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령화 비켜! 용산리 청년회 나가신다
농촌 고령화 비켜! 용산리 청년회 나가신다
  • 최현옥
  • 승인 2004.02.20 00:00
  • 호수 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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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이 늙었다고? 한창이지… 이렇게 근력시게 도끼질하는 노인네들 봤어?”
객기라도 부리듯 도끼를 번쩍 들어 나무토막을 두 도막내는 한산면 용산리 청년회 회원. 농한기를 맞아 마땅한 소일거리를 찾지 못한 회원 10여명은 폐가에 모여 화톳불을 켜고 매일 이야기꽃을 피운다. 며칠 전 모임 때마다 장작을 쓰기 위해 회원들은 몇 일전 인근 야산에서 폐목을 베어 왔다. 인적도 찾을 수 없이 너무 고요했던 마을은 도끼질 소리에 비로소 활기를 찾는 듯 하다.
“보다시피 말이 청년회지 이게 무슨 청년회야. 그냥 명맥만 잇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얼굴 가득 잡힌 주름과 희끗한 머리, 얼 핏 보기에도 용산리 청년회는 노인회에 가깝다. 올해 65세가 된다는 청년회장 서창호씨는 대부분 농촌이 그렇듯 용산리도 고령화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며 현실을 개탄한다. 불과 몇 해 전 마을 가구수는 100여채에 달했지만 지금은 그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물론 청년회 결성 당시 회원들은 30∼40대가 40%로 40여명이 활동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60∼70대로 20여명이 활동 중이다.
“세상이 이러니까 농촌 고령화는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래도 아직 용산리 청년회 활동은 죽지 않았어. 어느 지역은 청년회 자체가 없어졌지만 우리는 과거 해오던 사업도 계속 이어오고 있거든”
애경사는 물론이고 마을 발전을 위해 결성된 청년회,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일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로 애경사에 일손이 부족, 인근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회원들은 농사도 공동으로 경작한다. 농기계를 공동 사용하고 공동방제 하며 1년 농사에 대한 평가를 한다. 그 결과 미질 좋은 쌀이 나기로 유명하다. 이에 힘입어 회원들은 고품질 쌀을 생산하려 했지만 판로가 없어 포기한 상태이다.
“과거 청년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떠난 출향인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있어. 수구지심이라고 고향의 풋풋한 인심이 그리운 게지”
화합과 단결로 유명한 용산리 청년회 회원들. 그들은 고향을 떠나서도 지역을 잊지 못한다. 몇 해전 마을 음향시설과 효도관광에 사용해 달라며 성금을 보내와 요긴하게 사용됐다.
사실 용산리 청년회가 결성된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다. 3명의 청년이 마을을 위해 공판장을 운영, 박리다매했으며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마을을 위해 사용됐다. 또 가축을 키워 마을 잔치 때마다 희사하기도 했다고.
“과거나 지금이나 마을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것은 같은 것 같아. 마을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부녀회와 화합해서 실타래를 풀어나가고 있지. 최근에는 기금 마련에도 힘썼어”
지난해 철새도래지 구호작업에 참여, 마을 자금을 마련했다는 청년회. 회원 이건구씨는 청년회에서 그 동안 해온 일을 열거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라고 자랑이다. 부여의 경계로 한산의 끝자락에 위치한 용산리. 주민들은 교통불편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외출을 삼가는 편이지만 가끔 회원과 어울려 읍내로 칼국수를 먹기 위해 나들이 가는 것은 큰 기쁨이다. 청년회원들은 재정 부족으로 많은 활동은 어렵지만 마을의 공동과제는 물론 주민들의 사소한 병원 입·퇴원까지 맡고 있다.
“청년회 활동 말하라고 해서 했는데 우리는 맨날 하는 일이라 어떤 것이 잘한 건지 모르겠네. 아무튼 지금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가야지”
고령화로 인해 청년회가 곧 사라지게 될 거라며 이구동성하는 회원들. 하지만 마을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다짐은 같다. 나이를 뛰어넘어 마을을 위해 불굴의 청년정신을 발휘하는 용산리 청년회. 그들이 있어 농촌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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