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혹독한 가르침으로 자녀를 재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자장
■ 송우영의 고전산책 / 혹독한 가르침으로 자녀를 재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자장
  • 송우영
  • 승인 2021.10.15 07:26
  • 호수 10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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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타일他日> 공자께서 홀로 뜰에 서 계시니<우독립又獨立> 아들 리가 뜰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니<리추이과정鯉趨而過庭> 공자께서 아들을 불러세워 말씀하신다.<>

예를 배웠느냐?<학예호學禮乎> 아들 리가 대답하여 아뢰기를,<대왈對曰> 아직 못 배웠습니다.<미야未也> 공자께서 아들 리에게 말씀하신다. 예를 배우지 않으면<불학예不學禮> 사람들 앞에 설 수가 없느니라.<무이립無以立> 아들 리는 물러나 예를 배웠다.<리퇴이이학예鯉退而學禮>

논어계씨편 433<16-13>의 기록으로 뜰을 지날 때의 가르침이라는 성어를 낳은 과정지훈過庭之訓의 고사이다. 과정지훈의 성어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에 의해서 과정록過庭錄이란 이름으로 또 한 번 천하에 알려지는데 연암의 자녀교육과 아버지로서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과정지훈이나 과정록이 주는 함의는 자녀를 어떻게 길어낼 것이냐라는 승어부勝於父이다.

자녀들에겐 숙명과도 같은 말로 글자 그대로 풀어쓰면 아버지를 이기는 자식이라는 듣기에 따라서 어감이 다소 그악스럽다만 뜻은 좋은 의미로 해석되는 말이다. 곧 부모를 뛰어넘는, 그러나 부모의 염원대로 훌륭한 자녀 되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그 가르침의 우선은 언행의 몸가짐이다. 군자는 자신의 말이 행동을 넘어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자왈군자취기언이과기행子曰君子取其言以過其行논어헌문361<14-29>)고 했다.

말에 대한 실천이 따르지 못함을 경계한 경책이다. 부모의 이름을 진명사해盡名四海할 자는 자녀 외에는 그 누구도 아니다. 이 점이 모든 부모는 자녀를 잘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교육에 독특한 이론을 낸 인물 중 하나가 동중서인데 가문의 수준에 걸맞게 자녀를 길러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서漢書 동중서전董仲舒傳에서 말한다. 군자의 지위에 거하면서<거군자지위居君子之位> 서인의 행동을 한다면<위서인지행자爲庶人之行者> <가문>은 반드시 걱정과 화가 이른다.<기환화필지其患禍必至> 그러면서 그가 예로 든 인물이 공의휴公儀休.

공의휴公儀休는 노나라 제30대 군주 목공穆公 때 재상宰相을 지낸 인물로 맹자고장구하와 염철론 권5 상자相刺편에 따르면 노나라 목공과 함께 공자의 손자 자사자子思子의 문인이며 상사常師<정해놓고 늘따르며 배우는 스승>이다. 그리고 노 목공이 공의휴를 돕는 재상 반열의 우반祐盤 지위에 제수한 인물이 신상申祥인데 예기 단궁 상. 정현의 주에 따르면 신상申祥은 진나라 왕족 출신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의 아들이라 기록한다.

서진西晉 때 소주疏註에 따르면 자장의 많은 아들 중 아비의 혹독한 공부를 견뎌낸 자식은 신상이 유일이라 한다. 자장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를 낳은 당사자로 공자의 제자 중 공부를 두 번째로 많이 한 인물이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한 탓인가? 늘 당당했다 한다.

증자의 그에 대한 평가는 너무 당당하다는 것이 전부다. 공자보다 48세 어리고 증자보다 두 살 어리다.

송나라 이후 증자와 함께 공문 12철에 추증된 이물이다. 어느 날 자공이<자공문子貢問>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습니까?<사여상야숙현師與商也孰賢> 라고 공자께 여쭈우니 공자께서,<자왈子曰> 자장은 지나치고<사야과師也過> 자하는 미치질 못한다.<상야불급商也不及> 라고 말씀하신다. 자공이,<> 그렇다면 자장이 낫다는 말씀입니까<연즉사유여然則師愈與> 라고 또 여쭈우니 공자께서 말씀하신다.<자왈子曰>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은 다 같다.<과유불급過猶不>” 라고 말씀하신다. 논어論語선진先進편 기록이다. 여기서 유는 거성去聲 유운宥韻으로 운목이 여구절余救切에 속해 자전字典에 따르면 유는 서로 같다는 상사相似<대한한사전2002>로 보든가 여와 같다는 여동如同<한어대사전 권5. 93>으로 봐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쉽게 말해서 유는 부사 오히려가 아닌 동사 같다로 새김하는 것이 원문에 가깝다는 말이다.

이쯤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하나 있는데 눈썰미있는 독자라면 짐작하셨겠지만 자장이다. 자장은 다른 날 지면을 통해 밝히겠지만 기독교회 예수의 제자 도마와 같은 존재다. 당시 자장의 나이는 스물 두어서너살쯤 되는데 스승 공자께서 죽는 그날까지 치열하게 물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정치가가 될 수 있습니까가 그것이다. 여타의 제자들은 정치를 어떻게 합니까를 묻는 데 반해 자장은 정치가가 되는 방법론을 물은 최초의 제자다. 그것이 논어 마지막권 공자의 마지막말 직전에 명토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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