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홀로 공부했다는 공자의 일생
■ 송우영의 고전산책 / 홀로 공부했다는 공자의 일생
  • 송우영
  • 승인 2021.12.02 10:52
  • 호수 10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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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시하면 죽는다. 이 사실을 가장 치열하면서도 온몸으로 증명한 이가 있었다. 공자에게 있어서 밥은 곧 삶이요. 예절이요. 존재 이유다. 서양의 철인처럼 우주를 논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리수나무아래서 깨달음을 얻겠다며 몸부림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끼니 때가 되면 밥 먹고 틈나면 공부하는 것으로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살아낸 것. 그것이 전부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묻는 말에 답해준 게 전부다. 자신이 뭐다, 자신이 누구다, 그런 것에는 일말의 관심조차도 없다. 그런 그를 일러 400년 후에 사마천은 사기 공자세가편에서 공자를 단 세글자로 압축한다. 상가구喪家狗 곧 상갓집 개라는 말이다. 상갓집 개에서 공부만으로 인류에 성인聖人이라는 단어를 낳게 한 인물이다.

그런 그도 두려워한 인물이 있었으니 후생後生이 그다. 논어 자한227<9-22>편에서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후생이 가히 두렵도다.<후생가외後生可畏> 어찌 뒤에 오는 자가 지금만 못하리라 단정할수 있겠는가.<언지래자지불여금야焉知來者之不如今也> 그러나 마흔살이나 쉰살이 되도록 알려지지 않는다면<사십오십이무문언四十五十而無聞焉> 그런 사람은 족히 두려워할 인물이 아니다.<사역부족외야이斯亦不足畏也已>”

여기서 후생後生은 뒤에 태어나는 사람이나 뒤에 살아가는 사람이다. 는 두렵다는 의미보다는 경외敬畏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공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야말로 인류를 가치 있는 삶으로 이끈 지적 섬광의 찰나를 조명한다. 공부한다고 해서 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통해서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는 있다. 그 길을 열어준 이가 공자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논어 마지막편인 요왈편 끝문장에 잘 드러나 있는데 삼부지三不知로 통하는 문장이 그것이다. 일부지一不知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부지명不知命 무이위군자야無以爲君子也>”이며, 이부지二不知예를 알지 못하면 세상에 설 수 없다<부지례不知禮 무이립야無以也>”이며 삼부지三不知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부지언不知言 무이지인야無以知人也>”이다.

공자의 생각은 거대담론이 아니다. 공자의 말과 행동이 이해 곤란할 정도로 형이상학적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종교적 심오함이 내재된 형이하학적이지도 않다. “공부해서 그 공부를 바탕으로 살아가라라는 조금 쎈 실존적 철학개념 정도이다. 다만 공자의 말과 행동 저변에는 성리학적 함의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게 조금 다를 뿐이다. 그것은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당시는 춘추시대로 왕도정치王道政治王道가 아닌 무력의 패도정치覇道政治시대였다.

공자는 공부를 바탕으로 인을 추구한 인물이다. 천하의 군주들을 찾아다니며 왕도정치王道政治王道를 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군주들은 공자의 생각과는 달랐다. 공자의 왕도정치철학을 받아주는 군주君主는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노년에 이르러 노구의 몸을 이끌고 본국인 노나라로 돌아와 후학을 길러낸다. 공자가 위대한 점은 어찌 한두가지겠느냐마는 노년의 날수를 노 애공 16BC479 4월 기축일에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어떤식으로 채워가야 하는가를 몸소 몸으로 본을 보여줬다는 점에 있음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공자의 60세 후반의 인생은 공부의 연속이다. 이를 학자 모로하시의 평을 빌린다면 미수강학美壽講學이라 했다. 미수美壽라는 것은 66세를 이르는 말이고<77세 희수喜壽. 88세 미수米壽-이는 옛문헌 전거典據에 없는 조어임> 여기서 강은 강의한다는 강이라기 보다는 더 열심히 공부한다는 의미로 풀었다. 은 말씀언+짤구로 된 글자로 은 운목韻目이 어헌절魚軒切로 압운押韻은 평성平聲원운元韻이며 혼자말하다는 의미이다. 운목韻目 어헌절魚軒切의 어를 춘추좌씨전 은공5<기원전718>조를 대비해 풀어보자. “5년 봄에<오년춘五年春> 노나라 은공은 당 지방으로 가서 고기잡이를 홀로?구경하려 했다<공장여당관어자公將如棠觀魚者>” 곧 홀로 무엇을 한다는 말이다. 정리해보면 언이란 홀로 말한다는 의미로 홀로 책을 읽고 홀로 글을 쓰고 홀로 묻고 홀로 답하는 상태요, 이 말의 의미는 공자는 노년에 고독했으리라. 그러나 그 고독을 홀로 신세 한탄이나 푸념으로 뭉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독공獨工 홀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공자의 일생은 홀로 공부로 일관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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