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비상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 최현옥
  • 승인 2004.03.12 00:00
  • 호수 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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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비행, 긴 여운… 지역 RC 활성화를 위해 뛴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 돼버린 장난감을 뜯고 재조립하기를 반복하는 그는 오래 전 성장을 멈춰버린 것 같다. 모형 비행기, 자동차, 헬리콥터 등 무선조종 곡예비행 R/C(Radio Control)이 좋아 정열을 태우며 장난감 점포 마저 열은 이수원(서천읍 사곡리·36)씨를 만났다.
“내가 처음 만든 RC 조정 당시 아주 짧은 시간의 비행이었지만 그때 심장의 고동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어요”
2평 남짓한 공간에서 한국의 라이트 형제를 꿈꾸며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씨는 좀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날을 수 있는 무선조종 비행기 개발에 한창이다. 한산 시골지역에 찾아온 선 달린 비행기 ‘유수’, 새까만 눈의 꼬마아이는 그 비행체가 너무 신기했고 그것이 그의 인생 판도를 이렇게 만들지는 당시 본인도 몰랐다.
RC는 일반인이 언 듯 보기에 장난감으로 비치지만 사실 과학적 지식과 기발한 아이디어, 숙련된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의 작업실과 상점 안에는 2m가 넘는 비행기를 비롯해 창공과 노면을 누볐던 RC들이 즐비하다. 기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2천여 개의 부품까지 필요하다는 RC는 그와 동고동락을 함께 하고 있으며 그 결실로 6∼7건의 아이템 개발이라는 기쁨을 안겨 주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는 업체에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어느덧 그가 개발한 신기술은 제품으로 만들어져 시판되고 있는가 하면 외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니 그 수준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글쎄요. 사람들이 그런 질문할 때가 가장 난감하더라구요. 그냥 좋은걸 어떻게 해요. 한번 경험한 사람은 마약과 같이 빠져드는 거라”
RC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웃는 이씨. RC 부품은 과거나 지금이나 모두 고가라 중학교 때부터 용돈을 아껴 물품을 구매, 독학으로 꿈을 키워왔다. 10년 전, 좀더 RC 연구에 매진하고 서천지역에 보급하고 싶어 점포를 열었지만 IMF 이후 회복되지 않는 경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그. 그러나 그는 끝자락을 놓지 못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는 한이 많습니다. 농촌지역에 자라며 RC에 대해 배우고 싶어도 교육 여건이 안됐거든요. 그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RC를 배우고 싶어 상점에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기기를 선 듯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그는 2년 전 세종대에 특기생으로 지역 학생을 입학시킨 경력이 있다.
“우리나라 과학교육 문제가 많아요. 제가 그동안 특기적성 교육도 하고 싶어 지역에 의뢰를 했지만 글쎄요... 대회가 있어야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습니까?”
전국을 누비며 심판 역할까지 하는 그는 그 동안 지역 과학 교육에 대한 회의와 함께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해 씁쓸하다며 말을 아낀다.
“올해 4월 달 정도 모형 자동차 전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대회를 개최할 기회는 많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항상 취소했습니다. 군의 보조가 있다면 좋을 텐데…”
전국대회를 지역에서 개최할 경우 관광지 홍보 역할은 물론, 경기 활성화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이에 그는 과거 전국대회는 물론 선수 선발전도 서천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대회를 한번 개최하기 위해서는 1천5백여만원의 경비가 소요, 회원 자체의 회비만으로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군에 보조를 요청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즉 투자 효과가 없으면 지원을 안 하는 군의 행정에 그는 질렸다고 한다. 사실 그는 여러번의 전국 대회 유치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취소했다.
“하지만 지역 홍보사로 저희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충남 지역이 RC분야에서 열악하지만 서천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거든요”
단순한 취미활동을 직업으로 연계했으며 지역 홍보사는 물론이고 지역 청소년 육성에도 열의를 다하는 이씨. 그는 서천의, 서천에 의한, 서천을 위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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