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자녀가 공부만 열심히 해준다면 부모는 어떤 고통이든 견딘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자녀가 공부만 열심히 해준다면 부모는 어떤 고통이든 견딘다
  • 송우영
  • 승인 2022.04.09 04:56
  • 호수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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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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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 이세민은 어려서 사가시절에 훈도로부터 배운 고사몽전高士蒙傳<옛사람의 소년시절 공부 이야기 묶음집>으로 인하여 자신의 성씨가 이씨李氏임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이씨 성씨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부단히 공부에 매진한 인물이라 한다. 훗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후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이씨 성의 비조는 주 황실의 도서관장을 맡고 있던 당대 최고의 학자 노자이며 노자에게는 출생에 비밀같은 것이 전한다. 그는 본래 요순시대 사람으로 오얏나무 아래서 태어났다 하여 성을 오얏나무를 뜻하는 이씨로 했다는데 더욱이 그의 모친은 그를 장장 82년 동안이나 임신하고 있었으며 그를 낳으니 수염과 머리가 모두 하얘서 태상노군太上老君이라 불렀다 한다.

이런 어처구니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절간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청소며 잔심부름해주고 사는 어린 주원장이 고승으로부터 듣고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도 어른이 되어 황제가 되면 주씨집안의 훌륭한 인물을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됐다 한다. 주원장은 어려서는 공부한 기록은 없고 15세 이후부터 훗날 마각을 드러내다라는 속언을 낳기도 한 발이 큰 여인이라는 의미의 대마각황후라 불리는 마씨 소녀로부터 전해받은 맹자책을 첫 교과서로 공부했다는 인물이다.

맹자책 어느 부분이 그로 하여금 천하를 꿈꾸게 했는지는 알 길 없으나 어찌됐건 맹자책을 읽고난 후 황제가 됐고 어릴 적 다짐대로 주씨 집안의 인물을 찾아보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북송 때의 학자 주희朱熹 외에는 세상에 내놓을 인물이 마땅치 않더란다. 황제의 권한으로 그러나 백성 및 문무백관들은 모르게 비밀리에 주희를 자신의 가문 족보에 끼워맞추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하는데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일지라도 자신의 조상과 대학자 주희 사이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엮어보려 해도 족보만큼은 맘대로 안되더란다. 종내는 포기하고 차라리 자식 중에서 그중 한명이라도 훌륭한 학자로 키워보자며 자식들을 엄청 공부시켰다 전한다.<노자타설상 남회근저 25>

그러나 황제 아니라 염라대왕의 자녀인들 공부라는 게 그게 부모의 바램처럼 쉽겠는가마는 자녀들이 훌륭하여 스스로가 어려서부터 기를 쓰고서라도 낮밤을 잊어가면서 책과 씨름을 해 준다면야 부모된 입장에서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어디있으랴마는 천사람에게 손가락질 당한다해도<천인소지千人所指> 부모가 견딜 수 있는 힘은 자녀가 공부만 열심히 해준다면 높아질 수 있어서다.<열학위존烈學威尊> 이처럼 어떤 고통도 자녀가 공부만 해 준다면야 부모는 능히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를 위하는 최상의 덕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녀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썩어지지아니할 것 곧 삼불후三不朽라는 게 있다. 효독이오성曉讀咿唔聲 새벽에 일어나 글을 읽음이요. 주야서수찬晝夜書蒐纂 낮밤으로 글을 써서 쌓아둠이요. 일일불위학日日不違學 매일 공부를 어기지 않음이다. 일찍이 공자는 공부에 관해서 이렇게 말한바 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배우되 생각하지 않는다면 망녕되다는 말인데 풀어쓴다면 공부라는 것은 때로는 써먹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부할 때 목표 의식없이 공부한다면 허망하다쯤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말이다. 여기서 사는 주체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향한 비판적인 성찰을 말한다. 은 그물인데 금수나 물고기를 잡기도 하지만 사람으로 친다면 공부 외의 것으로 내가 공부를 못하도록 방해하는 그 무엇?이라는 말이다. 가족 부양의 책임이 아닌 공부하는 자녀에게 있어서 나를 사로잡는 것은 오직 공부뿐이어야 한다.

주자는 논어 집주에서 망에 대하여 마음에서 간절히 구하는 바가 없으니<불구저심不求諸心> 그러므로 어리석어 얻는 게 없다<고혼이무득故昏而無得>고 했다. 공자 나이 30세 때 제자가 되겠다며 들어온 이가 민자건이다. 일찍이 친모를 여의고 계모 손에 자랐는데 계모의 학대를 견디다못해 공자께서 공부를 많이했다 하여 해결방법을 묻고자 왔다가 제자가 된 인물로 공자의 처방은 간단했다. 정성으로 모시고 또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혹여 계모의 마음이 누그러질 수도 있다. 당시 민자건 나이는 15세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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