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미래에 대한 준비는 공부
■ 송우영의 고전산책 /미래에 대한 준비는 공부
  • 송우영
  • 승인 2021.05.27 16:51
  • 호수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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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27年조에 극곡돈서郤縠敦書라는 성어가 있다. 극곡은 ‘공부를 오래도록 하여 조예가 깊다’쯤 되는 말이다.
극곡郤縠은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 때의 장수로 서경書經을 비롯하여 시경詩經과 예기禮記 등에 모두 정통한 인물이다. 쉽게 말해서 문장 실력도 빼어나고 또 무예 실력도 빼어났다는 말이다.
문심조룡文心雕龍 卷10 정기程器편에서 “극곡이 시서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극곡돈서郤縠敦書> 등용되어 장수가 되었으니<고거위원수故舉為元帥> 어찌 문을 좋아한다고 무를 연마하지 않았겠는가.<기이호문이부련무재豈以好文而不練武哉> 손무가 병법을 지을 때<손무병경孫武兵經> 문장이 주옥같았으니<사여주옥辭如珠玉> 어찌 무만 익히고 문을 몰랐겠는가.<기이습무이불효문야豈以習武而不曉文也>” 하였다.
극곡을 진문공晉文公에게 추천한 인물이 조최趙衰다. 당시 춘추시대는 법률가와 병법가들이 득세하던 시대로 나라의 실권은 대부분 법가法家 혹은 병가兵家의 공부를 한 사람들이 나라의 이끌던 시대였다. 그러나 법가나 병가에는 치명적 단점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 진문공晉文公 중이重耳의 생각이다.
법가法家가 나라를 다스리면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드러난 범죄 사실만 따지기 때문에 지역 치안은 가능하나 국가운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병가兵家가 나라를 다스리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쟁은 승리해도 사상자가 나온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진문공晉文公 중이重耳는 법가와 병가를 넘어설 수 있는 통섭지치統攝之治의 애민愛民이 아닌 안민安民의 정치를 펼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으로 문무文武를 겸비한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조최趙衰가 군주 진문공晉文公 중이重耳에게 적임자를 추천하는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희공僖公27年조의 기록이 그것이다.
“극곡이 적임자입니다.<극곡가郤縠可> 신이 평소에 그의 말을 들어보면<신극문기언의臣亟聞其言矣> 예악을 말하고 시서에 돈독하였습니다.<설예악이돈시서說禮樂而敦詩書> 시서는 의리의 보고이고<시서詩書 의지부야義之府也> 예악은 도덕의 준칙이며<예악禮樂 덕지즉야德之則也> 덕의<도덕과의리>는 백성을 이롭게하고 나라를 이롭게하는 근본입니다.<덕의德義 이지본야利之本也> 그럼에도 군주께서는 그 사람을 한번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군기시지君其試之>”
이때가 극곡은 60세가 훨씬 지난 노구의 몸이다. 당시 여타의 문헌에 따르면 “극곡은 나이가 50여세가 지났음에도<극곡과년지오십郤縠過年之五十> 학문을 좋아하고 늘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항유호학불권오恒有好學不倦唔>” 라고 기록한다. 일찍이 진문공 중이重耳는 공자公子로 있을 때<초문공위공자시初文公爲公子時> 아버지인 헌공獻公에게 추방되어 적狄 땅으로 도망갈 때 조최趙衰가 그를 따랐다.<여조최분적與趙衰奔狄. 열녀전列女傳 권2현명전賢明傳 8편진조최처晉趙衰妻> 
조최趙衰는<김구용열국지에서는조최趙衰를 조‘쇠’로읽음> 중이를 따라서 망명생활을 떠난지<조최종중이출망趙衰從重耳出亡> 19년이 되어서야 본국으로 돌아왔다.<범19년복반국凡十九年得反國> 본국으로 돌아온 후 사마천 사기 권43 조세가趙世家편 기록에 따르면 조최趙衰는 진문공 중이를 도와 중이重耳로 하여금 천하의 패주霸主가 되게끔 만들었다. 이때 진문공晉文公중이重耳의 나이는 62세다. 
조최라는 인물은 자신이 모시는 공자 중이重耳를 모시고 천하를 도망다니면서도 예악시서禮樂詩書공부를 놓지않았다 한다. 한번은 도망 중에 공자 중이重耳가 물었다. “늙으면 알아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슬프거늘 존재하지도 않을 것같은 미래에 미련두는 일은 두려운 일이네. 더욱이 잡히면 곧 죽을 몸인데 한가롭게 예악시서공부가 옳은가?” 하니 조최가 답하길 두려움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니까 좋고 늙음에는 반드시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먼훗날 주군께서 군주가 되시어 천하를 호령하실 때 몰라서 나라를 못다스린다면 그 책임은 어찌 하실 것이며, 지금 처지가 어렵다고 공부로 준비해 놓지않으면 닥칠 미래의 위험은 또 어찌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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