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문가교제량신宋文家敎齊良臣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문가교제량신宋文家敎齊良臣
  • 송우영
  • 승인 2021.03.25 10:31
  • 호수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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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 신흠의 모친은 은진 송씨로 송문가교가 신씨 집안으로 전이되는 단초가 되는 유를 낳은 여인으로 아들 상촌을 걸출한 인물로 길러낸 이다. 상촌의 모친은 모재慕齋김안국金安國의 문인門人 송인수의 딸이며 우암 송시열의 증조부인 송구수의 질녀이다. 우암 송시열의 아버지는 송인수의 종손으로 수옹睡翁 송갑조宋甲祚이며 수옹睡翁은 허준과 한석봉의 친구 최립崔岦을 사사했는데 최립崔岦은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겠다는 일념하나로 공부했다는 생존유학?의 비조인 셈이다.

과거시험을 진사시까지만 입격을 하고 평생 포의 진사로 더이상 벼슬에 미련을 끊은 아버지 최자양崔自陽은 돈을 제일적第一敵으로 보고 멀리한 탓에 가정은 그야말로 자생적 가난이 주는 허기로 굶기를 밥먹듯이 했다 한다. 여기에 그의 아들 최립은 최소한 입에 풀칠 정도는 해야할 것 아니냐며 승어부勝於父가 되겠다면서 작심하고 공부에 매진한 인물이다. 실록 그의 졸기 첫줄은 그가 공부에 어떻게 매진했는가를 이렇게 기록한다.

글을 읽을 줄 알면서부터 힘써 배우며 게을리하지 않았다.<자지독서自知讀書력학불권力學不勌.광해군일기1612년중초본55권광해4711일계묘> 학야절면學也切面이라 했던가 공부는 사람을 배반하지않는다 했듯이 17세에 진사 장원을 거쳐 식년문과를 장원으로 양시장원등과로 천하에 그 이름을 떨친 것이다.

오로지 공부하나로 논어의 공부하면 그 속에 돈이 있다(학야녹재기중)는 그 문장을 증명해 낸 인물이다. 이런 인물 밑에서 사사한 이가 수옹 송갑조인데 수옹은 어린 시절부터 벼슬에는 그리 뜻이 없었다. 다만 자식교육만큼은 진명사해일장공으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최립 문하에서 혹독한 공부를 견뎌낸 인물이다.

그가 어려서 들었다는 선대의 일화인<신사임당> 자식을 구도장원공<율곡 이이>으로 길러낸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의 생에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얼마나 혹독한 공부를 했기에 남들은 일생에 한번도 할까말까한 장원을 그것도 충년의 나이 13세에 생원시 장원을 시작으로 29세 식년문과대과시 장원에 이르기까지 장장 아홉번의 과거시험을 이것이 사람으로서 가능할까.

훗날 혼인하여 자녀를 얻는다면 불세출의 공부를 시켜보리라가 그의 다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공부는 아버지 바짓가랭이를 끌어당길 정도의 어린아이 때인 해제지동孩提之童의 나이인 3세부터 시작된다. 그가 아들에게 처음 주었다는 책은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이다. 율곡이 40초반에 해주 석담에서 훈도로 있으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지었다는 그 책이다.

이 책 첫글자는 선수립지先須立志로 시작된다 모름지기 선비는 먼저 뜻을 세워야한다. 라는 말이다. 이 글과 대구對句가 되는 우구偶句가 남아입지男兒立志.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아버지는 선수립지로 갈것인가 아니면 남아입지로 갈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선수립지로 가려면 성현의 말과 글을 공부해야 하는거고 남아입지로 가려거든 술가術家 법가法家 병가兵家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선수립지의 끝은 왕도지재王道之材가 되는 것이고 남아입지의 끝은 패도지장覇道之將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선수립지로 공부를 하면 순리적으로 오로지 공부만으로 등과해서 임금을 보필하되 그 임금으로 하여금 성군이 되도록 이끄는 량신良臣이 되는 길이다. 남아입지로 공부하면 우역복립遇易覆立이라 하여 용을 만나<> 어제를 바꾸고<> 오늘을 뒤집고<> 내일을 세우는<> 혁신革臣이 되는 길이다.

여기서 혁이라는 글자는 늑대<혹 이본에는 개가죽이라고도 함> 가죽을 벗겨서 다시 입히는 작업을 말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옹이 선택한 길은 선수립지先須立志의 길이었다. 이것을 견뎌낸 인물이 그의 아들 우암 송시열이고 그가 가르친 인물이 봉림대군 효종이다. 훗날 효종이 권좌에 오를 때 장자가 아니라 차자가 권좌에 오르면 예법에 어긋난다. 하여 사제의 연을 끊어가면서 극렬 반대한 인물이 또한 우암이다. 또 훗날 이런 공부를 이어받은 이가 우암의 몇 안되는 무릎제자 몽오 김종수이다. 홍국영과 싸워가면서 어린 정조를 혹독을 넘어 무지막지하리만치 공부시켜 정조를 길렀다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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