처음 있던 일이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 사태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곳이 중국 우한인지 뉴욕 변두리 어디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세계 학자들의 관심은 지구촌 어디에서든지 이러한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는 데에 초점이 모인다.

지구상에서 인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그리고 얼마나 공격적인 기세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파괴를 벌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지구상에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가 등장한 때로부터 세계 인류의 수가 10억 명에 도달하기까지 3~4만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도 유럽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급속히 늘어난 덕에 처음으로 10억명을 넘어선 것은 1800년 경이다. 그 뒤 다시 10억이 느는 데는 100여년이 걸렸다. 1900년 인구가 17. 그러면 그 후 120년이 지난 2020년 인구는 얼마나 될까. 국제기구의 공식집계에 의하면 지난 4월에 세계 인구는 777777만 명을 넘어섰다. 무려 60억이 늘어난 것이다. 거기에다 현대인들의 소비력은 엄청나다. 1백년 전 17억의 인류의 대부분은 맨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년에 서너 차례 가까운 곳으로 소풍이나 다녀오며, 여름에는 벗고 겨울에는 한두 벌의 가죽이나 솜옷을 껴입고 살았다. 고기라고는 1년에 몇 차례, 초저녁 날이 어두워지면 작은 오두막에 적어도 몇 사람씩 한 이불을 쓰고 누워 자고 아침에 해가 뜨면 들에 나가 손으로 농사를 짓는 생활을 했다. 여기에 개개인이 승용차를 굴리며 1년에 한두 번씩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고 매주 한두 번 이상 고기를 구워먹고 계절마다 새옷을 갈아입고 1인당 10평 이상의 인공구조물을 차지하고 사는 21세기 현대인의 소비력을 비교해 보자. 지구가 몸살을 앓지 않을 수 있을까.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생태자원과 77억 인류의 자원소비량의 대비는 이미 역전되어 있는 것 같다. 공급보다 소비량이 많으면 문제가 일어난다. 거칠게 말하자면 코로나-19생태용량을 초과한 지구촌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인 것이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어 다행이다. 미국처럼 큰 나라에서 지구촌 환경문제를 이해하는 리더가 새로 등장한 것도 다행이다. 이래서 인류는 최악의 위기를 일단 벗어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인류는 어떻게든 소비를 줄여서 지구 자원의 여유를 확보함으로써 생태계를 안정시키도록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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