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 승인 2021.11.17 21:30
  • 호수 10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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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공도유백발世間公道唯白髮”

늙어서도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

청나라 문장가 두문란杜文蘭은 자신의 수필에서 말하길 천년의 땅에서<천년전지千年田地> 8백번 주인 바뀌나니<팔백주八百主> 토지가 주인이요<전시주인田是主人> 사람은 객이로다<인시객人是客>” 조선의 시인은 이렇게 읊은 바 있다. “청산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

천하에 누구에겐들 늙음이 오지 않는다고 우겨댈 자 있는가. 당대 최고 미남으로 저자거리에 나가면 여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두목杜牧은 만당晩唐 때의 시인이자 문장가로 자는 목지牧之이며 호는 공자 문도 중 세 번째 아둔하다는 제자 번지를 존경하여 번지의 흐르는 물가에 살겠다는 의미의 번천樊川이다. 재상을 지낸 두우杜佑의 손자로 태화太和 2828에 진사가 된 인물이다.

그가 쓴 시중에 하나가 은자를 떠나 보내며라는 제하의 시 송은자일절送隱者一絶이 있다. 그 하구下句에 이르기를 세상에 가장 공정한 일은 늙어가는 일이다<세간공도유백발世間公道唯白髮>” 귀한 사람이라고 해서 돈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귀인두상불회요貴人頭上不會饒> 쯤으로 이해되는 절구다. 천하 누군들 늙음을 이기랴.

기독교회 경전 신약성서 누가복음16:3절에 이런 경구가 있다. “내가 무엇을 할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 혹자들의 말을 빌면 늙으면 기운은 쇠해지고 근심은 많아지고라 한다.

이쯤에서 옛사람들은 공부를 했다. 젊어서는 필요에 의해서 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거다. 뭔가를 좀더 알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보다 더 똑똑해지려고 공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보다 어린사람에게 공부를 배우는 것은 내가 그 사람보다 못나서 배우는 게 아니다. 배워주는 거다. 그것 또한 성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탕편蕩篇처음이 있지 않는 게 없고 능히 끝이 있는 것이 적다<미불유초靡不有初 선극유종鮮克有終>”고 했다. 늙어서까지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다. 공자는 논어論語 술이述而7-11문장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구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나는 말 모는 채찍 잡는 일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애써도 부자가 못된다면 나는 차라리 내 좋아하는 공부를 할 것이다.<자왈부이가구야子曰富而可求也 수집편지사雖執鞭之士 오역위지吾亦爲之 여불가구야如不可求 종오소호從吾所好>”

공자께서 이 말을 할 때가 아들 장례를 마친 한참뒤였으니까 그의 나이 대략 60후반 훨씬 뒤쯤일 것으로 추정된다. 82년을 향수하고 죽은 톨스토이는 60세에 이르러 한문을 공부했고 4년 후인 64세에 이르러 노자의 도덕경을 번역한다. 한문 실력이 일취월장하지 못한 탓에 축자역 번역은 아니고 연의에 가까운 번역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가 60세에 이르러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 11권을 말한 적이 있었는데 무순으로 몇권만 나열하면 그 첫째권이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이요, 그 둘째권이 공자의 논어요 그 셋째권이 맹자 이하 기타권이라 한다.<톨스토이번역 노자도덕경 27쪽 최재목역주>

70세를 향유하고 죽은 주자朱子는 죽기 3일 전까지 대학책 보망장에 수정을 가하다 죽었다 전한다. 송문에 전하는 말 중에 우암은 83세 때 사약을 받고 죽어가는 마당에 손자에게 맹자책 호연지기장을 읊어달라 했다 전한다. 마지막 죽는 그 순간까지라도 선비로서 공부하다 죽었다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킴이다. 중국 전한前漢 무제武帝 때의 재상을 지낸 동중서의 경우는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춘추책 공부하기를 쉬지 않았다 한다.

그가 젊은 날 춘추를 공부해서 이미 춘추박사인데 60세에 이르러 다시 읽은 춘추가 전혀 달리보이더란다. 그래서 또다시 춘추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60세에 등과한 늦깎이 승상 공손홍에게 혹독하게 험한 말로 모독을 당했다 한다. 견디다 못한 제자들이 들고일어났다.

이에 동중서가 공자의 이순耳順의 글귀를 예로 들면서 풀어말한다. “나이가 60살이 됐다고 해서 무슨 소리를 들어도 그게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닐터 다만 이제는 나이가 60쯤 됐으면 곱게 늙어야한다<이순염노耳順艶老> 행여 남들이 나에 대해 나쁘게 말을 한다 해도<혹문비언或聞鄙諺> 그 말에 대해 일견 화를 내지 않고 그럴 수도 있구나<기연미분其然未憤>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지적 함량<고부적량叩俯積量>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순을 맞는자세다<차영이순此迎耳順>”

그러면서 하던 춘추 공부를 계속했다 전한다. 암튼 이순을 지나면 춘추든 논어든 반드시 재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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