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극복하며 일궈낸 삶’ 책으로 펴내
‘대장암 극복하며 일궈낸 삶’ 책으로 펴내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12.31 09:45
  • 호수 10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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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 선도리 갯벌지킴이 유승배 전 비인어촌계장
▲유승배 전 비인어촌계장
▲유승배 전 비인어촌계장

비인면 선도리 갯벌체험마을 체험센터가 가면 늘 볼 수 있는 사람, 선도리 갯벌지킴이 유승배 전 비인어촌계장이 책을 펴냈다.
책 제목은 대장암 극복기’, 부제는 나의 꿈 나의 보금자리이지만 책 내용을 보면 주제와 부제가 바뀐 듯하다.

이 나이 되도록 내 등에 부귀영화를 이만사천구십일 내내 가득 짊어지고 살았다면 행복했었을까? 이미 힘겨운 짐이 되어 고꾸라져 사람 노릇 지금만 못할 수도 있었으리라. 아내가 지금까지 내 곁에 남아 마음으로 지은 밥을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줬다는 보장도 없었을 게고, 별난 먹을거리라도 생길라 치면 어김없이 쪼개어 나누는 형제 이웃들도 함께 할 수 없었으리라” (책 서문에서)
전문 글쟁이가 아닌 그의 책 서문에서부터 60을 넘게 살아온 인생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가 쉼없이 달려온 삶의 궤적이 눈 앞에 펼쳐지듯 진하게 묻어난다.

그가 태어나 자란 선도리는 해수욕장이 있었던 참으로 아름다운 갯가 마을이다. 마을사람들끼리 다툼이 없고, 외지인들이 들어와도 텃세가 없으며, 또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누구나 자연 환경에 순응하며 호미 하나 들고 갯바닥에서 조개잡이를 하던 마을이 비인면 선도리이다.

그는 30대 중반이던 939월 형님의 소개로 신용협동조합을 알게 되었다. 장항신협의 전무를 찾아갔다. 그로부터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일인을 만인을 위하여라는 신협의 슬로건을 알게 되었고 이에 매료됐다. 그의 고향 비인 사람들을 신협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보자는 꿈에 사로잡혔다.

그는 대전에 있는 신용협동조합중앙회를 찾아갔다. 담당자를 만나 인구 4200명이 살고 있는 서천군 비인면에 신용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담당자가 그를 노려보았다. 명성도, 신뢰도 검증받지 않은 나이도 몇 살 안먹은 젊은이가 가당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준비서류 양식을 들고 돌아와 동네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의 표현대로 절규에 가까운 설명과 설득으로 발기인 열 다섯분을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12번을 찾아가 조합원에 가입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한 달만에 150명의 설립 동의자를 확보해 이 해 1029일에 발기인 대회를 열고 이듬해 121일 재무부장관으로부터 인가를 얻어내 마침내 비인신용협동조합이 탄생했다. 1년이 채 안되어 19억원이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모아지게 되었다.

이후 형님의 부탁으로 집을 지어보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집 짓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기계과 직업훈련 교사 면허 소지자이긴 했으나 집 짓는 일은 처음이었다. 자투리를 남기지 않는 치밀한 설계와 집 주인이 직접 보조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인건비를 절약하고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집 주인과 함게 하는 일이었으므로 매우 튼튼하게 지어졌을 것이다.

▲책 표지
▲책 표지

그는 우연한 기회에 대장암 검진을 받고 2기에서 3기로 넘어간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굳은 의지로 다시 건강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이 때 병실에서의 경험은 환자용 변기를 창안토록 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2016년 그는 비인어촌계장을 맡게 되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어촌계원들의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려서부터 갯벌을 옆에 끼고 살아온 그는 누구보다도 갯벌의 생리를 잘 안다. 그는 자연을 회복하면 이를 이용해 경제성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말했다.

자신이 살아온 내력을 책으로 엮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속내를 세상에 다 내보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배들이 보고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대장암을 극복하면서 일궈낸 그의 삶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보고서야 낙조가 아름다운 선도리 앞 쌍도에 얽힌 애틋한 전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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