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 승인 2021.01.07 06:01
  • 호수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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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기본 가르침은 ‘학이시습學而時習’

공자 가르침의 기본은 배움이다. 공부를 처음 만든 사람은 2500년 전에 살다간 공자다. 공자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세 번째 수제자 자공이 6년 시묘를 살면서 스승 공자 생전의 가르침을 책으로 엮었는데 스승의 말을 기록으로 나눠 묶었다 하여 <논어>라는 이름의 책이다. 그 첫머리에 학이시습學而時習이라 적는데 이 네 글자를 후대에 이르러 줄여서 학습이라했다.

공부에는 두 자세가 있다. 강호제현들의 해석에 따라서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대체로 공부하는 두 개의 자세란 자신을 위한 공부인 위기지학爲己之學과 남을 위한 공부인 위인지학爲人之學이 그것이다. 전자는 수신을 근본으로 공부를 많이 하되 세상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는 도학자적인 삶이요, 후자는 공부를 많이 했으면 그것을 세상을 향에 펼치라는 치인의 삶이다.

뭐가 됐건 공부란 이기적인 내가 아니고 그렇다고 남의 기준에 얽매여 살지도 않으며 이웃과 사회를 위한 좀더 배려깊은 성숙한 인생을 위한 삶을 살라는 것이며 공부가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양사회에서는 공부가 갖는 네 권의 필독서가 있는데 흔히 사서라 불리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 그것이다. 이 책에 주를 낸 것이 사서집주라는 책이다. 사서집주는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될 정도로 동양지식인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전적임에 분명할뿐더러 기독교 성경에 견주어도 우열을 다투기는 힘들다.

이토록 위대한? 책임에도 이 사서집주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정본定本<원본에 가까운 글>은 있는데 정본正本<원본>이 없다는 점이다. 해석본마다 해석의 불일치에서 오는 간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서를 읽었다. 할 때 어느 사서집주를 읽었느냐에 방점이 찍히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책은 조선시대에는 사회적 경책警策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책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원로에 속하는 대학자 퇴계 이황과 신진 학자 율곡 이이와의 학문적 논쟁이 촉발되기도 했고 율곡 계보인 사계 김장생에 이르러 주자집주 사서가 학문적 주류의 토대를 세웠고 거유 우암 송시열에 이르러 꽃을 피우기에 이른다. 여기다가 그의 문도 한수재 권상하와 강동팔학사의 수좌 남당 한원진에 이르면서 학이시습에 대한 해석을 학습에 대한 복습을 짝으로 내놓는다.

하루는 남당 한원진이 묻는다. “선생님께서는 중용을 몇 번이나 읽으셨습니까?” 하니 우암이 답하길 그러게. 산적치<산가지 쌓아서 숫자를 세어보는 행위>않아서 어찌 알겠냐마는 그래도 하루에 서너번씩은 읽었으니 얼추 갓쉰 세월이 지났을걸세. 본시 공부<>라는 것이 습아닌가하니 남당 한원진이 되묻기를 이라면 논어 학이편 1-4문장에서 말하는 전불습호傳不習乎의 습입니까?” 라고 물으며 그 문장을 읊으니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내 몸을 돌아본다. 첫째. 남에게 충성하지 않았는가. 둘째. 벗에게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는가. 셋째. 전적을 습하지 않았는가. <증자왈曾子曰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위인모이불충호爲人謨而不忠乎 여붕우교이불신호與朋友交而不信乎 전불습호傳不習乎> 여기서 세 번째 문장인 전불습호傳不習乎에서 전을 잊지않기 위해서 하는 습을 말함입니까?” 라고 물으니 우암은 그렇다라고 답한다. 이에 남당이 또 묻기를 그러면 이 습자 앞에다 뒤집을<거듭반복할>을 첨언하여 반복하여 공부한다는 의미로 복습이라 하면 어떨는지요?” 이에 우암은 주자께서 이미 다 풀어놓았거늘 후학이 어찌 함부로 주를 내랴마는 불경한 일일터. 다만 그것을 글로 적어 남기지는 말고 그냥 구전으로 복습을 하면 될게야. 그래서 학이시습이란 성인 공자의 말인것이고 후학은 그 말을 잊지 않기 위해서 미리<예습豫習> 공부하고 또 반복<복습復習>해야하는 것이야

그렇다. 공자의 가르침의 기본은 배움이다. 학이시습學而時習 네 글자에서 후학들은 스승 공자가 평생에 걸쳐 무엇에 집착했는지를 읽어내야 한다. 율곡, 사계로 시작되는 우암의 학맥에는 이언이 하나있다. 노론에만 전해지는 이전어耳傳語<귓속말로 전해지는 말>인데 15세가 되면 사서를 떼야 하고 17세가 됐음에도 사서를 못외우면 매질을 당해야 하며 19세가 됐음에도 여전히 사서를 못외운다면 그때는 스승과 제자 모두가 매질을 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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