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칼럼 / 20%대 득표로 당선?, 결선투표제 필요
■하승수 칼럼 / 20%대 득표로 당선?, 결선투표제 필요
  • 하승수(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승인 2021.07.29 17:10
  • 호수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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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내년에는 대선이 있다. 그런데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단일화얘기가 나온다. 언론사의 여론조사도 누구 대 누구가 맞붙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고 있다.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서 정책으로 경쟁하는 선거는 벌써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매번 이렇게 대선이 진행되는 이유는 결선투표제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처럼 1인을 선출하는 선거는 결국 결선투표제의 도입 여부에 따라 선거의 양상이 많이 달라진다. 결선투표제는 여러 후보들이 나왔을 때, 1차 투표를 해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있으면 그 후보가 당선되고,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으면 1위와 2위 후보를 놓고 2차투표를 한번 더 하는 제도이다. 그럼으로써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게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뽑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의 국가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접선거로 뽑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흔히 결선투표를 하고 있다.

이렇게 결선투표제가 도입된 나라에서는 1차투표를 할 때까지는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다. 각자 자신의 노선과 정책을 분명하게 하고 경쟁을 하면 된다. 그리고 1차투표가 끝난 후에 2차투표를 하기 전에 각 정치세력간의 협상이 벌어질 수 있다. 3위 이하를 한 후보가 1위와 2위후보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2차투표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3위 이하를 한 후보자에게 1차투표를 한 유권자들도 2차 투표에서는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정치세력들간에 토론과 협상이 벌어질 수 있고, 유권자들끼리도 토론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해서 2차 투표에서 최종적으로 당선자를 가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결선투표제가 가져올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

첫째,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므로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된다. 과거 대통령선거에서 30%대의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있다. 1987년 대선 당시에 노태우 전 대통령은 36.6%의 득표로 당선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낮은 득표율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 자리에 선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60% 이상의 국민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더 심각한 사례들도 있다. 가령 2014년 경남 하동군수 선거에서는 24.73%의 득표를 한 후보가 1위를 해서 당선됐다. 유권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로 당선이 된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20%대의 득표율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이 있었다.

둘째, 극단적인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선거에서는 1차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후보가 35.1%의 지지를 얻어 1위를 한 경우가 있었다. 만약 결선투표제가 없었다면, 이 후보가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당선됐을 것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여서 2차투표를 하게 됐다. 그리고 2차투표에서는 1차투표에서 2위를 했던 후보가 역전을 해서 53.8%를 얻어 당선됐다. 극단적인 후보의 당선을 원하지 않는 다수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셋째, 결선투표제는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선거를 풍성하게 한다. 지금처럼 선거 초반부터 단일화를 하느냐 마느냐라는 정치공학적인 프레임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최소한 1차 투표에서는 다양한 후보들이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고, 유권자들도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소수정당 후보들도 사표심리에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최소한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결선투표제가 가진 장점이 더 크다. 물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통령 선거에 도입하려면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당장 2022년 대선에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027년 대선도 이런 방식으로 치르지 않으려면, 개현과 함께 결선투표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법률만 개정해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 기초-광역을 한꺼번에 도입하기 어렵다면,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반기에 당장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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