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유네스코 지정보다 더 중요한 것
사설 / 유네스코 지정보다 더 중요한 것
  • 뉴스서천
  • 승인 2021.05.20 08:16
  • 호수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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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소련의 생화학자 알렉산드르 오파린(1894~1980)1936년에 낸 그의 저서 <생명의 기원>에서 화학결합설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구가 처음 생성되었을 때의 원시대기는 암모니아(NH3), 메탄(CH4), 수증기(H2O)와 같은 물질로 되어 있었는데 수소가 풍부한 분자가 주요한 성분이었으며, 이러한 분자들은 번개, 자외선, 열과 같은 에너지를 통해 간단한 형태의 유기물로 합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원시 대기는 산소(O2)가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새롭게 합성된 유기물들은 산화반응을 통한 분해가 어려웠고 비가 내리면서 그대로 원시 바다에 축적되었다. 간단한 형태의 유기물은 이들끼리 결합하여 큰 분자로 바뀌었고,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와 같은 막 형태의 구조물이 유기물을 받아들여 원시적인 세포가 생겨나게 되었다. 오파린은 결국 바다에서 처음 생명이 탄생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바다 생물의 70%가 갯벌에서 산란을 한다고 한다. 강물이 육지에서 발생한 영양염류를 모아 육지와 가장 가까운 갯벌에 풀어놓아 알이 성장하고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이 먹을 수 있는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갯벌은 육지에서 내려오는 온갖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새만금갯벌이 살아있을 때 하루 10만톤 처리 규모의 전주 하수종말처리장 40개의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처럼 갯벌은 독소를 걸러주는 콩팥과도 같다.

갯벌은 수심이 얕고 게다가 썰물 때면 뭍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햇빛을 충분히 받는다. 따라서 갯벌에는 무수한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류 등이 살아간다. 싱싱한 펄 1에는 수천만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육지에서 내려온 유기물을 먹어 치움으로써 정화기능을 수행한다. 이들은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인체에 비하면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와 같은 존재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아질산화물을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예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생태적 지식이 부족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갯벌을 조개나 파다 먹은 검은 땅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이처럼 갯벌은 지구의 허파요, 콩팥이요, 자궁이다. 지구생태계 평형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지역이다.

문화재청에서는 그동안 서천군, 고창군, 신안군, 보성군, 순천시 등 5개 지자체와 함께 세계 5대갯벌 중 하나인 한국의 갯벌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최근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으로부터 반려(Defer) 권고를 받았다고 문화재청이 밝혔다.

자문심사기구의 권고 종류에는 등재, 보류, 반려, 등재불가 등 4개 등급이 있는데 이중 세 번째인 반려권고를 받았고, 이에 따라 세계유산 등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아직도 갯벌을 파괴하고 있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라 판단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망가진 갯벌을 되살리려는 의지가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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