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그만 어촌마을에 황부자라는 사람이 살았답니다. 황부자에게는 예쁜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가씨는 가난한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황부자는 그 청년과 결혼하면 자기 딸이 고생할 것이 걱정되어 혼인을 허락하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돈을 많이 벌어오면 황부자도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청년은 돈을 벌러 먼 길을 떠났지요.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오. 나를 믿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아가씨에게 손거울을 달라고 하여 두 조각으로 갈라 한쪽은 자신이 한 조각은 처녀에게 주었습니다.
“내가 반 쪽은 잘 간직할 테니 낭자도 이 정표를 잘 간직했다가 다시 만나면 합치도록 합시다.“
청년이 큰 도시로 돈을 벌러 떠난 뒤 아가씨의 아름다움에 반한 도깨비가 아가씨를 납치해서 외딴섬의 동굴 속에 가둬두었습니다. 굴 앞에는 가시넝쿨을 잔뜩 심어서 누구도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도깨비는 황부자의 집을 망하게 하고, 황부자도 어디로 데려갔는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청년도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청년은 걸음을 재촉하여 바닷가 마을에 돌아오니 황부자의 집은 다 부서지고 아무도 살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아가씨가 갇혀있다는 섬을 찾아갔습니다. 청년은 동굴 앞에 도착했지만, 가시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굴 입구 앞에서 아가씨를 애타게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습니다. 한참 후에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도깨비가 잠든 틈을 타서 굴 입구 쪽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0
아가씨는 청년을 무척 반가워하며, 청년과 자신이 나누어 가진 거울만 있으면 도깨비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깨비는 빛을 가장 두려워한답니다. 거울 두 조각을 맞추어 햇빛을 모아 굴 안을 환하게 비추면 도깨비는 죽고 만답니다.”
아가씨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거울을 가시덩굴 틈으로 청년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청년은 자신이 가진 거울 조각과 맞추고 햇빛을 모아 거울에 반사한 빛을 굴 안으로 비추었습니다. 굴 안이 환해지자 도깨비는 얼굴을 감싸고 괴로워하며 뒹굴다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도깨비가 죽자 마술이 풀린 듯 날카롭던 가시가 부드럽고 짧아졌습니다. 아가씨와 청년은 서로 그 덩굴을 헤치고 만나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그 후 가시나무가 변한 곳에 노란 꽃이 피기 시작했답니다. 사람들은 황부자의 딸 때문에 생긴 꽃이라고 황매화라 불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