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공덕 마을 청년회
■ 모시장터 / 공덕 마을 청년회
  • 최용혁 칼럼위원
  • 승인 2021.06.30 18:01
  • 호수 10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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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칼럼위원
최용혁 칼럼위원

다 큰 두 딸을 무조건 웃기는 방법이 있다. 흙 묻은 작업복을 벗어두고 급하게 세수를 하고 나와 아빠, 청년회 갔다 온다.” 하면 영락없이, 자지러지게 웃는 것이다. 한두번만 웃고 마는 것이 아니다. 두어달에 한 번씩 있는 청년회 모임을 밝힐 때마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평소 이 자식들의 성정으로 보아 니가 무슨 청년이냐?”, “모여서 뭐하는 건데?” 하는 무시와 비웃음이란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웃어 주니 좋긴 하다만, 분하고 억울한 생각이 들 때도 아주 없진 않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마을 청년회원들의 구성과 연령 분포를 밝히고, 환갑을 넘긴 사람도 막내라 마을회관에서 커피 심부름 한다고 하면 도시 사람들은 퍽 재미있어 한다. 곧 닥쳐올 당신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장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우리도 아무렇게나 막 하는 것은 아니다. 조용한 것 같지만 변화된 세상에 맞추기 위해 항상 몸부림친다. 최근에는 김봉기씨, 나관균씨 등 낼 모레 칠십을 앞둔 창립 멤버들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잘라내기도 했다. 읍내에 살긴 하지만, 부모님이 마을에 계신 청년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먹고 사는 것이 바빠 앉아서 술 먹을 시간은 없고, 잠깐 들르거나 얼굴이라도 비추면 못내 아쉬워하며 세상 반갑게 맞이한다. 동네 풀 깎을 때 음료수 사 먹으라고 봉투라도 쥐어주면 군수, 군의원 안 부러운 내빈 대접도 해 준다. 조직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안팎으로 여간 신경쓰는게 아니다.

청년회이니 당연히 청년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뭘 하더라. 마을 안 길 풀 깎고, 여름이면 동네 공동 방역하고, 겨울이면 눈길 치우고, 그리고 대부분은 동그랗게 둘러 앉아 먹고 마신다. 먹고 마시며 우주의 탄생부터 엊저녁 연속극까지 저 하늘의 별만큼 무궁무진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이야기의 주제와 방식에는 공덕마을 청년회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청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싸우지 말 것, 싸운 사람과 화해할 것, 동네를 위해 우리 청년들이 봉사해야 한다는 사실, 노인 양반들에 대한 뒷담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우리가 참자고 다짐 또 다짐하는 것을 노인들은 알까? 드러나진 않지만, 드러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줄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 알게 될까?

짐작하시겠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늘 앞뒤가 안 맞고, 싸우지 말자고 하면서 늘 싸우고, 사람을 만났는지 술을 만났는지 기억이 안 나는 때가 태반이다. 어떤 때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구네 집 개가 짖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청년이 함께 만들어 가는 하루하루가 없다면 공덕 마을의 하루는 과연 무엇으로 채워지겠냐 말이다. 딸들아 너희도 웃지만 말고 생각 좀 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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