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나이에 한시집 낸
11세 나이에 한시집 낸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02.17 04:26
  • 호수 10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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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리 우농 선생 문도 최다니 군

조선의 마지막 도학자라 평가받고 있는 간재 전우(1841~1922)9세 때에 화분에 피어있는 매화를 보고 아버지가 ()’을 운자(韻字)로 내놓으며 글을 지으라 하니,

聽雪鼓絃琴韻冷
눈소리 들으며 줄을 튕기니 거문고의 운치가 찬데
看花題句墨痕香

매화 바라보며 글귀를 쓰니 먹의 흔적이 향기롭도다

▲농여 최다니
▲농여 최다니

라고 글을 지었다 한다문산면 금복리에서 문도들을 지도하고 있는 우농 송우영 훈장의 문도 가운데 11세의 최다니(아호 농여聾如) 군이 그동안 익힌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한시집 화옹花甕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군은 2011년생으로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다.

한시집은 6부로 구성돼있고 모두 109수의 오언절구의 짤막한 한시들이 실려있다. 책 제목으로 삼은 화옹花甕이란 제목의 시를 보자. ‘꽃 항아리라는 뜻이다.

 

 

 

 

조기가맹자 早起家孟子
아침에 일어나 맹자 책을 편다
수안한진림 睡眼寒瞋臨
졸린 눈 차갑게 쏘아본다
헌락수파성 軒落水破聲
낙숫물 떨어지며 갈라지는 소리
화옹쇄아심 花甕碎我心

꽃 항아리 속 부서진 마음

맹자를 공부하는 어린 학생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한시를 지으려면 4(四聲) 운율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정형시인데 그 나이에 이런 한시를 짓다니. 훈장인 우농 선생의 설명을 들었다.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한문을 공부하면 8세 무렵이면 대개 시집을 내놓지요. 농여가 쓴 시들은 가장 기본이 된 율격 하나만 가지고 모든 시들을 쓴 것입니다.”

▲한시집 표지
▲한시집 표지

최다니 어린이는 현재 회계업무를 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 호주에서 태어나 살다가 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한문을 배우기 위해 수시로 금복리를 찾아오고 방학 때면 3주씩 머물며 한문 공부에 전념한다고 한다. 현재 맹자를 배우고 있는데 한자교육진흥회에서 실시하는 한자 급수 2급 시험을 준비하느라 잠시 쉬고 있다고 한다.

시집 서문에 최다니 군은 농여聾如라는 자신의 아호를 끌어들여 앞으로의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귀먹을 같을
그대로 풀어쓴다면 귀머거리처럼이 된다.
농은 세상 일에 대해 귀를 닫으라 함이요,
여는 사소한 말에는 입을 다물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농여를 연의 한다면
귀막고 입은 닫되 눈과 손과 발은 열어
발로 걸어 여행하고 눈으로 본 것을 손으로 써서
책을 남기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키높이 만큼 책을 써야 한다.
그것이 농여가 일생을 두고 천착해야 할 일이다.

이에 책 말미에 훈장 우농 선생은 다음과 같이 격려하고 있다.

공자님께서 논어 마지막 문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면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느니라
다음이란 단어는 매우 위험하다. 공부에서 다음이란 없기 때문이다.
농여는 공부보다 술수가 앞서면 안되고

무지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위까지는 이르러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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