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섬 출신 ‘저어새M31’ 죽은 채 발견
노루섬 출신 ‘저어새M31’ 죽은 채 발견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2.01.12 21:55
  • 호수 10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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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에 노랑색 경고판 부착해야…
▲익산시 왕궁면 흥암리 왕궁천 주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서천군 노루섬 출생 저어새
▲익산시 왕궁면 흥암리 왕궁천 주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서천군 노루섬 출생 저어새

지난 17일 오후2, 익산시 왕궁면 흥암리의 왕궁천 주변에서 위치추적기를 매단 저어새 M31’의 사체를 찾았다. 당일 오전에 한국물새네트워크의 이기섭 박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니 위치송신 기록이 4일 오후부터 움직임이 없다면서 안타깝게도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체를 찾은 장소는 비닐하우스 위였다. 바로 옆에 사는 주민의 도움을 받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빗물받이에 저어새가 죽은 상태로 누워있었다. 죽은 자리 바로 위에는 송전탑 전선이 가로 질러 지나가고 있었다. 바닥으로 내려와 확인해 보니 쇄골이 부러져 있었다. 아마도 저어새가 갑자기 날아오르다가 송전탑 전선에 부딛치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 가슴살과 깃털 색깔을 봤을 때 죽을 정도로 굶주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제라도 새들이 날아가다가 전선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비껴갈 수 있도록 모든 전선의 중간 중간에 노랑색의 경고판을 부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저어새 M31’ 사체 발견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해 1226일 해남군에서 죽은 저어새M03’의 사체 부검에 대해 물으니 해남군측이 곧 국립생태원에 맡겨 부검하겠다는 말을 전달받았으며, “만약 저어새M03’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전달해주겠고, 밀렵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총탄 흔적이 나오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말했다.

곧 이어 익산시측에 전화를 걸었더니 환경정책과 환경정책계장이 사체를 수거하러 직접 현장에 나왔다. 위치추적기를 떼어내고, 사체를 인계하면서 국립생태원측에 맡겨 사체 부검을 할 것을 제안했고, 부검 결과를 나에게도 통보해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해 주었다.

저어새 M31이동통로
저어새 M31 이동경로

 

이렇게 안타깝게 죽은 저어새 M31’는 지난해 6월에 서천군 노루섬에서 태어났고, 9월말까지 서천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10월초에 새만금 지역으로 이동해 왔다. 그러다가 만경강 중류로 이동해 노랑부리저어새 무리와 함께 만경강 본류와 주변의 김제시 용지면의 마산천, 김제시 부량면의 원평천와 백산면의 백산저수지, 완주군 이서면의 빙등저수지, 그리고 익산시 현영동의 수로와 춘포면의 갈전저수지, 왕궁면의 왕궁천 등을 돌아다니면서 힘겹게 물고기를 잡아먹고 겨울철을 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다른 저어새들이 월동지인 동남아시아, 중국, 남동부, 일본 규슈, 제주도로 이동한 것과 달리 이 저어새는 대부분 만경강 유역을 돌아다니면서 잘 버티며 살아왔던 것이다. ‘저어새 M31’가 물고기를 잘 잡으면서 살고 있는지를 필자가 직접 현장에서 다섯 차례 확인을 하기도 했다.

더 이상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새들이 안전하게 먹이를 먹고 날아다니기를 희망해본다.

▲호주 헌터강 하구 출생도래지 전선에 부착된 경고판(뉴스서천 자료사진)
▲호주 헌터강 하구 철새 도래지 전선에 부착된 경고판(뉴스서천 자료사진)
▲호주 헌터강 하구 출생도래지 전선에 부착된 경고판(뉴스서천 자료사진)
▲호주 헌터강 하구 철새 도래지 전선에 부착된 경고판(뉴스서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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