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22주년 기념 특집 /서천 유부도갯벌과 금란도(준설토 투기장)를 다녀와서(1)
■ 창간22주년 기념 특집 /서천 유부도갯벌과 금란도(준설토 투기장)를 다녀와서(1)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1.10.15 07:51
  • 호수 10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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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며 갯벌면적 줄자 도요물떼새들 군무

사진 찍으려는 탐조객들 서성이며 새들 위협
▲노출된 상태에서 새를 기다리는 사람들
▲노출된 상태에서 새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9월 22일, 가을철에 관찰되는 새들을 보기 위해 편집국장과 함께 서천 유부도갯벌을 찾았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표를 보면, 군산외항 기준으로 이 날의 만조시간이 오후 4시 12분이고, 이때 바닷물 높이가 687센티미터나 되었기 때문에 도요물떼새 전체 종과 개체수를 엄밀히 조사하기에는 적절한 날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와 가락지를 부착한 새를 조사하기에는 좋은 날이었다. 
  바닷물이 빠져 나가는 썰물이 되면 넓은 갯벌이 펼쳐지지만 만조 때가 되면 대부분의 갯벌이 바닷물에 덮히면서 노출된 갯벌이 줄어든다. 그러면 물갈퀴가 없는 새들은 가장 마지막까지 바닷물이 차지 않는 곳으로 집중해 모여든다. 갯벌에 어떤 새가 얼마나 머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썰물 때보다는 만조 때 조사를 하게 된다. 더욱이 바닷물의 수위에 따라 새들이 어디에 머무를 것인지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하고, 새들이 많이 모여들기 전에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물갈퀴가 없는 도요물떼새와 저어새들이 가까이 다가오게 되어 보다 쉽게 종 구별과 개체수 조사를할 수 있다. 

밀폐형 탐조대 설치 필요

  오후 2시 45분경, 유부도 북측의 해안사구 지역에 도착했다. 화창하고 깨끗한 공기여서 새들 관찰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그런데 벌써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커다란 카메라와 망원경을 북쭉을 향해 늘어놓은 채 일렬로 앉아있거나 몇 명은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추석 다음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위장망도 설치하지 않고 노출된 상태였다. 어린 학생도 있었다. 음직이지 않고 그대로 앉아만 있어 준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2시간 넘게 과연 가능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집국장과 함께 미리 준비해 간 1인용 위장망을 바짝 붙여 설치하고서 그 안에 들어가 앉았다. 잠시 후 멀리서 150여 마리의 저어새가 이리 저리 물가를 휘젓고 다녔다. 부리에 걸린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서다. 백로들도 덩달아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달아나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자 노출된 갯벌 면적이 줄어들면서 도요물떼새들이 군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다시 갯벌에 내려앉았다가 또 다시 날아오르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에는 수천 마리가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군무를 펼치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하나로 모두 뭉쳐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군무를 펼쳤다. 장관이다. 환호성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꾹 참았다. 감탄사가 나와야 더 깊은 감흥을 느낄 수 있는데 아쉽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 광경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새들에게 위협을 주며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 밀폐형 탐조대가 필요하다.
▲새들에게 위협을 주며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 밀폐형 탐조대가 필요하다.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개꿩, 검은가슴물떼새, 붉은어깨도요, 민물도요, 세가락도요, 송곳부리도요, 좀도요가 우리들이 앉아 있는 해안사구 근처까지 다가와 내려앉았다.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한 새가 몇 마리 보였다. 재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가락지에 새겨진 글씨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민물도요가 왼쪽다리 상단에 매단 흰색과 노란색 가락지에 각각 글씨 ‘U1’와 ‘43’이 새겨진 두 마리가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넓적부리도요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틀 전에 방문했을 때는 1마리의 넓적부리도요 어린새를 관찰한 바 있었다. 도요물떼새들이 무리지어 있고 너무 재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넓적부리도요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새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날아올랐다가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왜 그런가 하고 위장망 밖을 보니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서 새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한심한 상황이다. 몇 사람이 우리가 앉아있는 곳과 새 사이로 지나간다. 몰상식한 사람이라 생각이 들어 “왜들 그러냐!”고 쏘아 붙였다. 그나마 매와 황조롱이가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이틀 전에 왔을 때는 매와 황조롱이가 도요물떼새를 잡아먹으려고 날아다니는 바람에 새들이 더 안전부절 못했다. 그리고 가끔 군산비행장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이 이곳까지 날아오거나 소방 헬기가 날아올 때면 새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무리지어 날아올라 우왕좌왕 난리가 난다. 조류 조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새만금신공항이 건설된다면 이곳의 새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만조 때 모여든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무리
▲만조 때 모여든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무리

  방해요인이 없어서 인지, 북쪽에 있는 높은 지역의 갯벌에는 큰 도요물떼새에 속하는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와 저어새 무리, 그리고 물갈퀴가 있는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무리가 모여 있었다. 서로 밀집되어 모여 있는데도 평화롭게 서 있다. 그런데 알락꼬리마도요 한 마리가 우리가 있는 곳 가까이에 내려 앉았다. 그런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깃털이 뭉쳐 있고, 왼쪽다리는 무엇인가에 감겨있었다. 아무래도 깃털에 석유 기름이 묻은 것으로 보인다. 깃털은 새가 날아다니는 데 중요하고, 새의 몸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해주며,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깃털에 기름이 묻으면 이 같은 기능이 떨어져 새는 결국 멀리 않아 죽게된다. 인위적으로 잡을 수 있다면 기름을 제거해서 살려줄 수 있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4만여 마리 도요물떼새 무리 군무

  전체 개체수가 대략 4만 마리 정도 되어보인다. 대부분의 도요물떼새들은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마치고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등 대양주로 내려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지만 개꿩, 마도요, 민물도요 일부는 겨울철에도 이곳에 머무른다. 이곳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새들은 수컷들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과거처럼 겨울이 춥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수컷들은 내년 봄이 되면 빨리 번식지로 이동해 적당한 둥지를 차지하고서 암컷을 기다린다. 수컷들이 자기 유전자를 후세에게 남기기 위한 처절한 행동이다.  
  만조가 되자, 저어새 40여마리와 도요물떼새가 대략 1만 마리 정도로 줄어들었다. 갯벌 대부분이 바닷물로 덮여 쉴 장소가 협소해 군산시 지역에 위치한 준설토 투기장(일명 금란도)과 유부도 남쪽의 갯벌 및 폐염전부지, 그리고 새만금 간척지의 북측지역으로 이동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도요물떼새들의 군무
▲도요물떼새들의 군무

  만조 시간이 지나고 바닷물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도요물떼새들이 우리가 머문 곳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새들에게 더 다가갔다. 새들이 더 안절부절 못하고 날아올랐다가 더 멀리 떨어져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안타깝고 화가 나는 상황이다. 평상시에는 만조시간 이후로도 1시간 가량 더 새들을 관찰할 수 있지만 이 날의 상황은 너무 좋지 않았고 스트레스도 쌓여 일찍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2일 전인 9월 20일에도 방문했는데 그 날은 만조시간이 오후 3시였고, 이때 바닷물 높이가 644센티미터였다. 방문한 사람이 불과 다섯 명 밖에 안 되었고, 위장망을 치거나 사람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새들을 관찰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새들이 안심하고 같은 장소에 머무르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도요물떼새 전체 종과 개체수를 조사하기에 아주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 들어와서 도요물떼새들의 군무를 보면서 아름답고 경이로운 광경을 보기를 희망해 보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최소한의 준비도 갖추지 않고 들어오다 보니 새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밀폐형 탐조대 설치의 필요성을 서천군과 관계기관에 여러 차례 제안을 하기도 하고, 탐조대 설계도를 서천군 측에 보내주었데도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사람들이 밀폐형 탐조대에 들어가면 새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고도 가까이 다가오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위장망을 접고 나오려는데 이곳저곳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더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유부도 민가 태양광발전 설치 필요

  주민들의 주택지를 지나는데 어느 집 지붕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과거 유부도내에 기름을 이용해 화력전발전소를 가동할 때 서천군 관계자에게 태양광발전 시설을 모든 주택에 설치해 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한전이 군산에서 바다 속으로 송전선을 깔아 유부도까지 연결해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다가 준설선이 작업을 하다가 송전선을 끊어버리는 일이 발생해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공급받은 전기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전기료로 한 가구당 적게는 1만7천원, 많게는 4∼5만원이나 납부한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서천군이 전체 주민들에게 태양광발전 시설을 지붕이나 마당에 소규모 분산형으로 설치해 주기를 바란다. 주민들이 잡을 수 있는 조개가 줄어들고 경제활동을 거의 못하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전기료를 아끼고 생활형편도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줄이는 효과는 물론 유부도갯벌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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