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스페이스 N 1편
■ 모시장터 / 스페이스 N 1편
  • 최용혁 칼럼위원
  • 승인 2021.09.01 17:36
  • 호수 10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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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어떻게 해야 할까? ... 인간이 지구를 잘못 사용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 보니 이 질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화성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칼 세이먼, ‘코스모스에서)

하지만, 전기자동차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라면 그럴 수 있다. 2023년 달 관광! 2024100명 화성 우주 관광! 50년 안에 화성으로 100만명 이주! 2002년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 X’는 화성을 독립된 식민지로 만들 야심찬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넘치는 자신감, 이전 사업의 성공,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사장님은 엄청난 환호와 투자를 받고 있다. 동학 개미, 서학 개미들로부터 가끔 사기꾼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지금 그는 세계 1위의 부, 즉 지구 1위의 기세로 다른 행성을 넘보는 중이다.

 

마침, 인류는 산업화 이후 지구 기온 1.5도 상승이라는 생사의 위기에 놓여 있다. IPCC 등의 비관적 전망에 따르면 지구는 곧 해수면 상승, 이상 기온, 식량 부족 등 기후 위기로 인한 피난민이 넘쳐나게 되어있다. 때마침 지구 일진의 시선이 지구를 벗어나 화성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인류에게 엄청난 희망이지 않을 수 없다. 무릎을 탁 칠 일이다. 탁자 아니고 무릎 말이다. 훌륭한 이야기이고 그럴 듯한 계획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그는 정말 화성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돈 주체 못하는 100만 명과 함께. 그 중에는 구색을 맞추느라 몇몇 가난한 시인과 농부의 자리도 있을 것이다. 1001의 공무원 시험 합격률을 경험해 본 우리로선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능성이 있다. 희망을 더해 말하면, 일론 머스크의 관상이 아주 매정해 보이지는 않는다.

스페이스X’측에서는 실제 화성 이주가 약 75%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작전명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뉴스서천 구독자들께만 미리 살짝 알려드리자면 이는 지구 최상위층 0.1%삼십육계 프로젝트인 것이다. 아주 놀랄만한 발상은 아니다. 먹고 튀는 것이야 유사 이래로 돈과 권력, 눈치 있는 사람들의 주특기이지 않았던가. 왜놈이 쳐들어오자 선조는 의주로 튀었고, 청나라가 쳐들어오자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튀었고, 이승만은 부산으로 튀었다가 너무 멀리 갔나하고 자책하기도 했다. 뒤늦게서야 우리는, 아니 아니, 민중들은 조정의 심장부를 불 지르고 겨우 약탈과 노략질 정도의 투쟁력을 발휘했지만, 결국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과 뭐 하나 다른가. 심지어 여행에서 돌아 온 그들에게 부역자라는 낙인과 함께 살육당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개보다 나을 것이 없지.

삼십육계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되어 갈수록 우리는 더욱 다급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에 대항하기 위한 작전명부터 급하게 알린다. ‘스페이스 N’! 여기서 Nnow 또는 농의 영어 또는 한글, 아무튼 이니셜. 아직 작전의 내용은 없다. 신성일도 아니면서 바람피울 생각만 하는 동지, 이재용도 아니면서 집에 냉장고 서너개가 자랑인 동지,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진 아흔아홉 명의 동지, 모두 모여라. 여기 우리 살고 있는 곳에서 함께 작전을 짜보자. 화성 침공 세력, 1.5도 상승 주범, 엄지손톱으로 우리 온 몸을 짓눌러온 그들이 지구를 곧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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