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공간 만들고 싶어요
지역 문화공간 만들고 싶어요
  • 최현옥
  • 승인 2004.01.16 00:00
  • 호수 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 섹스폰 연주자 아내와 카페 경영자 남편,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지역 젊은이들이 그렇듯 자신의 꿈과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외지로 외지로 나가고 있다. 특히 연예활동에 있어 지역적 한계는 큰 장애로 다가오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어쩌면 지방 무대보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서천이 좋아 지역에서 연예활동을 하는 부부가 있다.
“그동안 외지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았지만 전 서천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의 연주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고 문화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젊은 부부 장만수(33·남)·고미현(25·여)씨의 발언은 사뭇 신선하다. 연주 시작당시부터 여성 섹스폰 연주자라는 희소성으로 인해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고씨. 현재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꾸준하게 걸려오고 있지만 지역을 지키며 음악활동을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음악을 마음놓고 하기 위해 운영하게 됐다는 하구둑 인근의 ㅂ까페, 장씨는 여건이 주어지면 상업성을 벗고 누구나 편하게 놀러올 수 있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저녁시간 금강하구둑 인근 카페촌에서 그녀의 연주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남성 못지 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와 영혼을 사로잡는 편안한 섹스폰 소리는 일과에 지친 관객들의 안식처가 된다. 관객과 호흡하며 교감이 통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녀, 라이브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어느덧 3년째 접어드는 연예활동은 벌써 나이를 불문한 두터운 팬 층까지 형성됐다.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앨범이 벌써 1천5백장 정도 나가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생명력 넘치는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앵콜이 쏟아지고 그녀는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다른 업소로 향한다. 현재 고씨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비롯해 군산, 전주 등 4곳의 카페에서 고정출현을 하고 있으며 전주 밴드팀과 함께 활동 중이다.
이처럼 그녀가 종횡무진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묵묵히 지켜주는 남편 장씨 덕이다. 부인의 연애활동 시작 당시부터 운전사를 자청, 스케줄 관리는 물론 매니저로 활동하는 그는 그녀의 영원한 펜이 됐다.
“저는 사실 늦둥이 예요. 집안이 보수적이라 음악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어려웠거든요. 결혼 후에 악기를 배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엿보였지만 아버지의 만류에 공부가 어려웠던 그녀, 끼는 숨길 수 가 없었다. 종이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 연습하는가 하면 교회에서 성가대로 활동하는 등 남편 장씨는 그녀의 꿈을 이루는데 적극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저는 섹스폰 연주를 시작한지 한 달만에 무대에 섰습니다. 그동안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컸던 덕인지 잘 모르겠지만 습득이 빠르더라구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사실 ‘신화?’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만에 어느 정도 실력에 올라섰고 섹스폰은 그녀의 새로운 애인이 됐다. 장씨에 따르면 그동안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 잠재된 끼 등 3박자가 맞아 들어간 것이다고.
“섹스폰은 호흡 조절이 어렵거든요. 여자로서는 힘든 점도 많지만 저의 연주를 듣고 관객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악기를 손에서 절대 놓을 수 없습니다”
한 달만에 무대에서 완벽한 연주를 한 그녀, 사실 자만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만족할 수 없어 피나는 노력을 했으며 실력 향상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간다. 지금은 과거보다 삶에 여유가 있지만 처음 음악을 시작할 당시 주부의 몸으로 아이를 돌보며 장사준비와 시부모님을 모시고 연습을 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연습도중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었다.
“제 부인 연예활동은 사실 주부가요열창에서부터 시작했죠. 혼수를 상품으로 해왔다니까요” 과거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우스갯말을 하는 장씨, 우리가 이렇게 옛말 할 때도 있다며 창 밖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듯 하다.
“섹스폰은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예요. 그래서 관객들의 귀에 같은 곡도 천차만별로 다가오죠. 연주하는 동안은 악기와 혼연일체 되고 관객과 교감을 합니다”
프로 연주자로 당당하게 선 그녀, 프로근성을 갖고 젊음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카페의 경영자에서 때로는 그녀의 매니저로 활동하는 장씨, 그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고객 감동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객과 고객과의 교류라는 큰 테마를 갖고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며 보조하는 부부는 좋은 버팀목이 되고 있다. “크고 화려한 무대보다 소외된 계층을 찾고 싶고 지역 문화의 충전소, 지역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부부는 지역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가 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