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사계 김장생의 스승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사계 김장생의 스승들
  • 송우영
  • 승인 2021.02.25 10:34
  • 호수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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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김장생의 아버지는 아들 스승을 찾음에 성인 공자로 준칙을 삼았는데 마침 율곡 이이의 나이 19세에 이르렀다. 그가 조선의 부자夫子<공자孔子>란 미칭과 함께 공자를 이르는 대문장이란 소문이 일찍이 큰지라 8세에 이른 아들 사계를 데리고 찾아가니 율곡은 자원방래自遠訪來한 부정父情에 감동한 탓일까, 반가이 맞으며 며칠 유숙에 차 마시고 담소 나누며 공부에 관한 면접을 보는 형식을 거쳐 어린 사계를 구봉 송익필에게 추천했다.

사계 부친은 멀리 금강산까지 가기엔 자녀가 너무 어리다 하여 예기禮記곡례曲禮사십강사지례四十疆仕之禮의 열 살이 되면 학업을 잇는다는 계학례系學禮에 따라 이듬해 금강산으로 보내 송익필 문하에서 혹독한 공부수업을 받게 한다. 그때가 1560년으로 11세 후반 12세 초입이었고 이렇게 공부한 이력이 20세 갓 넘을 즈음 율곡에게로 다시 보내니 이때 율곡은 이립而立의 시작이요 사계는 약관弱冠의 시작이라 이 일로 사계는 한 스승<율곡>에게서 두 번 사사師事했다는 재사지제再事之弟의 말이 나온 연유이다.

구봉은 초동서사樵童西師<어린아이를 잘가르쳤고>가 잘됐고 율곡은 약관서사弱冠西師<기초공부가 되어 과거 준비하는 20세 전후의 관례가 끝난 이들을 잘가르쳤다>가 잘됐던 탓으로 각자가 훈도로서 제자를 길러냄에 초동과 장유에 대한 교학상장의 길이 달랐음이다. 참고로 여기에 서사西師에서 서녘서西를 쓴 이유는 스승이 제자를 가르침에 서녘서西는 곧 거둬들인다 품는다는 의미로 타고난 성품이 어찌 됐건 그 성품을 망가뜨리지 않고 거기에 맞게 품어서 온전히 길러낸다는 말이다.

초학공부를 혹독한 스승으로부터 마치고난 약관의 제자 사계는 이립의 스승 율곡에게 공부법을 묻는다. “은 심입니까. 입니까. 입니까.” 여기서 율곡의 삼비三非가 나온다. “공부는 마음도 아니고<심비心非> 영도 아니고<영비靈非> 기도 아니다<기비氣非>” 이 물음은 학문적 논쟁의 물음이 아니라 지금 당장 공부를 함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제자의 가벼운 물음에 대한 스승 율곡의 답은 학문적 심오한 깊이를 담지 않은 평이한 답변일 뿐이다.

공부는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율곡답栗谷答 학궁행내사學躬行耐事> 이렇게 견뎌낸 공부는 모든 이치를 갖추어 만사에 응하게 한다<구중리응만사具衆理應萬事>” 훗날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계 김장생의 문도 우암 송시열은 그의 제자 만오당晩悟堂 황도黃鍍를 가르치면서 재론하는데 그 말미에 그래서 공부란 사람이 하늘에서 얻은 것이다”<이학자인지소득호천而學者人之所得乎天>라는 학야천명지언學也天命之言을 하게 된다. 공부는 하늘이 명한 말이라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싫다고 그만둘 수 없는 일이 곧 공부라는 말이다.

우암은 죽음에 이르러<임명시臨命時> 한수재 권상하權尙夏의 손을 붙잡고<집문인권상하수執門人權尙夏手> 유언을 한다.<탁지왈托之曰> 공부는 주자를 주로 삼으라<학문당주주자學問當主朱子> 주자의 공부법이란 것은 현우賢愚를 따지지 않는 묵비사염墨悲絲染식 막무가내공부법인데<묵자墨子> 십 이삼년 연배인 이정자<정이程頤1033-1107.정호程顥1032-1085>가 왕안석王安石 큰아들 왕방王雱<1044-1076>에게 가르쳐준 일종의 공부비기로 왕안석과 이정자는 정치노선으로는 서로 상극이며 학맥으로도 왕학과 도학의 차이가 상당함에도 자녀교육에서는 이정자가 많은 도움을 준다. 이로 인해 왕안석 큰아들 왕방王雱은 시경 서경 주역에 주를 달아낼 정도로 대학자가 될 수 있었다. 그가 일러준 공부비기란 것이 요즘 생각해보면 무지히기 이를데 없는 얼토당토않는 공부법이다.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다<학투어지둔비고學鬪於止臀屁股> 오로지 땀과 수고와 참음과 견딤에서만 나온다<유발어한로인내唯發於汗勞忍耐> 여기서 둔비고臀屁股라는 말에서 둔은 엉덩이를 말하고 비고屁股는 넓적다리를 꾹 눌러<압고狎股> 방귀가 나오지 않게<거비拒屁> 하는 앉음인데 이렇게 앉으면 졸리지가 않다는 앉음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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