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은 소중한 것여!
우리 것은 소중한 것여!
  • 최현옥
  • 승인 2004.02.27 00:00
  • 호수 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씨는 한올 한올 짚을 엮으며 농경문화를 지킨다
‘탁…틱’
지난 가을 햇볕에 잘 말린 짚풀로 멍석, 삼태기, 소쿠리 등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한상도(76)씨. 단조로우면서도 섬세한 손길로 짚을 한 올 한 올 엮어 가는 그는 화양면 문촌리에서 문명의 발달로 곧 사라지게 될 짚풀생활문화의 질긴 끈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소품으로 짚풀생활용품을 구입하는데 과거에는 이런 것 없이는 살림 못했어. 나도 짚신 신고자란 세대거든”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 생활용품을 자급자족하던 시대에 살았다는 한씨. 그의 마당 한편과 부엌, 헛간 등에는 수 십년을 동고동락해온 망태기, 소쿠리, 삼태기 등 이 즐비하다. 아직도 그 모든 것이 생활사인 그에게 짚풀생활용품이 소품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마뜩치 않은 일이다.
“큰아버지에게 짚신, 멍석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그게 아마 내가 10살 때 일거야. 우리네는 생활용품을 자급자족했으니까 이런 것 만드는 건 필수였죠”
통과의례처럼 어린 시절부터 짚을 엮는 기술을 익혀온 한씨. 취미 삼아 겨울철 소일거리로 해오던 일이 전업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5년 전이다. 그의 작품이 한산모시문화재에 민속공예품으로 전시되면서 비로소 그 빛을 보게됐다.
“이런 짚풀 용품이 상품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래봐도 이제는 나도 장인으로 취급받고 있다니까. 그리고 서천의 홍보대사도 돼지. 심지어는 외국인도 다녀갔으니까”
그에게 일상사인 것들이 상품이 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자신을 통해 전통을 지켜 나가고 있어 자부심이 크다. 어느 정도 그의 솜씨는 인정을 받아 고객들이 제품을 보지 않고 전화주문을 하고 있으며 한 일본인들은 그의 집에 체류하며 생활용품 만드는 법을 배워가기도 했다.
“이것도 연구 없이는 어려운 일이여. 미투리 만드는 기구는 내가 직접 개발했지. 그리고 소품으로 작게 만들려면 여러 재료를 활용해야 해”
규모가 큰 생활용품에서부터 5cm도 안 되는 작은 소품까지 만드는 그는 짚이 거칠기 때문에 재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짚을 대신할 수 있는 질기고 튼튼한 풀을 찾던 중 어린 시절 장난감이었던 기장풀을 활용했으며 염색한 태모시와 한지를 활용했다. 심지어는 생활용품을 만들 때 이용하는 틀과 공구를 직접 제작했다. 손재주가 많아 농기구를 목공예로 만들고 있어 그의 작품 종류는 30∼40여가지에 이르고 있다.
“늙은 나이에 소일거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 비록 만드는 방법이 어려워 사람들이 배우기를 꺼리지만 나의 작은 기술을 사람들에게 전수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텐데…”
점점 사라져 가는 농경문화에 대해 알리고 싶은 한씨는 그 동안 지역에서 짚풀생활용품 만드는 방법을 전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만드는 과정이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보니 대부분 배우기를 꺼리고 있어 명맥 잇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내가 짚으로 만든 생활용품 쓰면서 느낀 건데 시대가 변해 물질이 풍족해졌지만 이것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아. 환경 오염도 안되고 다시 생활용품으로 활용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
민중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짚풀문화는 단지 흘러간 문화가 아니라 무한한 문화산업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21세기 문화, 환경의 지표로 삼을만하다고 말하는 한씨. 그는 짚풀문화를 통해 이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은 눈이 침침해서 작품 만드는 것이 힘들지만 사소한 것에서 삶이 묻어난다는 것 그것이 좋은 것 같아”
아침 5시 반부터 40여년 그와 함께 해온 라디오 소리로 일과를 시작하는 한씨. 그는 짚이 가축들의 따스한 보금자리가 되었듯 농경문화를 지키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남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