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읍 송림리, 곰 사육 적지 아니다
장항읍 송림리, 곰 사육 적지 아니다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2.06.03 01:02
  • 호수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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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 보호와 함께 생태관광지로 현명하게 활용하기를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곰 사육 수용시설 부지. 장항읍 송림리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곰 사육 수용시설 부지. 장항읍 송림리

장항읍 송림리의 평지가 반달가슴곰의 생육 조건상 보호시설을 설치할만한 적절한 장소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곰은 생육조건상 기후 조건도 맞아야 하지만 평지와 구릉, 산림 지역 등 지형이 다양하게 구성된 곳이 적절하다. 더욱이 사람들의 거주 공간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지게 해서 각종 소음과 냄새 등으로 인해 사람과 곰이 서로 생활상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대상지역인 송림리의 평지는 여전히 주민들의 거주지와 가깝고, 곰 보호시설로서는 전혀 맞지 않는 곳이라 판단한다. 현재 곰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리산의 주변 지역이 아주 적절한 대상지역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사람이 거의 살지 않고 평지와 구릉, 산림이 적절하게 분포한 지역이 대상지로 선정되기를 바란다.

관광객들의 눈요깃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곰을 치료하는 시설과 함께 가급적이면 곰들이 야생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송림리를 대상지역으로 결정한 것은 결국 이 곰들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눈요깃감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다분하다고 추측된다. 그동안 철창 안에 갇혀 사육되던 곰들을 또 다시 눈요깃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전국의 사육장에 남아있는 곰이 340여 마리나 된다고 한다.

이같이 사육된 곰이 보호시설로 옮겨져 잘 적응해 살아가는 사례를 지난 531KBS529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는 올해 3, 강원도 동해시에서 사육하던 반달가슴곰 22마리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의 야생동물 보호시설(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이주되었고 4월에 야생으로 방사되어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주 재원은 미국 야생동물 보호시설과 한국 동물자유연대가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기부금으로 진행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국내에서 사육 곰의 보호와 구조를 맡았고, 야생동물 보호시설은 미국 수송 비용을 담당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책임 수의사인 조이스 톰슨에 따르면, “이곳은 곰들을 전시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방사된 사육 곰들은 수영을 하거나 종일 자거나 야생 곰처럼 본능대로 지냅니다. 내내 갇혀있던 뜰 창을 벗어나면서 행동도 풍부해졌습니다. 방사된 사육 곰들은 98헥타르(980,000)가 넘는 수풀에서 야생 곰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흙바닥에서 구르거나 향기 나는 나무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먼저 구조되어 살고 있는 흑곰 10마리와 교류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이주한 곰들이 거의 자연 상태로 살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2일 곰 사육 수용시설 부지 옆 솔리천 하구 논에 날아온 황새
▲지난 12월 2일 곰 사육 수용시설 부지 옆 솔리천 하구 논에 날아온 황새

1마리도 관리하기 어려운 규모

송림리에 총 사업비 242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보호시설의 면적이 39000이라고 하니 규모가 미국의 보호시설에 비해 단지 25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보호시설과 단순 비교해 봐도 곰 1마리도 관리하기 어려운 규모다. 개인 사육장의 철장시설은 아니겠지만 결국 비좁은 공간일 수밖에 없고, 미국의 보호시설처럼 야생상태로 방사하기에는 더 더욱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보호시설의 면적을 대폭 늘릴 수 곳으로 대상지역을 선정해야 할 것이며, 만약 대상지역 확보하기 어렵다면 미국의 보호시설이 수용가능한 마릿수 만큼을 그곳으로 이주시키는 것이 곰들의 마지막 여생을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동물자유연대와 미국의 보호시설측도 추가로 곰들을 이주시켜 보호 및 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인근 솔리천, 저어새·황새 도래지

한편 곰 보호시설을 설치한 대상지인 송림리는 현재 벼 농사를 짓는 농경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곳은 겨울철에 기러기류와 오리류 뿐만 아니라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황새가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는 월동지로 이용하는 지역이다. 바로 옆 솔리천에는 노랑부리저어새가 찾아와 먹이활동을 한다. 또한 초여름에는 솔리천 하구의 갯벌에서 먹이 활동하는 저어새들이 이곳 농경지와 바로 옆 솔리천까지 날아와 먹이활동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생태계와 습지의 보전 및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이곳에 곰 보호시설을 건설할 것이 아니라 송림리의 농경지와 바로 옆 솔리천, 그리고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찾는 솔리천 하구의 갯벌까지를 연계해 생태권역으로 선정해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관광객들이 조류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탐조활동을 할 수 있게 생태관광지로 활용하는 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

솔리천 하구의 갯벌을 포함한 서천갯벌은 지난해 723일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더욱 주변의 송림리의 농경지까지 포함해 권역을 설정해 생태계를 보전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현명한 이용 및 관리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부와 서천군청의 안일한 행정행위를 비판하며 지금이라도 올바른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전환을 촉구한다.

<주용기 시민기자.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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