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스승을 욕되게 한 자로의 무지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스승을 욕되게 한 자로의 무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02.17 21:16
  • 호수 10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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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순자荀子 자도子道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록이 있다.

노나라 애공哀公자녀가 부모의 명을 따름이 효지요? 신하가 임금의 명을 따름이 바름이지요? 라며 세 번을 반복하여 공자에게 묻는다. 그러나 공자는 여기에 대하여 답변을 안하고 애공에게 퇴하退下를 고한 뒤 궐에서 나와 걸으면서 자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식이 부모의 명을 따르는 게 효도이고 신하가 임금의 명령을 따르는 게 바름이냐고 노애공이 세 번씩이나 물었지만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너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자공이 대답했다.

자식이 부모를 따르는 게 효도가 맞습니다. 신하가 임금의 명을 받는 게 바름이 맞습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 뭐라 달리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 당연한 것을...”

그러자 공자는 자공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한다.

소인배구나. 나라의 군주에게는 간쟁諫爭, 곧 싫은 소리를 할 줄 아는 신하가 넷 정도는 있어야 한다. 자식으로서 따를 만하지 않는데 따르면 불효가 되는 것이고 신하로서 따르지 말아야하는데도 따른다면 불충이 되느니라. 일찍이 전략의 귀재 모성謀聖 귀곡자鬼谷子가 문도를 가르치면서 했다 전하는 말 중에 삼신적三臣旳이라는 말이 있다.(세 가지가 밝은 신하라는 말이다. 여기서 적자는 밝다는 말이다.) 곧 밝은 신하는 도를 따를 뿐 임금을 따르지 아니하며<신적종도부종군臣旳從道不從君>, 밝은 신하는 의를 따를 뿐 부모를 따르지 아니하며<신적종의부종부臣旳從義不從父>, 밝은 신하는 나아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신적진불충어인臣旳進不忠於人>”

뒤따라오면서 스승 공자와 사문의 동생격인 자공과의 이런 대화를 듣고 있던 자로가 불쑥 물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복잡합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자로다운 퉁명스럽지만 거침없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답한다. “속이지 말라.<물기야勿欺也> 그런 다음에는 군주에게 덤벼라.<이범지而犯之>” 논어헌문편14-23문장에 기록된 말이다. 공자는 이 문장을 예기禮記·단궁檀弓편에서 이렇게 주석으로 논평해 달아놓는다. “임금을 섬김에는<사군事君> 덤비는 것은 있어도 되지만<유범有犯> 속이는 것은<감추는것> 없어야 한다.<이무은而無隱>”

범조우范祖禹는 당나라 때의 역사를 논평한 자신의 책 당감唐鑑에서 범을 주석하기를 자로는 출신이 깡패라 누군가에게 덤비<>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누군가를 속이지<> 않는다거나 은밀히 감춘다<>거나 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로의 말에 먼저 속이지 말라<물기야勿欺也>’ 라고 말했고 그 다음에 가서야 군주에게 덤벼라<이범지而犯之>’ 라고 말했던 것이다.” 라고 주를 단다.

사실 자로는 스승 공자를 곧잘 속인다. 자공은 동문 사형 자로에 대하여 상당 부분 측은지심을 갖고 있었다. 자로의 출신 성분이 워낙 미천했고 성장과정이 불운했음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공자 사후 모든 제자들은 3년 시묘를 살은 데 비해 장장 6년간의 시묘를 살면서 논어를 완성했는데 그 기록함에 있어서 동문 사형 자로의 매사를 사소한 은밀함과 속임수 정도는 그냥 빼버렸다. 오직 자로의 용맹한 부분만 기록해놨던 것이다. 그럼에도 자공이 스승 공자의 병환중의 일인지라 너무 소중한 대목이어서 차마 삭제하지 못한 체 논어에 끼워 놓았는데 보기에 따라서 자로의 치부가 될 만하기에 충분하다.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서 그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연의를 해서 풀어쓴다.

공자께서 죽을 정도의 병이 깊으시니<자질병子疾病> 자로가 문인으로 하여금 치상治喪할 신하臣下가 되도록 하여 공자의 병을 수발들게 하니<자로사문인위신子路使門人爲臣> 공자는 병이 차츰 나아져 이런 사실을 알고<병간病間> 크게 놀라 말한다.<> 참 길기도 하구나<구의재久矣哉> 자로의 속이는 행위가.<유지행사야由之行詐也> 나는 제후가 아니기 때문에 치상治喪에 가신을 둘 수가 없다.<무신無臣> 그런데 자로가 내가 병으로 죽을 것을 대비해서 다른 제자로 하여금 제후나 둘 수 있는 가신을 내게도 두었으니<이위유신而爲有臣> 결과적으로 내가 누구를 속인 꼴이 되었구나.<오수기吾誰欺> 그게 아니라면 하늘을 속인 꼴이 되었어.<기천호欺天乎>”

쉽게 말해서 자로는 공자가 병이 깊어 죽을 것을 대비해서 스승의 장례를 제후의 신분으로 높여 치르려는 충심에 가신을 두어 병 수발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스승 공자는 병이 나아지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는 예에 맞지 않다며 자로의 무지의 열심을 엄히 꾸짖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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