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不學不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不學不成)
  • 송우영
  • 승인 2021.01.21 04:40
  • 호수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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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바른 공부를 해온 탓에 배려하는 마음이 깊고 인성이 올곧다면 이는 분명 훌륭한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나 바름의 공부가 부족하여 어떤 일에 대하여는 시작은 법과 정의에서 이탈됐고, 과정은 불의와 모순에 함몰됐고, 결과에 이르러서는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는 마음이 없다면 이는 장차 사악한 사회적 동물로 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세상은 바름이 부족한 공부로 무장한 사회적 동물이 가장 다루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이 제나라 직하 궁 초대총장을 지냈던 철인 순자가 인간은 날 때부터 악 하다라고 주장하는 성악설의 근간이 되는 이유다.

공부는 금강안金剛眼혹리수酷吏手라 했다. 공부의 크기는 금강산 유람하듯 숲 전체를 보는 것처럼 넓게 많이 공부하라는 말이고, 공부의 세밀함에 있어서는 세금 징수하는 혹독한 아전의 사나운 손끝처럼 모질게 하라는 말이다. 공부를 일러 유당학입동진학由唐學入東晉學이라 한다. 당나라를 경유해서 진나라로 들어가듯이 공부하라는 말이다. 풀어쓰면 당나라 때는 모든 공부가 읽고 외우기를 많이 했고, 동진에 이르러는 왕헌지, 왕희지처럼 쓰기를 많이 했다. 곧 시작은 읽고 외우고로 하고 써보는 것으로 공부를 마무리 지으라는 말이다.

문제는 언제 공부하느냐이다. 공자는 말한다. 공부하는 자녀들은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집 밖으로 나가면 어른을 공경하며 사람 사이에 행동은 삼가고 말씨는 곱게 하며 널리 많은 사람을 사랑하되 특히 어진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행하고도 힘이 남는다면 그때는 공부를 해야 한다<자왈子曰 제자입즉효弟子入則孝 출즉제出則弟 근이신謹而信 범애중이친인汎愛衆而親仁 행유여력行有餘力 즉이학문則以學文.논어·학이편> 그럼에도 공부가 부족하다면 세상은 탄식을 할 수밖에 없다. ‘금일무가용지현재今日無可用之賢才풀어쓰면 오늘날에는 쓸만한 현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호롱불 아래에서나마 모르는 누군가가 밤을 지새우며 공부를 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금일유가용지현재今日有可用之賢才가 되는 것이다. 풀어쓰면 오늘날에는 쓸만한 현재가 있다는 말이다. 그저 공부만 했을 뿐인데 부정의 무가 긍정의 유로 바뀌는 필가묵무筆歌墨舞<붓이 노래하고 먹이 춤춘다>’의 세상이 된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 세 임금을 존경했는데 이유는 세 분 임금은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게 이유다. 요임금은 군주에게서 배웠고<요학어군주堯學於君疇>, 순임금은 무성소에게서 배웠으며<순학어무성소舜學於務成昭>, 우임금은 서왕국에서 배웠다<우학어서왕국禹學於西王國.순자대략편27-8-2>

순임금은 말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不學不成. 순자 대략편27-8-1> 그렇다. 공부 이전과 공부 이후의 삶이 극명한 자는 아마도 자로를 비껴갈 수는 없으리라. 자로는 공부해서 인생의 반전을 이룬 경우이다. 조실부모한 자로는 극도의 가난 속에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할머니 죽음에 공자가 관여되어 있다. 여기에 앙심을 품은 이가 자로이다. 당시 공자 나이는 모친 장례를 치른 이듬해니까 17세요 자로나이 7-8세 남짓. 여기에는 뼈아프지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이 얽혀있다.

각설하고. 공자와 자로 사이에는 이렇듯 풀지 못한 구원이 있어 자로는 늘 공자를 때리려고까지 했다.<능폭공자陵暴孔子> 이를 모르지 않는 공자가 어떤 날 묻는다. 자로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자왈子曰 여하호락汝何好樂>자로가 퉁명스레 답하길, “나는 긴 칼을 좋아합니다.<대왈對曰 호장검好長劍>” 그러자 공자가 말한다. 명색이 남자로 태어나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자왈子曰 군자불가불학君子不可不學> 이 말속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 이 일 후 자로는 공자를 때릴 것을 접고 그 힘으로 공부해서 공자의 수제자로 역사에 길이 남는다. 공부가 부족한 남자를 일러 비부鄙夫라 한다. 논어論語양화陽貨17-15문장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부가 부족한 사람과 함께 군주를 섬길 수 없다. 왜냐 자리를 못 얻으면 얻을 것을 걱정하고, 이미 얻었으면 잃을까 걱정한다.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못 할 짓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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